DRAGON VILLAGE

  • 스토어

  • 틱톡

  • 플러스친구

  • 유튜브

  • 인스타그램

소설 게시판

  • 드래곤빌리지
  • 뽐내기 > 소설 게시판

유저 프로필 사진

[Thirst] 4

12
  • 조회수57
  • 작성일2026.02.18






나를 좀 안다고 하는 이들은 내가 뭔가를 숨긴다고 여겼다. 내게 상처가 있어서, 사연이 있을 거라 마음대로 추측하곤 했다. 나는 거기에 동조하지 않았지만 반박도 하지 않았다. 내 과거를 알아서 재해석 하는 것도 모자라 재생산 시키며 포장하는 걸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우수에 젖기 좋은 가로로 시원하게 트인 큰 눈망울로 가끔 진지하게 바라봐주면 그럴듯한 추측성 사연이 마치 사실이 되었다. 그건 여자들이나 남자들에게 잘 먹혀들었다. 범죄자에게도 서사를 부여해주는 대한민국에서 흔해빠진 졸부집 딸내미가 테이블을 엎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클럽 기물을 깨먹는 것도 서사 부여해가며 뭔가 사연이 있을 거라고 수근댔다. 



미친 거였다. 가끔 더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소문도 붙었다. 울고불고 내게 매달리는 여자애들은 그런 소문에 더 취약했다. 상처 받아가면서도 자신들이 만들어낸 허상으로 내게 미련을 품다 뒤늦게 실체를 알아버리곤 그제야 쓰레기라고 욕하곤 했다. 그걸 귀찮아서 치를 떨며 털어내도, 또 다른 이가 붙고, 그걸 지겹도록 반복했다. 



돈만 있으면 대한민국은 쓰레기들도 떵떵거리고 살 수 있다. 걔네 없어도 내게 빌붙을 이들은 널렸다. 한국엔 나와 비슷한 철딱서니 없고 타락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돈만 많은 종족들이 차고 넘쳤으니까. 아무리 질리도록 갑질을 하고 패악질을 해도 나쁜 물이 든 그 부류는 용만 계속 바뀔 뿐 머릿수는 그대로였다. 한국에 그런 용들의 총량이 정해져 있나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내가 돌연 아버지의 지시로 신림동에 숨어버린 거라고, 아주 슬프고 지독한 사연이 있는 거라고, 그런 소문으로 포장이 되었다.








그래서 처음 강의를 듣기 위해 학원을 갔을 때 누군가 나를 알아볼까봐 마치 수배를 당하는 이처럼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푹 눌러 썼다. 근데 막상 학원에 도착했을 때 용들은 다른 이들에겐 관심이 일절 없단 걸 깨달았다.


암묵적으로 그 장소에서 친목을 도모하는 게 금지되어 있는 것처럼 우글우글 모여 있으면서도 사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이가 없었다. 누군가 맨 앞자리에서 강의를 듣기 위해 종종 걸음을 치며 강의실 앞에 서있으면서 교재를 쳐다보다가 가끔 뒤에 기다리는 이가 있느냐 물어보면 거기에 대답하는 게 다였다.  



강의가 한창일 때 도착한 나는 제일 끝에 앉아서 강의를 들었다. 물론 제대로 듣지는 않았다. 그렇게 대충 시간을 때우다 강의가 끝날 무렵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강의를 다 들었다고 둘러댔다. 



엄마는 1년만이라도 제대로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마라면 내가 잘 하고 있나 누군갈 붙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너도 적당한 사업 있으면 투자해달라고 할게. 엄마는 그런 걸 강조했다. 투자, 기회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말하는 엄마가 어느새 아버지의 화법을 닮아가는 모양이다 생각하며 대충 알았다고 얼버무렸다. 



이미 큰 누나가 벌인 커피사업이 생각보다 잘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그냥 그렇게 사는 게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내심 어쩌면 내가 1년 동안 아무 짓도 하지 않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정제되길 바랐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친 사고의 뒷감당을 하시는 게 슬슬 힘에 부치셨을 법 하다. 그 생각을 하니 기분이 묘했다.



다른 부모들은 합격을 바라지만, 내 부모라는 사람들은 애초에 나 같은 게 공무원 시험에 붙을 거라는 기대도 없고, 그냥 거기에 저당 잡혀 얌전히 시간을 죽이길 바란다는 게. 이런 저런 생각 때문에 복잡했고, 잠시간은 엄마가 원하는 대로 그런 척 살아줬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좀이 쑤셔 견딜 수가 없었으니까.








.

댓글1

    • 상호 : (주)하이브로
    •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영동대로 432 준앤빌딩 4층 (135-280)
    • 대표 : 원세연
    • 사업자번호 : 120-87-89784
    • 통신판매업신고 : 강남-03212호
    • Email : support@highbrow.com

    Copyright © highbrow,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