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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rst] 5

7
  • 조회수15
  • 작성일2026.02.18






타이밍 좋게 아무도 말을 걸지 않던 그 학원에서 누군가 내 앞을 알짱거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감각이 그런 것에만 예민하게 발달해, 누군가 내게 호감을 갖는 그런 느낌을 금방 알아차리게 된다. 그런 감이 다른 곳도 아닌 이 치열하게 파묻혀 공부하는 이들 틈에서 느껴진다는 것도 신기했고, 나름 재미가 있을 것 같단 생각도 했다. 



갓 스무 살 쯤 된 것 같은 나이의 어린 여자애였다. 그 여자애는 오래 공부를 하지 않은 건지 얼핏 생기가 도는 얼굴을 하곤 책상에 턱을 괴고 삐딱하게 앉아있는 내게 말을 걸어왔다. 





"스터디 가입 하실 생각 없으세요?"





내가 만나며 가지고 놀았던 여자들과 결이 다른 얼굴. 뽀얀 얼굴을 보며 나는 전혀 닮지 않은 한 이를 무심코 떠올려버렸다. 그 때문에 나는 곧바로 그 애가 내민 손을 잡았다. 단체활동을 끔찍해 하는 내가 그런 모임에 제 발로 들어갈 이유는 그것 말고는 없었다. 



공부시간을 체크해야 할 만큼 나는 이 시험에 진심도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그러겠다고 고민도 하지 않고 스터디 모임에 가입하겠다고 답했다. 아마도 그 여자애를 가지고 놀고 싶었던 것 같다. 술에 취해 울고불고 매달리고 욕하고 다시 매달리고, 그런 부류의 여자애들을 거기서 만날 수는 없었으니까. 



그러나 스터디 가입이라는 것은 내가 예상했던 대로 명분 뿐이었고, 그 여자애와는 학원 밖 스터디카페나 그것도 아니면 다른 곳 어디라도 단둘이 만나는 날이 잦았다. 



색다른 경험이었기에 일주일은 나름 신선했다. 그런 만남은 처음이었고 그렇게 순진한 애는 너무 처음이라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난 이후로 하루도 안 빼놓고 10시간 이상 씩 공부했다고 했던 애는 나를 만나던 일주일 내도록 제대로 공부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역시나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그 애도 갑자기 구차하게 굴며 다른 애들처럼 쉽게 미래를 걸었다.



그 애가 나와 어떤 연애를 생각했던 건지 모르겠다. 술 한 잔 끼어들지 않고 시작한 그 만남이 삽시간에 다시 지루함으로 돌아왔다는 걸, 그걸 눈치 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시작한 적도 없다고, 희망이라고는 공무원 시험 합격 뿐인 그 애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었던 나는 그렇게 쉽게 그 희망의 끈을 끊어버렸다.



그렇게 또 누군가를 버리고 울려버렸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얼마나 스스로를 비웃었던 건지 모른다.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된 것 같다.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간 게. 클럽을 가고 유학시절을 같이 보냈던 친구들을 불러 술을 먹고 놀다가 반쯤 취해서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눈을 뜨기도 하며, 여자 남자 할 거 없이 싸우기도 하고 누가 건네는 대마초인지 뭔지 싶은 연초를 피우다가 또 거기서 깽판을 치고, 그런 쓰레기 같은 삶.



신림동의 집으로 돌아오게 되면 탄식하듯 일 년은 조용히 살라고 했잖아, 거울 속의 초췌한 나를 보며 비웃듯 중얼거리며. 그래도 일 년은 별 다른 사고를 치면 안 되는데. 또 지구대로 끌려가거나 술값 뻥튀기 맞고 못 내서 집에 연락이라도 가게 된다면 공무원 시험 준비고 뭐고 그 마지막 공수표도 물거품이 될 텐데.



아버지가 정말 그저 그런 집안의 여자와 선을 보게 하고 결혼까지 시켜버릴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네가 얼굴은 반반하니까 결혼은 쉬울 거라고 했던 것도 있으니. 그래도 별 수가 없었다. 아 차라리 죽어버릴까, 생각하며 거울 속의 나를 빤히 쳐다봤다.



죽음을 떠올리며 거울을 들여다보면 거울 속의 나는 마치 타인인 듯 낯설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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