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INGS
10화
폭발의 여파는 지독했다. 고막을 찢는 듯한 이명이 머릿속을 헤집었고, 매캐한 연기와 먼지가 폐부 깊숙이 침투해 숨을 쉴 때마다 비릿한 피 맛이 났다. 제이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몸은 무거운 콘크리트 잔해들 사이에 끼어 있었고, 융합 에너지의 파동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여전히 보랏빛 전기가 지직거리며 불안정한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제이는 창밖으로 튕겨 나가는 대신, 폭발의 압력에 밀려 건물의 더 깊숙한 안쪽 로비로 처박혔다. 제이는 신음하며 팔을 뻗었다. 온몸의 뼈가 어긋난 듯한 통증 속에서도 그의 본능은 단 하나의 목적지, 품 안의 알을 향해 있었다.
"아... 아..."
손끝에 매끄럽고 따스한 감촉이 닿았다. 제이는 안도하며 눈을 떴다.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제이의 품 안에서 은색 알이 찬란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아까의 실금은 이제 거미줄처럼 알 전체로 퍼져 나갔고, 그 틈새로 시리도록 차가우면서도 포근한 은빛 광채가 흘러나와 어두운 로비를 밝게 비추었다.
카작, 카자작.
껍질이 부서지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제이는 숨을 죽인 채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알의 윗부분이 툭 떨어져 나가더니, 젖은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작고 가느다란 생명체가 고개를 내밀었다. 그것은 용이었다. 비록 아직은 제이의 두 손에 쏙 들어올 만큼 작았지만, 그 눈동자만큼은 깊은 은하수를 담은 듯 신비롭게 빛났다.
제이는 소름이 돋았다. 느낌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작고 가냘픈 생명체는 방금 전 무의식의 심연에서 자신에게 말을 건네던 그 은색 용이었다.
"너... 정말로..."
용은 젖은 날개를 파르르 떨며 제이의 손가락을 핥았다. 갓 태어난 생명의 온기가 제이의 차가운 심장을 데웠다.
"뭐야, 저건... 진짜 용이 태어난 거야?"
먼지 구름을 헤치며 칸과 레온, 그리고 살아남은 아이들이 다가왔다. 폭발의 공포에서 겨우 벗어난 그들의 눈에 비친 것은, 전설 속에서나 보던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은빛 용의 유체였다.
칸의 눈에는 여전히 탐욕과 굶주림이 서려 있었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손에 쥔 철근을 고쳐 쥐었다.
"제이, 비켜. 알이 아니면 저 새끼라도 먹어야겠어. 폭발 때문에 건물은 다 무너졌고 우린 이제 정말 끝장이라고! 저거라도 먹지 않으면 우린 오늘 밤을 못 넘겨!"
"안 돼! 칸, 물러서!"
제이가 용을 품에 안고 소리쳤다. 하지만 칸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가왔다. 그때, 레온이 칸의 앞을 가로막았다. 부러진 다리를 짚고 선 레온의 눈빛은 이전보다 훨씬 날카로웠다.
"그만해, 칸. 저 용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평범한 괴물이 아니야. 폭발 속에서도 제이를 지켰고, 지금 이 안의 보랏빛 오염을 정화하고 있어. 안 보여? 저 녀석 주변만 공기가 깨끗해지고 있잖아."
레온의 말에 칸은 멈칫했다. 과연 용의 주변에서는 기괴한 전전기가 가라앉고 있었다. 제이는 레온의 도움으로 용을 안전하게 보듬을 수 있었다. 제이는 용의 은빛 날개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실버윙... 네 이름은 실버윙이야."
그 이름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용이 고개를 번쩍 들고 제이를 바라보았다. 실버윙은 기쁜 듯 '꺅꺅'거리며 제이의 뺨등을 비볐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