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INGS
11화
"꺅! 꺅꺅!"
실버윙이 제이의 품속에서 배고픈 듯 보챘다. 갓 태어난 생명에게 닥친 현실은 가혹한 굶주림이었다. 제이는 실버윙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소리가 아닌 '의지'가 머릿속으로 직접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여기는 어디야? 배고파... 너무 배고파...]
제이는 깜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저 실버윙의 신기한 울음소리만 듣고 있을 뿐이었다. 제이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얘가 지금... 배고프대. 여기가 어디냐고 묻고 있어."
순간 로비에는 찬물이 끼얹은 듯한 정적이 흘렀다. 레온이 미심쩍은 눈초리로 제이를 바라보았다.
"제이, 너 뭐라고 했어? 쟤가 말을 했다고?"
"어... 내 머릿속에서 들려. 실버윙이 하는 말이."
칸이 그 소리를 듣자마자 폭발하듯 소리를 질렀다.
"미쳐도 정도껏 미쳐야지! 이제는 괴물이랑 대화라도 한다는 거야? 야, 제이! 정신 차려! 우리도 3일째 굶어서 죽게 생겼는데, 저 괴물 새끼 먹일 게 어딨냐고! 드래곤 식량이 어딨어? 우린 물 한 모금도 없단 말이야!"
칸의 분노는 정당했다. 아이들은 모두 한계였다. 실버윙의 탄생은 신비로웠지만, 당장의 배고픔을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입만 하나 더 늘어난 셈이었다. 칸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벽을 걷어찼다.
그때였다.
실버윙이 갑자기 귀를 쫑긋거리더니 제이의 품에서 빠져나갔다. 작은 날개를 필사적으로 파닥거리며, 실버윙은 폭발로 인해 뚫린 건물 입구 쪽으로 달려갔다.
"실버윙! 위험해, 나가지 마!"
제이가 어깨의 통증을 참고 뒤를 쫓았다. 레온과 칸도 홀린 듯 그 뒤를 따랐다. 아이들이 밖으로 나갔을 때, 잿빛 세상은 폭발의 여파로 한층 더 황량해져 있었다. 하지만 실버윙이 멈춰 선 곳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폭발로 파여진 구덩이 바로 옆, 타버린 아스팔트 위에 웬 금속 상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상자는 세련된 디자인에 'H.P.F'라는 문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폭발의 충격 때문인지, 아니면 실버윙의 부화에 맞춘 것인지, 상자의 잠금장치는 이미 풀려 있었다.
실버윙은 상자 위를 껑충거리며 뛰어다녔다. 제이는 침을 삼키며 상자 앞으로 다가갔다. 칸과 레온도 숨을 죽인 채 그 상자를 내려다보았다. 망해버린 조직,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프로젝트의 잔해 속에서 나타난 이 이질적인 상자는 과연 구원일까, 아니면 또 다른 함정일까.
상자의 뚜껑이 천천히 열리려 할 때, 제이는 실버윙의 눈동자 속에서 묘한 기대감을 읽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