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INGS
14화
어둠은 순식간에 색을 바꾸었다. 질척거리는 잿빛 폐허는 온데간데없고, 제이의 눈앞에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선명한 분홍빛 세계가 펼쳐졌다.
거대한 벚꽃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사방으로 뻗은 나뭇가지에서는 눈송이 같은 꽃잎들이 흩날리고 있었고, 발밑에는 폭신한 꽃잎들이 카펫처럼 깔려 있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어딘가 기괴했다. 하늘은 여전히 밤처럼 어두웠고, 오직 나무만이 스스로 빛을 내는 듯 창백하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나무 아래, 지난번 보았던 그 은색 용이 서 있었다.
용은 저번보다 훨씬 야위어 보였다. 은빛 비늘은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고, 날개는 꺾인 채 바닥에 끌리고 있었다. 용은 위태롭게 서서 제이를 응시했다. 그 눈동자에는 슬픔과 연민, 그리고 알 수 없는 체념이 가득 고여 있었다.
"너는... 대체 누구야?"
제이가 묻고 싶었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꽃잎 섞인 바람에 흩어졌다. 용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 용의 의지는 제이의 영혼을 직접 파고들었다.
[지옥은 천국일 수도 있어.]
그것은 모순된 선문답이었다. 지옥이 어떻게 천국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용은 그 말을 남기자마자 벚꽃잎이 흩어지듯 형체를 잃고 사라졌다. 제이는 멀어지는 용을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시야는 다시 지독한 현실의 어둠으로 뒤덮였다.
"제이! 제이! 일어나봐!"
머릿속을 때리는 실버윙의 목소리에 제이는 번쩍 눈을 떴다.
주변은 여전히 어두운 로비였다. 하지만 제이의 품속에 있던 실버윙의 상태가 이상했다. 녀석의 몸에서는 은은한 잔광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몹시 흥분한 듯 날개를 파닥거리고 있었다.
[제이, 밤사이에 내 몸 안에서 빛이 쏟아져 나왔어! 그러더니 저기... 저기 이상한 게 생겼어!]
실버윙이 고개를 돌려 로비 한복판을 가리켰다. 제이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어둠에 잠겨 있던 로비 중앙에, 이질적일 정도로 선명한 푸른색 홀로그램 창이 공중에 떠 있었다.
그것은 마치 SF 영화에서나 보던 디스플레이 같았지만, 그 주위로 보랏빛 전기가 미세하게 일렁이는 것으로 보아 이 세계의 '융합 에너지'와 연관된 현상임이 분명했다.
"저게... 뭐야?"
하나둘 잠에서 깬 아이들도 로비 중앙의 푸른 빛을 발견하고 모여들었다. 공포와 호기심이 뒤섞인 웅성거림이 거처를 가득 채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