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INGS
15화
"비켜! 내가 박살 내버릴 테니까!"
칸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는 손에 든 철근을 치켜들며 푸른 창을 노려보았다. 칸에게 있어 '알 수 없는 현상'은 곧 '위협'이었다. 그는 이 정체 모를 빛이 괴물들을 불러모을까 봐 겁에 질려 있었다.
"칸, 잠시만! 함부로 건드리지 마!"
레온이 제지하려 했지만, 칸은 이미 철근을 내리친 후였다.
쉬익—
둔탁한 소리가 들려야 할 타이밍에 정막만이 흘렀다. 칸의 철근은 허공을 가르듯 푸른 홀로그램 창을 그대로 통과해 버렸다. 칸은 당황하며 다시 한번 손을 뻗어 창을 휘저었지만, 그의 손은 연기를 헤치듯 푸른 빛을 가로지를 뿐이었다.
"뭐야... 유령이야?"
칸은 찝찝한 기분에 손을 털며 뒤로 물러섰다. 레온은 창 가까이 다가가 그 안에 적힌 기호들을 살폈다. 하지만 그것은 현재의 아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암호와 그래프들로 가득했다.
"만질 수도 없고, 소리도 안 나. 일단은 방치하는 수밖에 없겠어. 지금 우리에게 더 중요한 건 이거니까."
레온이 시선을 돌려 어젯밤 남겨둔 식량 보관함 쪽을 보았다.
식량 배분을 위한 토론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어제 먹은 육포 한 장은 아이들의 허기를 달래주기는커녕, 오히려 잠자고 있던 식욕을 잔인하게 일깨워놓았다.
"레온, 이제 남은 육포 다 내놔. 아침이잖아!"
"맞아! 어제는 참았지만 오늘은 안 돼! 물도 한 병 더 따라고!"
아이들의 요구는 거칠었다. 레온은 식량 상자를 등 뒤로 숨기며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 오늘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몰라. 이 식량은 최소한 사흘은 버텨야 하는 양이야. 지금 다 먹으면 내일은 굶어 죽을 셈이야?"
"내일 걱정을 왜 지금 해! 지금 당장 배가 고파 죽겠는데!"
아이들 중 체격이 큰 세 네 명이 눈빛을 주고받더니, 레온을 향해 달려들었다. 칸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해 멈칫했고, 레온은 다친 다리 때문에 피하지 못한 채 바닥으로 밀쳐졌다.
"이거 놔! 너희 미쳤어?!"
레온이 소리쳤지만, 이성을 잃은 아이들은 레온의 주머니를 뒤지고 상자를 뺏으려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제이가 말리려 뛰어드는 순간이었다.
키이이이이이이잉—!
고막을 찢는 듯한 날카로운 금속음이 로비 전체를 울렸다.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귀를 막고 바닥을 구굴렀다. 소리의 근원은 로비 중앙에 떠 있던 푸른 홀로그램 창이었다. 방금 전까지 무기력하게 떠 있기만 하던 창이, 마치 아이들의 폭력에 반응하기라도 한 듯 강렬한 백색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빛은 파도처럼 퍼져 나가 로비의 구석구석을 훑었다. 제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 빛의 폭풍 속에서 실버윙의 떨리는 고동소리가 들려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