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INGS
18화
실버윙의 작은 발톱이 마침내 1번 문항—'천천히, 하지만 그 누구보다 강해지는 길'—의 위를 가볍게 눌렀다.
순간, 로비 전체를 휘감고 있던 푸른 전기가 일시적으로 멈춘 듯 정적에 휩싸였다. 뒤이어 홀로그램 창이 찬란한 금빛으로 물들며, 기계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고 우아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 탁월한 선택이다. 역시 드래곤의 지성은 하등한 개체들과 궤를 달리하는군. ]
창은 실버윙을 향해 경의를 표하듯 반짝였다. 제이는 실버윙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세한 금빛 파동을 느꼈다. 그것은 당장의 물리적인 힘은 아니었지만, 마치 거대한 성벽의 주춧돌을 놓는 듯한 묵직하고도 근원적인 에너지의 변화였다.
"뭐가 탁월하다는 거야! 그래서 선물은 어디 있는데!"
칸이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는 여전히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있었다. 전설적인 성장 가능성 따위는 지금 당장 뱃속을 채울 육포 한 조각보다 가치 없게 느껴졌다. 칸의 외침에 동조하듯 다른 아이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맞아! 전설급이라며! 뭐라도 좀 내놓으라고!"
홀로그램 창은 잠시 깜빡거리더니, 비웃음 섞인 어조로 대답했다.
[ 조급한 짐승들이군. 질 좋은 선물을 하사하기 위해서는 너희의 그릇을 한 번 더 증명해야 한다. 질문을 하나 더 내겠다. ]
로비에는 아이들의 짜증 섞인 비명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창은 아랑곳하지 않고 새로운 두 개의 선택지를 허공에 띄웠다. 그것은 이전보다 훨씬 더 교묘하고 잔인한 질문이었다.
새로운 창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졌다.
1. 자신의 힘을 키움, 단 모든 걸 혼자 해야 함
2. 다른 이의 도움을 받음, 단 그 다른 이는 매우 강력함
"당연히 1번이지! 남의 도움 따위 필요 없어! 내가 강해져서 다 죽여버릴 거야!"
칸이 눈을 부라리며 외쳤다. 그는 이미 동료들에 대한 신뢰를 잃은 지 오래였다. 오직 자기 자신의 육체적인 힘만이 이 지옥에서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레온은 달랐다. 그는 터진 입술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2번이다. 우린 지금 아무것도 몰라. 저 밖의 드래곤들을 상대하려면 우리만의 힘으로는 부족해. 강력한 누군가의 도움이 있다면 이 지옥을 더빨리 벗어날 수 있을 거야."
로비는 다시 패싸움 직전의 난장판으로 변했다. 칸을 지지하는 이들은 자신만의 힘을 추구하는 광기에 휩싸였고, 레온을 지지하는 이들은 미지의 강력한 존재가 주는 안락함에 매료되었다. 두 진영 사이에서 욕설과 주먹다짐이 오가려는 찰나, 홀로그램 창이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끼어들었다.
[ 하하하! 어리석은 것들. 이번에도 너희에게는 결정권이 없다. 하지만 규칙을 조금 바꾸지. 이번 문제는 실버윙이 '원하는 답'을 너희 중 '다른 이'가 눌러야 한다. ]
아이들은 얼어붙었다. 실버윙이 어떤 답을 원하는지 알아내야만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