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INGS
22화
상태창의 '고맙군'이라는 인사가 로비의 잔향으로 흩어지자, 푸른 홀로그램은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인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2번 버튼을 누른 제이의 손끝에는 미약한 진동이 남았고, 로비의 모든 아이들은 숨을 죽인 채 '위대한 선물'이 강림하기만을 기다렸다.
[ 자격을 증명했다. 너희에게 하사할 진정한 선물, '미션 시스템'을 개방한다. ]
상태창의 어조는 이전보다 명확해졌다. 이어지는 설명은 마치 게임의 튜토리얼 같았다. 상태창이 부여하는 특정 목표, 즉 '퀘스트'를 완료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주겠다는 논리였다. 상태창은 그것이 이 멸망한 세계에서 아이들이 유일하게 강해질 수 있는 체계적인 '사다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설명이 길어질수록, 로비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어갔다.
"퀘스트? 미션? 그게 다야?"
칸이 허망한 듯 중얼거렸다. 그는 지금 당장 자신의 팔근육이 드래곤의 비늘을 뚫을 만큼 단단해지거나, 손에서 불을 뿜는 전설적인 능력을 기대했다. 아니, 최소한 배를 가득 채울 만한 만찬이라도 떨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상태창이 내놓은 것은 '일하면 대가를 주겠다'는 지극히 당연하고도 피곤한 계약서뿐이었다.
"지금 장난해?! 우리가 목숨 걸고 널 살려줬는데, 고작 준다는 게 심부름 센터냐고!"
칸의 폭발적인 분노에 다른 아이들도 동조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퀘스트란 또 다른 노동이자 위협이었다. '무언가를 해내야만 얻을 수 있다'는 조건부는 굶주림과 공포에 찌든 아이들에게 보상이 아닌 형벌처럼 느껴졌다.
상태창은 당황한 듯 홀로그램 창을 잘게 떨었다.
[ ...이해할 수 없군. 이것은 성장의 근간이며, 전설로 가는 유일한 경로다. ]
"성장이고 뭐고 당장 죽게 생겼는데 무슨 소리야!"
상태창은 논리적인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연산 처리를 가속화했으나,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과 실망감을 달랠 명확한 수를 떠올리지 못했다. 시스템의 차가운 이성은 아이들의 뜨거운 분노를 이해하지 못했고, 로비는 다시 한번 혼란에 빠져들었다.
쿠우우웅—!!!
건물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진동이 아이들의 고함을 단칼에 잘라냈다. 로비 창밖, 잿빛 연기가 자욱한 폐허 너머에서 드래곤들의 처절한 비명과 포효가 들려왔다. 단순한 사냥의 소리가 아니었다. 거대 포식자들이 서로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며 영역 다툼을 벌이는, '동족상잔'의 폭력이 시작된 것이었다.
"놈들이 싸우고 있어... 여기로 오면 끝장이야!"
레온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드래곤들이 날뛰며 뿜어내는 화염과 충격파에 건물의 골조가 비명을 질렀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해 로비 깊숙한 지하 통로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칸 역시 퀘스트에 대한 짜증을 뒤로한 채 가장 먼저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제이 역시 실버윙을 품에 안고 아이들을 따라 발을 떼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품 안에서 기이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실버윙...?"
제이의 품에 안겨 있던 작은 은빛 용이 갑자기 굳어버렸다. 녀석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 허공을 응시했고, 비늘 사이사이로 시리도록 차가운 은빛 안개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