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INGS
23화
실버윙의 몸에서 시작된 빛은 순식간에 제이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그것은 단순히 밝은 빛이 아니었다. 마치 수만 개의 은하수를 작은 몸 안에 압축해 놓은 듯, 고밀도의 에너지가 소용돌이치며 팽창하고 있었다.
"안 돼, 실버윙! 정신 차려!"
제이는 실버윙을 놓지 않으려 팔에 힘을 주었지만, 녀석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척력(斥力)이 제이를 밀어냈다. 실버윙은 공중으로 천천히 떠올랐다. 녀석의 주변으로 은빛 별무리가 먼지처럼 흩날리며 아름답고도 치명적인 폭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 시작했다. 밖에서 들리는 드래곤들의 포효도, 도망가는 아이들의 발소리도 아득한 먼 곳의 일처럼 느껴졌다. 오직 제이와 실버윙, 그리고 눈앞에서 소용돌이치는 은색의 파동만이 세계의 전부가 되었다.
별무리가 정점에 달해 사방으로 터져 나가기 직전, 눈부신 광휘 속에서 거대한 형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제이가 꿈속에서 보았던, 벚꽃나무 아래 위태롭게 서 있던 그 성스러운 은색 용이었다. 현실의 폐허 위로 환영처럼 겹쳐진 용의 자태는 압도적이었다. 용은 실버윙을 감싸 안듯 날개를 펼쳤고, 그 거대한 눈동자가 제이의 영혼을 꿰뚫어 보았다.
용의 입은 움직이지 않았으나,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고 따뜻한 목소리가 제이의 심장을 직접 울렸다. 그것은 상태창의 기계음도, 실버윙의 가냘픈 텔레파시도 아니었다. 세상을 구원하고 멸망을 지켜본 자만이 낼 수 있는, 장엄한 성좌의 울림이었다.
용의 형체가 은빛 가루가 되어 제이의 온몸을 휘감았다. 그 따스한 촉각 속에서 용은 마지막 전언을 남겼다.
[ 제이, 희망은... 누구에게나 있어. ]
그 목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실버윙의 몸에서 별무리가 대폭발을 일으켰다.
제이는 눈을 멀게 하는 은색 빛의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순간, 제이는 느낄 수 있었다. 상태창이 주지 못한 '진정한 선물'이 실버윙의 혈관을 타고 자신에게 흘러들어오고 있음을.
빛이 잦아들었을 때, 지하로 숨어들었던 아이들은 로비에서 들려온 기적 같은 침묵에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더 이상 평범한 소년과 아기 용이 아닌, 운명의 실타래를 쥐기 시작한 새로운 존재들이 서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