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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rst] 13

10
  • 조회수16
  • 작성일2026.02.21






엔젤 : "넌 그 때나 지금이나 왜 이렇게 똑같니."





그 비슷한 말을 언젠가 할 거라는 걸 그 집에서 눈을 떴을 때 종종 생각하긴 했다. 그러나 엔젤은 태연하게 내게 그 말을 비수처럼 던지곤 마치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제 할 일을 할 뿐이었다. 예상했던 그 반응이 지금 터졌을 뿐인데도 나는 답지 않게 취한 상태로 좀 당황스러웠다. 엔젤 앞에서면 왜 이렇게 병신이 될까. 회유라도 할 것처럼 들어서놓고 엔젤이 참고 참은 걸 이제야 터뜨린다는 듯 신경질을 내버리니 멍청하게 엔젤을 내려다 볼 뿐 별 말을 하지도 못했다. 



컴컴한 방 안, 조도가 낮은 책상 스탠드 불빛에 비친 엔젤의 차가운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졌다. 지금의 내 행동은 엔젤의 말대로 망해서 반지층 집에서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엔젤을 우습게 생각하는 것 같고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더더욱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곧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밀치고 방 밖을 나선 엔젤이 2리터 짜리 생수 세 개를 넣으면 가득 찰 것 같은 키 작은 냉장고를 열어 캔 맥주를 꺼내는 게 보였다. 엉겁결에 나는 그런 엔젤을 따라 나서 똑같이 캔 맥주를 꺼냈다. 



느린 속도로 빙빙 도는 것 같은 낮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몰라. 나도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진짜 몰라. 내가 왜 이러고 사는 지도 모르는데 내가 지금 당장 하는 행동의 이유를 알 게 뭐야. 



캔 맥주를 무슨 한약 먹듯 눈을 질끈 감고 마시는 엔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목이 타서 마시긴 했지만 엔젤의 냉장고 안 캔 맥주는 생각보다 밍밍했고, 탄산도 잘 느껴지지 않았다. 도대체 언제 무슨 이유로 사놓은 맥주일까. 내가 캔의 유통기한을 찾으려고 캔의 표면에 적힌 글자를 읽어 내려가는 사이 엔젤이 캔을 우그러뜨리며 싱크대로 던져버렸고, 얼마나 남긴 건지 부글부글 캔의 입구에선 거품이 쏟아져 나왔다.



겨우 그거 마시고 엔젤의 얼굴이 터질 듯이 붉다. 또 쓸 데 없는 게 생각났다. 엔젤, 술 안 먹는다고 했던 게, 자기 아빠를 닮아서 체질적으로 술을 못 마신다고 했떤 게, 부자라고 다 우월한 유전자를 내리 받는 건 아닌지 딱 하나 알코올 해독능력이 떨어지는 간을 타고났나 생각했던 게, 4년 만에 다시 만난 그 자리에서 사과주스나 홀짝이던 게, 그 때도 내가 사과주스를 마시는 엔젤의 얼굴을 쳐다봤던 게, 젠장 맞게도 그런 쓸 데 없는 것들이 생각 나 혼란스러웠다. 



이미 유통기한이 두 달이나 지나 김이 다 빠져버린 맥주를 엔젤이 하듯 싱크대로 던져버렸다. 엔젤이 우스웠으면, 만만했으면,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신 : "미안, 나 술김에 그런 말 잘 많이 해."





내가 처음 싫다고 생각했던 엔젤의 가식처럼, 입가에 힘을 주며 일부러 입에 호선을 만들어내고 눈웃음을 쳤다. 술기운이 모조리 달아나면 지금 하는 말, 지금 하는 짓을 후회하게 될 거라는 걸 알면서. 



나는 반쯤 눈을 감고 열심히 나를 노려다보고 있는 엔젤의 가느다란 어깨 위에 조심스럽게 흉터가 있는 손바닥을 올려놓았다. 이상하게 손바닥이 아려오는 느낌이었다. 곧 엔젤이 도로 방으로 들어가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신경질적으로 덮었던 책을 펼치면서 조용히 읊조렸다. 





"개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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