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INGS
27화
상태창에 떠오른 '튜토리얼'이라는 글자와 '잿빛 쥐'라는 생소한 단어에 로비는 순식간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쥐란 동면 전 기억 속의 작고 하찮은 설취류였지만, 멸망한 세상에서 마주할 몬스터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침묵을 깨고 한 아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기... 상태창? 잿빛 쥐라는 게 대체 어떤 괴물이야? 드래곤처럼 불을 뿜거나 엄청나게 큰 건 아니지?"
그 질문에 응답하듯, 푸른 홀로그램 창이 물결치며 잿빛 쥐에 대한 상세 정보가 나열되었다.
[ 잿빛 쥐 (Gray Rat) ]
- 등급: 일반 (최하급 변이체)
- 특징: 대재앙 이후 가장 흔하게 번식한 생명체. 일반 쥐와 외형상 거의 유사하나, 융합 에너지의 영향으로 털색이 짙은 잿빛을 띠며 골격이 단단함.
- 위험도: 매우 낮음. 일반 쥐보다 약 1.5배 빠르지만, 단독 개체는 공격성이 낮음.
"일반 쥐랑 비슷하다고?"
아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드래곤 같은 괴수를 상대해야 한다면 절망했겠지만, 조금 빠른 쥐 정도라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제이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깨끗한 물의 위치 정보'라는 파격적인 보상을 주는 것에 비해 난이도가 낮다는 점은, 강화된 상태창이 아이들에게 주는 일종의 '배려'이자 '기회'임을 증명하는 듯했다.
"좋아, 쥐새끼 잡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지. 근데 대체 어디서 잡아야 하는 거야? 이 넓은 폐허를 무작정 헤매라고?"
칸이 팔짱을 낀 채 따지듯 물었다. 그의 질문은 곧 아이들 사이의 논쟁으로 번졌다. 레온은 상태창의 지도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상태창은 '거처 인근'이라고 했어. 방법은 두 가지야. 위험을 무릅쓰고 밖으로 나가서 더 넓은 범위를 뒤지느냐, 아니면 이 거물 안 어딘가에 숨어있을 놈들을 찾아내느냐."
제이는 즉시 거처 안을 고집했다.
"밖은 드래곤들의 영역이야. 아까 전까지도 놈들이 싸우고 있었어. 지금 나가는 건 자살 행위야. 이 건물도 충분히 넓으니 분명 구석진 곳에 쥐들이 있을 거야."
하지만 레온은 고개를 저었다.
"제이, 네 말도 일리가 있지만 이 건물은 이미 융합 에너지 폭발로 인해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됐어. 놈들이 먹이를 구하려면 결국 외부와 연결된 곳이나 밖으로 나갔을 확률이 높아. 안에서 시간만 버리다가 굶어 죽을 순 없어."
아이들의 의견은 팽팽하게 갈렸다. 밖이 무서운 이들과, 안에서 헛물켜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 결국 레온은 민주적인 방식인 투표를 제안했다. 긴장감 넘치는 투표 끝에, 결과는 6대 5. 단 한 표 차이로 '밖에서 사냥하기'가 결정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