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젤 : "그땐 네가 미웠어."
고신 : "....."
엔젤 : "지금은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야. 미워하는 것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니까. 그러니까 이제 네 망가진 인상에 나를 끌어들일 생각 좀 그만 해."
그 와중에도 엔젤의 얼굴만 보였다. 내가 어떤 말을 할 수 있었더라도 그건 변명으로 들릴 거라 생각했다.
고신 :"멘토 멘티 우리 그거 안 했으면 서로 어땠을까 생각해, 종종."
엔젤이 나른한 웃음기를 흘렸다. 입에 가져다 대기만한 알코올 때문에 귀까지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로. 그러나 이내 그 웃음 끝이 이상하게 쓸슬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곧 엔젤에게 웃지 마, 하고 성질을 냈다. 엔젤이 여전히 미소를 지으면서 겁 없이 맥주를 크게 한 모금 들이켰다. 캔을 뺏어버리고 싶어 간질거리는 손에 주먹을 쥐자마자 보란 듯 맥주를 들이 킨 엔젤이 곧 전보다 더 붉어지고 구겨진 얼굴로 휴 하고 한숨을 내쉬는 게 보였다.
마음 속 뭔가가 아주 잔뜩 꼬여가고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취하지도 않았는데 그런 엔젤에게 괜한 시비를 걸고 싶어 미칠 것 같다. 그 와중에 엔젤은 뭐가 재밌는 건지 풀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계속 웃어댔다.
고신 : "뭐가 웃겨."
신경질적으로 뱉어내었다.
엔젤 : "진짜 이상해, 웃겨. 왜 그런 생각을 해. 이미 벌어진 일이잖아."
이상해, 엔젤은 그러고는 재차 이상하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그 가정법이 이상해. 맞아, 이상하긴 하지. 나도 이유를 몰랐다. 둘러대는 법도 모르고 솔직한 법도 모른다. 망할, 이 정도 맥주로는 내가 취할 것 같지도 않다.
이내 엔젤이 옆으로 픽하고 쓰러졌다. 그렇게 웃더니만 곧바로 괴로운 듯 제 가슴에 손을 올려놓고 쓸어내렸다. 그러다 그것마저 멈춘 채 거의 감겨가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엔젤 : "야, 너 그냥 가."
고신 : "....."
엔젤 : "나 다시 네가 좀 미워질 것 같다. 가."
내 안의 뭔가가 끓어 넘치는 기분이 들어 무릎을 잔뜩 끌어안은 채로 다리를 계속 떨어댔다. 입을 꽉 깨물고 손톱을 물어뜯다가 한 캔을 추가로 더 비워냈다. 누운 엔젤이 느릿하게 눈을 뜨고 감는 모습, 얼굴을 일그러뜨렸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픽 풀린 눈으로 웃는 모습을 쳐다보며.
무슨 일인지 엔젤의 손이 내 팔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엔젤 : "가라고,"
아주 작은 숨결 같은 목소리였다. 조금은 내뱉기 힘들다는 듯, 벅차게, 조용히 속삭이듯 말하는 것이었다.
엔젤 : "어차피 너 또 그냥 갈 거잖아.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 처럼."
겨우 참아낸 뭔가가 머릿속에서 속철없이 허물어지는 기분이었다. 비싼 양주 와인이 깔린 테이블을 막 엎어냈을 때의 희열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아주 잠깐 하고, 미친 척 말고 진짜 미쳐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했다.
엔젤의 입 새로 탁한 숨소리가 터지며 어깨가 약간 들썩이는 것이 느껴졌다. 때문에 혹시 심각한 알코올 부작용이 있는 건 아닐까 잠시 생각하자 엔젤의 손이 내 팔을 약간 밀어냈다. 아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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