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INGS
29화
로비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며 잿빛 하늘 너머로 흐릿한 태양 빛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레온은 바닥에 굴러다니던 플라스틱 파편으로 바닥에 선을 그으며 최종적인 인원 배분을 선포했다. 11명의 아이들, 이 작은 공동체의 운명이 이 선 하나하나에 걸려 있었다.
"결정됐다. 탐색조 3명, 거처조 3명, 사냥조 3명, 그리고 보초조 2명이다."
레온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제이는 거처조의 리더로 임명되었다. 건물의 구조를 누구보다 꼼꼼히 살피고, 혹시 모를 내부의 위협에 대비하기에 제이의 신중함이 적격이라는 판단이었다. 칸과 레온은 가장 위험한 최전방인 사냥조에 몸을 던지기로 했다.
그때, 제이의 어깨 위에 앉아 있던 실버윙이 날개를 파닥거리며 의지를 전해왔다.
[ 제이, 나는 보초조와 탐색조를 돕고 싶어. 내 눈은 어둠 속에서도 조금 더 멀리 볼 수 있고, 공기의 흐름을 읽을 수 있거든. ]
실버윙의 자원 사격에 아이들은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비록 작고 어린 용이었지만, 그 존재 자체가 주는 영적인 힘은 아이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창밖의 풍경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멸망한 세계의 밤은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다. 그것은 드래곤들의 시야가 닿지 않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정체 모를 변이 생명체들이 활동을 시작하는 공포의 시간이기도 했다.
"지금 나가는 건 무리다. 태양 빛이 이 정도로 흐릿해졌다는 건 곧 밤이 온다는 뜻이야. 내일 아침, 해가 뜨자마자 작전을 개시한다."
레온의 결정에 아이들은 수긍했다. 굶주림은 여전히 고통스러웠지만, 어둠 속에서 무작정 밖으로 나가는 것은 사냥이 아니라 자살 행위라는 것을 모두가 직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시간을 죽일 수는 없었다. 레온은 탐색조 아이들에게 거처 내부에서라도 쓸 만한 물건이 있는지 즉시 확인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아이들은 각자의 보직에 맞춰 내일의 행동 요령을 숙지하기 시작했다. 긴장이 풀린 몇몇 어린 아이들은 구석에 웅크려 이른 잠을 청했다. 그들의 숨소리가 적막한 로비에 깔리며 전야의 무거운 공기를 채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