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INGS
32화
레온은 그 세 개의 무기를 가지고 다른 사냥조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제이의 눈에는 레온이 여전히 말과 달리 씁쓸해 보였지만, 제이가 손을 쓸 수 있는 것은 적어도 오늘 하루는 없을 것이었다.
밖이 무서워서, 숨고 싶어서 안에 남기로 했던 제이인 만큼 그 누구보다도 위협을 무릅쓰고 나간 이들을 돕고 싶었다. 하지만 바램과 달리 아무도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거처조와 탐색조 아이들도 상당히 지쳐버리기 시작했다. 금방 돌아올 수도 있단 생가과 달리 아무도, 소식도 안 들려 왔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날 수 있는 실버윙이라도 파닥이며 들어와 뭐라도 얘기해 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긴 커녕 아직도 보초조 아이들과 있는 것인지 보이지도 않았다.
결국 반쯤 쓰러진 아이들에게 그들의 대장이었던 제이는 휴식을 알리는 것 외에는 딱히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물론 제이도 지치긴 했지만, 걱정이 되는 마음이 더 컸다.
너무나도 조용했다. 이 곳에 온 뒤로 이렇게 조용한 날은 보지를 못 했는데, 하다 못 해 상태창이라도 말을 걸어줄 법 한데, 모두들 침묵을 지키는 듯 주위엔 정적만 감돌았다.
누구한텐 그 것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었지만 제이에겐 아니었다. 제이는 벌써 나가고 싶어 계속해서 창 밖을 바라보았지만, 밖엔 조용할 뿐더러 무서워서 거처조를 하겠다고, 그래 놓고 한 것도 없이 대장이나 되어놓고, 나가고 싶다고 하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왜 그럴까.
이제 와서라도 나간다면, 계획을 도와주는 것일까, 방해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 속에 묻힌 제이는 온 몸이 따끔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번엔 확실했다. 뭔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도 좋지 않은 일이. 다른 아이들은 느끼지 못 했을 수도 있겠지만, 제이의 촉각이 확실하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때, 거처 구석 구석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무언가가, 그들을 향해 튀어나왔다.
잿빛 쥐 떼였다.
에이온이 비명을 지르며 어떻게든 대처를 해보려고 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단 것을, 아이들은 직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누구 하나가 희생하지 않으면 잿빛 쥐들이 만족할 일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나오는 아이는 없었다. 다른 방식으로 죽어 영웅이 된다면 모를까, 쥐한테 잡아먹히고 싶진 않았던 것이었다.
제이는 온 몸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단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뛰어나가고 싶었다. 마음은 그랬다.
마침내 아이들이 포기하려 하는 순간, 그제서야, 제이의 몸이 움직였다. 공포로 경직되어 있음에도 뜨거운 근육이 삐걱거리듯 조여왔다.
이내 쥐들은 제이를 발견하고 한 순간에 뛰어올랐다.
무서운 것인지, 후련한 것인지, 제이에게 공포는, 고통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눈에 환상의 은빛 용이 비췄다. 잘 가, 제이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쓰러진 제이의 얼굴엔 후련한 듯 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끝(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