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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 2화

13 실버윙
  • 조회수17
  • 작성일2026.02.22

SNOW


2화




눈을 뜬 지 어느덧 보름이 지났다. 눅눅한 종이 박스 안이 세상의 전부였던 우리에게도 시간은 흘렀다. 이제 우리는 제법 단단해진 발톱으로 박스 바닥을 긁을 수 있게 되었고, 비틀거리면서도 서로의 꼬리를 짓밟으며 아장아장 걸음마를 뗐다. 하지만 성장의 기쁨보다 먼저 우리를 찾아온 것은 지독한 ‘허기’였다.



언제나 든든한 요새 같았던 엄마의 품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나였다. 형제들이 엄마의 품에 파고들어 젖을 보챌 때마다, 엄마의 입에선 예전엔 듣지 못했던 쇳소리 섞인 숨가쁨이 터져 나왔다.



어느 날, 나는 젖을 빨다 말고 고개를 들어 엄마를 바라보았다. 그제야 보였다. 윤기 나던 비늘은 푸석하게 일어났고, 단단했던 가슴뼈는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다. 뉴 드래곤은 본래 인간이 주는 고농축 마력 사료를 먹어야만 체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 종이었다. 이런 폐허 속에서 네 마리의 새끼에게 젖을 물리는 것은, 자신의 생명력을 깎아 가루로 만들어 먹이는 것과 다름없었다.



엄마는 더 이상 젖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듯,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그날 밤, 엄마는 우리를 박스 구석에 몰아넣고 처음으로 긴 사냥을 떠났다.



새벽녘, 차가운 인공 눈을 뒤집어쓴 채 돌아온 엄마의 입에는 털이 삐죽삐죽 돋아난 흉측한 생물 한 마리가 물려 있었다. 거대 도시의 하수구에서 마력 찌꺼기를 먹고 자란 커다란 쥐였다.


"자... 이제 이것을 먹어야 한다."


엄마는 쥐의 사체를 우리 앞에 내려놓았다. 비릿하고 역한 냄새가 좁은 박스 안을 가득 채웠다. 형제들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평생 부드러운 젖만 먹어온 뉴 드래곤들에게, 거칠고 단단한 가죽과 붉은 피가 낭자한 쥐는 공포 그 자체였다.



첫째가 조심스럽게 다가가 쥐의 꼬리 부분을 핥아보았다. 하지만 이내 "칵, 카악!" 소리를 내며 거칠게 뱉어냈다. 둘째와 셋째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 그것은 음식이 아니라 독약 같았다. 야생성이 거세된 뉴 드래곤의 본능은 거친 육식을 거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코끝을 찌르는 비린내가 역겨우면서도, 뱃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꿈틀거렸다. 나는 홀린 듯 다가가 쥐의 살점을 베어 물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질기 고 짠 맛. 도시의 오물이 섞인 야생의 맛이었다.


"오독, 오독."


뼈가 씹히는 소리가 박스 안에 울려 퍼졌다. 형제들이 경악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이 비릿한 맛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내 몸 구석구석에 잠들어 있던 기묘한 감각을 깨우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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