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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 5화

13 실버윙
  • 조회수16
  • 작성일2026.02.22

SNOW


5화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을 것 같던 인공 눈이 거짓말처럼 그친 것이다.



하늘을 가리고 있던 기후 조절 장치의 소음도 사라졌다. 셋째는 박스 틈새로 비쳐 드는 희미한 달빛을 보며 기뻐했다.


"눈이 그쳤어! 이제 엄마랑 언니들도 돌아오기 편하겠다!"


셋째는 꼬리를 흔들며 낙관적인 소리를 내뱉었지만, 나는 왠지 모를 소름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눈이 그쳤다는 것은, 이 도시를 덮고 있던 하얀 가피가 벗겨졌다는 뜻이다. 그것은 숨어있던 우리의 흔적이 더 명확히 드러날 수도 있다는 불안한 전조였다. 나는 셋째의 기쁨에 동참할 수 없었다. 오히려 눈이 그친 뒤의 정적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괴물의 입속처럼 느껴졌다.



새벽 두 시, 세 시...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셋째와 나는 서로의 몸을 꼭 껴안은 채 뒤척였다. 배고픔보다 무서운 것은 '혼자 남겨졌다'는 공포였다. 나는 겨우 무거운 눈꺼풀을 내리며 얕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꿈속에서 나는 거대한 늪지에 서 있었다. 발을 떼려 할 때마다 질척이는 검은 진흙이 내 비늘을 타고 올라와 몸을 옭아맸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엄마도, 형제들도 보이지 않았다.


"살려줘! 엄마! 언니!"


목소리를 내보려 했지만 입안 가득 진흙이 차올랐다. 숨이 막혀왔다. 몸이 서서히 아래로 가라앉았고, 머리끝까지 어둠이 덮이기 직전—나는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고 있었다. 차가운 땀이 비늘 사이사이에 맺혔다. 하지만 현실은 꿈보다 더 잔혹했다. 박스 안은 여전히 셋째와 나뿐이었다.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안 되겠어. 나가봐야 할 것 같아."


셋째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막내니 뭐니 따질 때가 아니었다. 우리가 직접 확인해야 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박스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눈이 그친 뒤의 차가운 밤공기가 콧등을 때렸다.



우리가 첫발을 떼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하악! 하아, 악!"


익숙하지만 끔찍하게 변해버린 비명이 샛길 끝에서 들려왔다. 저 멀리서 첫째와 둘째가 미친 듯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비늘은 여기저기 벗겨져 피떡이 되어 있었고, 날개는 꺾인 채 바닥을 쓸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쪽,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저기 있다! 저놈들이 저 구석으로 들어갔어!"


"뉴 드래곤 치고는 꽤나 영악한걸? 하지만 그래봤자 장난감이지."


거친 금속성의 목소리와 함께 강력한 서치라이트 불빛이 좁은 샛길을 집어삼켰다. 인간들이었다. 그들은 손에 마력 제어용 그물총과 몽둥이를 든 채, 즐거운 유희라도 즐기듯 우리 형제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언니!"


셋째의 비명과 인간들의 웃음소리가 뒤섞이며, 평화로운 밤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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