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거는 진짜 찐이야."
이름을 까먹었다. 쟤가 누구더라, 한참 생가하다가 그냥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머리를 그리스도 예수 같이 지저분하게 기른 놈이 종이 위에 소중하게도 담아온 가루를 받아들었다. 이거 말고 마리화나 없나 말하려다 참았다.
샘플인데 한 번 해봐, 장난 아니라니까. 하는 말이 흐릿하게 들려서 눈을 가늘게 뜨고 그 남자애가 하는 설명을 제대로 듣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곧 취해버린 나는 그 가루가 담긴 종이를 손 안으로 구겨 버리며 바닥으로 집어 던져버렸다.
마리화나 같은 건 못 구하냐? 짭도 상관 없는데.
곧 어떤 아이돌 그룹의 멤버라고 했던 남자애가 그것을 주워들어 펼친 채 코로 훅 하고 들이마시는 게 보였다. 습관적으로 자꾸 헛기침을 하면서 코를 찡긋하고 코를 들이마시던 놈이었다. 곧 2초 뒤에 그 애가 뒤로 넘어가며 얼굴을 구긴 채로 욕지거리를 마구 뱉기 시작했다.
야, 대박. 이거 진짜 장난 아니다. 욕을 하면서 옆에 애가 만들어주는 폭탄주를 마셨다. 점점 더 빠르게 취기가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도무지 근원조차 알 수 없는 분노가 서서히 또 치밀기 시작했다.
내가 대충 누구에게 곧 시비를 걸지 나와 자주 어울리던 용들은 다 아는 눈치였기에 나는 웃는 낯으로 맞은편에서 그 가짜 약에 취한 듯 들뜬 남자 애에게 손짓 했다. 시끄러워, 내가 말해도 그 애는 정신이 없었다. 옆에 있는 여자애의 어깨에 제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그 여자애와 잠시 시선이 길게 얽혔다.
여자애는 난처하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전혀 닮지도 않은 그 여자애의 얼굴에서 엔젤의 모습이 겹쳐져 떠올랐다. 엔젤의 떨리던 어깨가 생각이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야야! 야. 시끄럽다고. 좀 가만히 있으라고 시발아.
곧 나는 내가 들고 있던 잔을 그 남자애에게 집어 던졌다. 그 남자애를 스쳐지난 잔이 쾅 하고 벽에 부딪혀 깨지며 소파와 바닥으로 떨어졌다. 분위기가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미쳤냐? 그 애가 비틀거리며 일어났고 곧 누군가가 그 남자애를 말리기 시작했다.
고신 : "어쩌냐, 너 그 약하는 거 저기 다 찍혔는데. 어디 제보해야 니가 덜 쪽팔릴까? 어?"
내 말에 그 애가 주춤거리며 도로 자리에 앉았다. 아주 적막한 분위기에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앉는 대로 역시 기분이 더러웠다.
너 일어나서 춤 좀 춰봐. 너 춤 멤버라며?
그 남자애가 자존심이 몹시도 상하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어? 분위기 좀 띄우라고. 너 예능 나오면 출 거 아니야.
비아냥 거리자 주변에서 누군가 그 남자애가 속한 그룹의 노래를 틀었고 그 애가 마지못한 얼굴로 일어나 설렁설렁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의식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느릿하게 술잔을 건네는 여자애의 얼굴이 또 엔젤로 보였다.
마실 거야?
가끔 너무하다 싶을 때가 있다. 목소리가 저렇게 다른데 어떻게 걔로 보이지? 쳐다보고 있다가 그대로 쾅 테이블 위로 머리를 처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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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까지 연재하는 건 데빌 이후로는 거의 처음 같네요
한동안 짧게 짧게만 썼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