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OW
6화
"잡아! 놓치지 마!"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머리 위로 육중한 그림자가 덮였다. 특수 제작된 마력 제어용 그물이 우리 네 형제를 한꺼번에 덮쳤다. 그물의 차가운 금속 와이어가 연약한 비늘 사이를 파고들었고, 형제들은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며 서로 엉켰다. 2500년의 황폐한 골목, 우리에게 유일한 안식처였던 낡은 종이 박스는 인간들의 무거운 군화 발 아래 힘없이 짓눌려 찢겨 나갔다.
우리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 때였다.
"캬아아악-!"
밤공기를 찢는 날카로운 포효와 함께 그림자 하나가 번개처럼 날아들었다. 엄마였다. 엄마는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 자식들을 구하기 위해 달려왔다. 뉴 드래곤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기세였다. 엄마는 인간의 팔을 물어뜯고 발톱으로 그들의 방호복을 찢으며 미친 듯이 난동을 피웠다.
하지만 인간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듯 입가에 비열한 미소를 띄웠다.
"이게 어디서 감히! 야, 마력 총 써!"
금속성의 굉음이 정적을 깼다. 엄마의 어깨에서 파란 불꽃이 튀었다. 마력 제어용 탄환은 드래곤의 신경계를 순식간에 마비시키는 독극물과 같았다. 엄마는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졌지만, 다시 일어나려 버둥거렸다. 하지만 무자비한 총격은 멈추지 않았다.
엄마의 몸통이 바닥으로 무겁게 떨어졌다. 보도블록 사이로 엄마의 검붉은 피가 번져 나갔다. 엄마는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를 향해 힘겹게 눈을 맞추려 했지만, 이내 그 눈동자에서 생명의 빛이 완전히 꺼져갔다. 우리는 차가운 철제 트럭 짐칸으로 짐짝처럼 던져졌다. 멀어지는 엄마의 사체를 보며 우리는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지만, 트럭의 육중한 문은 가차 없이 닫혔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악취와 비명이 가득한 지하 불법 거래소였다. 쇠창살 안에는 기괴하게 변이된 몬스터들이 광기 어린 눈을 빛내고 있었다. 뚱뚱하고 탐욕스러운 눈을 가진 감정사 사내가 우리를 하나씩 꺼내 살피기 시작했다.
첫째와 둘째, 셋째를 거칠게 바닥으로 내던진 사내가 마지막으로 나를 들어 올렸다. 강렬한 조명이 내 몸을 정면으로 비추는 순간, 사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이, 이것 봐라? 야, 이거 물건인데?"
그는 거친 손길로 내 비늘에 묻은 피와 먼지를 닦아냈다. 그러자 조명 아래서 내 몸이 기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칙칙한 잿빛인 줄 알았던 내 비늘은 사실 서리가 내려앉은 듯 차가운 빛을 내뿜는 은색이었고, 두려움에 젖어 끔벅이던 내 눈동자는 깊은 바다와 같은 담청색이었다.
"은색 비늘에 담청색 눈이라니... 이거 제일 비싼 품종 중 하나 아니야? 땡 잡았네! 이런 건 부르는 게 값이라고!"
사내는 비열한 웃음을 터뜨리며 나를 따로 떼어냈다. 그제야 나는 내 비늘 색과 눈 색이 형제들과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인간들에게 아주 비싼 값어치를 지닌 '상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희귀종'이라는 명목하에 형제들과 분리되어 비단 천이 깔린 좁은 상자 안에 갇혔다. 그것이 내 형제들의 비명을 들은 마지막 순간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