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OW
8화
아주머니의 차에서 내려 도착한 곳은 숨이 막힐 정도로 거대하고 호화로운 저택이었다. 높은 천장에는 수정처럼 빛나는 샹들리에가 달려 있었고,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부드러운 카펫이 복도마다 깔려 있었다. 내가 실려 온 이동용 박스의 문이 열리자, 그곳에는 나를 기다리고 있던 다른 시선들이 있었다.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로 보이는 네 마리의 뉴 드래곤이었다. 그들은 각기 다른 화려한 비늘 색을 뽐내며 나를 에워쌌다. 그중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연핑크색 바탕에 부드러운 크림색 얼룩이 섞인 드래곤이었다. 녀석의 노란 눈동자는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안녕? 난 클라우드야. 만나서 반가워.”
클라우드는 꼬리를 살랑이며 자기 뒤에 서 있는 아이들을 차례로 가리켰다.
“저쪽은 라이트닝, 다크, 그리고 스위프트야. 다들 여기서 같이 지내고 있어. 그런데 넌 이름이 뭐야?”
이름. 그 질문에 나는 숨이 턱 막혔다. 엄마는 우리를 부를 때 그저 '아가'라고 부르거나 낮은 진동음으로 신호를 주었을 뿐이다. 인간들이 정해준 이름 같은 건 나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클라우드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이름이 없어? 그럴 리가… 너도 샵에서 올 때 이름표가 붙어 있었을 텐데? 설마 너, 길거리에서 왔어?”
내가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주변에 있던 라이트닝과 다크가 눈을 크게 떴다. 클라우드는 당황한 듯 앞발을 꼼지락거리며 사과했다.
“미안, 몰랐어. 우리 네 마리는 전부 최고급 샵에서 태어나서… 길거리 출신은 처음 보거든.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대신 사과의 의미로 내가 이름을 지어줘도 될까?”
클라우드는 내 은빛 비늘을 한참 동안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외쳤다.
“프로스트(Frost)! 어때? 네 비늘이 꼭 새벽녘에 내린 서리 같아서 정말 잘 어울려!”
프로스트.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지게 된 나만의 이름이었다. 나는 그 생경한 울림이 나쁘지 않아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이름을 얻은 나는 그들의 보금자리로 안내받았다. 그 집은 생각보다 훨씬 넓었고,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놀이 기구와 푹신한 침대들이 가득했다. 클라우드와 친구들은 그곳에서 아무런 걱정 없이 행복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