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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rst] 23

10
  • 조회수11
  • 작성일01:37






시험 공고가 떴다. 3월이면 엔젤은 서울시 7급 공무원 시험 원서접수를 할 터였다. 예고했던 대로 엔젤은 거의 집에 들어오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그 좁은 독서실에서 보내는 것 같았다. 엔젤과 마주칠 일을 만들지 않았다. 굳이 내가 학원이나 독서실을 가지 않는다면 거의 볼 일이 없다. 가끔은 엔젤이 아예 집을 나가버린 게 아닐까, 확인하고 싶은 심정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때 마다 나는 클럽에서 봤던 엔젤의 환영을 생각했다. 그 환영이 술에 취해 거의 울먹이듯 주절거리는 내 얘기를 들어주고, 나를 일으키고, 나를 집에 데려다 주고 사라져버린 그것을 자꾸 생각했다. 








소파와 한 몸처럼 널브러져 있을 때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예상했던 대로 공무원 시험 준비고 뭐고 때려치우고 본가로 들어오라는 연락이었다. 공무원 시험이라는 게 나와 맞기나 하는지, 당신이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모양이었다. 차라리 집에 붙들어 놓는 게 내가 덜 망가지는 길이라고 옳은 판단을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런 아버지의 당연한 선택에 비릿한 웃음이 났다. 내가 픽 웃자 아버지가 이것이 본인이 주는 마지막 기회이자 투자라고 못 박았다. 아 또 마지막. 나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아니 무슨 투자요, 되묻자 갑자기 스피커 너머로 누나의 인기척이 느껴지더니 아버지의 전화를 바꿔 받은 듯 누나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야, 고신. 아버지 말 들었지? 너 하고 있던 거 다 때려 쳐."



그 말에 자꾸 실실 웃음이 났다. 



"나랑 같이 뉴욕 갈 준비해."



그 말에 웃음기가 싹 가셨다. 



현기증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머리를 움켜쥐었다. 내가 싫다고 말할까봐 급한 듯 누나가 빠르게 말을 이어 하기 시작했다.



"너, 혼자 그렇게 살지 말고 나랑 같이 가. 사업하는 거 이어하기로 했어. 좀 더 크게. 널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가보면 니가 할 일을 찾을 수 있겠지. 여기서 그렇게 사는 것 보다 낫지 않아? 잘 하면 시민권도 딸 수 있고."



그 말에 다시 한 번 웃음기가 싹 가셨다. 기시감에 소름이 돋아났다. 



누나는 뭐가 그렇게 다 쉽고 아무렇지 않을까. 나, 나 또 미국 가? 겨우 대꾸하자 누나가 마지막 기회이자 투자라는 말 못 들었어? 좀 전보다 날카롭게 대답했다. 카페 몇 개 운영하더니 누나가 진짜 뭐 사업가라도 된 거 같아? 무슨 원두 사업이야. 에티오피아도 아니고 무슨 뉴욕에서 원두 사업이야. 시발 미쳤어? 이미 쓰레기처럼 살고 있는 내 말에 설득력이 있을 리가 없다. 



도망칠 곳도 없는 내게 마치 구원자라는 듯 선심 쓰며 말하는 누나의 목소리가 너무 자신감이 차 있어서 뭐라 할 말을 잃어버렸다. 곧 나는 신경질을 내면서 전화를 끊었다. 자꾸 가슴이 답답했다. 마치 자다 불현 듯 가위에 눌린 것처럼 온 몸을 옴짝달싹 못하게 뭔가가 누르는 것 같은 느낌. 



전화를 끊자마자 소파로 전화를 던지며 피가 통하지 않아 경련이 시작된 내 다리를 붙잡았다. 가슴에서 비롯된 또 빌어먹을 통증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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