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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Muse] 3

10
  • 조회수8
  • 작성일02:12






엔젤은 작업실 비밀번호를 눌러 뻔뻔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섰다. 역시나 이젤을 등진 채 팔짱을 끼고 돌아 앉은 고신이 현관문으로 들어오는 엔젤을 다소 불편한 표정으로 올려다본다. 



뭐야, 저거 처음 보는 티셔츤데. 



엔젤은 또 상황도 잊고 그런 것만 보는 자신의 눈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곧 분리된 공간에 있는 더블 사이즈 침대로 시선을 돌렸다. 에이스 침대인지 시몬스 침대인지 모를 그 침대도 에이전시에서 구매해준 것이다. 무려 법인 카드로. 정리 안된 이불이 좀 전에 빠져나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동그랗게 솟아있다. 엔젤은 또 괜히 슬슬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고신 : "앉아 봐."





엔젤은 괜히 뚱한 표정으로 고신을 한 번 쳐다보고는 앉았다. 그리고 곧 눈을 피했다. 고신이 깊게 한숨을 내쉬는 것이 들려온다. 엔젤은 또 미간을 확 구겼다. 내 앞에서 한숨 쉬는 거 싫다고 했지. 아 그렇게 지치면 그냥 그만 하던가. 엔젤은 차마 그 말을 못하고 괜히 입만 잘근잘근 씹었다. 늘 하던 래퍼토리라면 하고도 남았지만 엔젤은 일단 오늘 한 번은 참고 넘어가기로 했다. 3일만의 연락이었기 때문에.



갈기갈기 찢어 버리겠어. 너를 파멸 시키겠어. 



보통 정상인이라면 일상에서 잘 뱉지 않는 아침 드라마 같은 대사 같은 말을 줄줄 읊어 대던 입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 





고신 : "근처에서 있었어?"



아, 좀 천천히 올 걸. 엔젤은 좀 찔렸다. 바보 같이 실수했네. 부르자마자 바로 쫓아온 걸 인증해버린 셈이다. 그러나 엔젤은 도도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 수를 감히 상상도 못한 듯 고신이 좀 상처 받은 표정을 지어 보인다. 



엔젤은 그 표정을 안다. 너 나랑 냉각기에 또 그렇게 잘 싸돌아다닌 거냐를 함축한 표정이다. 그러는 너는 나랑 헤어진 3일 동안 그림 잘 그리고 있었잖아. 그 거슬리는 티셔츠는 뭐야. 그 잘나가는 에이전시 사장이 또 법인카드로 사줬냐. 비꼬고 싶어 미치겠는데 고신의 표정이 몹시 좋지 않아 엔젤은 또 참았다. 



엔젤은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꼬투리라도 잡으려면 그렇게 해야 했는데, 정작 그러다 뭐라도 보이면 단순히 꼬투리를 잡으려고 했던 게 무색하게 진심을 다 해 화를 내곤 했다. 작업실에 다녀가는 용들이라고 해봤자 다 아는 얼굴이고 에이전시 사장이나 그 밑 직원들이 다 인 거 뻔히 아는데. 



평소에 엔젤은 침대를 잘 정리하는 편이라 언제부턴가 고신도 일어나면 곧 잘 침대 이불부터 정리하곤 했다. 3일이 지났다고 주입식으로 새겨놓은 습관이 없어져 버린 건가.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면 되는데 엔젤은 또 비꼬고 싶어서 혹시 뭐 다른 거 없나 빤히 그 침대와 주변을 훑어 내렸다. 





고신 : "뭐 없으니까 찾지 마."


엔젤 : "내가 괜히 이래?"


고신 : "지금 누가 화를 내야 되는 상황일까, 엔젤아."





아 그냥 티셔츠나 물고 늘어지자.





엔젤 : "그 티는 못 보던 거네."


고신 : "이거, 뭐?"





고신은 여름이면 검은 색 무지 티를, 봄과 가을엔 무채색 계열 체크 남방을, 겨울엔 그 착장 위에 대충 검은색 비슷한 색의 후리스나 아무런 로고도 없는 스파 브랜드의 롱 패딩만 입고 다녔었다. 



엔젤이 사다주는 옷은 작업할 때 입는 게 아깝다고 서랍 안에 모셔두고 늘 입던 것만 입었다. 그래도 축복받은 얼굴 때문에 그 특징 없는 밋밋한 패션이 돋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모자 같은 걸로 대충 포인트만 줘도 클럽에 빼입고 나온 애들보다 괜찮아 보였었다. 그 말은 고신은 저런 값나가는 티셔츠 같은 거 걸치지 않아도 내가 난단 그 소리다. 굳이 저런 거 안 받아 입어도 된다고. 내가 주는 것도 아니고.



엔젤은 꼬투리 잡기 전 혹시 짭인가 싶어 명치 쯤 있는 로고가 오 에프 에프 인지 에프 오 오 인지 에프 에프 오오 인지 한참 봤다. 아물대ㅗ 오프 화이트가 확실한 것 같고. 아 그 법카. 고신은 딱 그 명치에 있는 로고를 검지로 찍었다. 그래, 그거. 





고신 : "이거 저번에 그림 사셨던 분이 선물해 줬는데."





꼬투리 잡으려고 한 건데 또 진심으로 슬슬 열이 받기 시작했다. 너 나랑 현백 갔을 때 내가 뭐 사준다니까 죽어도 안 받는다고 정색해서 쪽팔리게 직원 앞에 두고 존나 싸웠잖아. 근데 니 고객이 주는 오프 화이트는 받냐.



빡쳐서 입을 열기도 전에 고신이 대뜸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엔젤은 입을 떼다 말고 사과부터 뱉는 고신의 얼굴을 봤다. 뭔 생각을 하는지 다 읽은 표정이다.





그러니까, 이거는.. 아, 이거는 어쩔 수 없이 받은 거고. 입을 생각 없었는데 요 며칠 내가 빨래를 못해서. 알잖아, 나 티 몇 개 없어서 맨날 돌려 입는 거. 슥슥 미간을 긁어가며 잘도 말한다. 엔젤은 더 해봐라 싶어서 계속 팔짱을 낀 채 삐딱하게 고신을 쳐다봤다. 



점점 빡친 김에 묻기로 했던 과거의 일이 담긴 판도라의 상자가 슬그머니 열린다. 서운했던 일들 하나하나 또 유치하게 막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점점 엔젤은 진심이 되어 가느데 고신은 이것도 아니다 싶은지 미간을 문지르다 말고 아니, 하고 딱 잘라 서두를 뱉는다. 





고신 : "지금 티셔츠가 문제가 아니잖아."


엔젤 : "그럼?"


고신 : "너 또 이상한 애들이랑 술 마셨잖아. 그게 문제 아닌가."


엔젤 : "나 원래 이런 거 알고 만났잖아. 니가 괜찮다며. 그림 그리는 동안 나가 놀아도 돈 터치 노 터치 한다며. 그래놓고 니가 생가하자고 연락 안한 게 문제 아니야? 그러면서 너는 뒤에서 비싼 티셔츠 사주는 년들이랑 여기서 뒹구는지 뭔 짓거리 하는지 내가 알 게 뭐야."


고신 : "내가 그렇게 막 말하지 말랬지."


엔젤 : "막말은 니가 3일 전에 나한테 한 말이 막말이야."


고신 : "내가 괜히 그렇게 말했겠어? 화나서 그런 거지. 진짜 서로 상처 주고받을까 봐."


엔젤 : "내가 더 상처 받았어. 니가 생각할 시간 달라고 해서."


고신 : "그래... 그건 그래. 내 잘못 맞아. 내가 잘못했어. 내가 사과할게, 미안해. 엔젤."


엔젤 : "니는 맨날 말만 그래. 말만 미안하다고 그러고,"


고신 : "말만 그런 거 아니야... 우리 진짜 이러지 말자. 어?"


엔젤 : ".....아 진짜."


고신 : "미안해, 어?"





엔젤이 일어나 작업실 주방에 있는 냉장고문을 확 열었다. 있는 거라곤 제로 칼로리 코카콜라와 삼다수 뿐인데. 조금이라도 껀덕지 걸릴 게 있는지 훑을 것도 없는 냉장고 안을 이 잡듯이 훑었다. 



쾅, 문을 닫는데 뒤에서부터 고신이 엔젤을 감싸 안는다. 넌 꼭 화 풀렸을 때 냉장고 뒤지더라. 아무것도 없어. 엔젤은 엘보로 고신의 배를 쿡쿡 찌르다 괜히 킁킁거렸다. 코튼 크림 냄새와 물감 냄새 같은 퀴퀴한 냄새 같은 것이 확 끼쳐진다. 그래도 에이전시 사장, 그 늙은 여우가 줬다던 향수는 안뿌리는 것 같으니 봐줬다. 



엔젤은 자신의 팔꿈치가 얼마나 뾰족한지 알기에 더 거칠게 저항하진 않았다. 고신은 살았다 싶은지 더 세게 엔젤을 끌어안았다. 너 근데 어디에 있었어? 설마 옥션 갔다 왔어? 어플은 근처에 뜨긴 뜨던데.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묻는 말에 그래, 서울옥션 갔다, 고 대답하진 못했다.



강남 홍대 이태원 다 쓸고 다니는 건 알아도 평창동 그림쟁이들 그림 구경하고 다니는 건 알게 하기 싫었다. 엔젤은 아직 덜 풀려서 대답하기 싫다는 듯 입을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뭐 맛있는 거 먹고 왔어? 그 말에는 고신을 노려보며 내가 밥이 넘어 가겠어? 하고 대답했지만 목덜미에 코를 묻는 고신이 개코인 것을 알고 있다. 너 파스타 먹고 왔구나? 말하는 것에 반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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