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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lse] 1

13 실버윙
  • 조회수21
  • 작성일2026.03.01

[Pulse]


1화




2050년의 서울, 아니 이제는 ‘제4구역’이라 불리는 이 거대 도시는 회색빛 금속의 성벽과 푸른 마력 튜브가 뒤엉킨 기괴한 생명체처럼 숨 쉬고 있었다. 하늘은 대균열 이후 고착된 마나 구름에 가려져 정오에도 납빛이었고, 고층 빌딩 사이를 가로지르는 자기부상 열차들은 찢어지는 듯한 기계음을 내뱉으며 공중을 활공했다.



제4구역 공립 제12중등교육센터의 302호 교실. 이곳은 미래의 역군을 길러내는 교육의 장이라기보다는, 규격화된 부품을 검수하는 공장에 더 가까웠다. 교단 위에는 인간의 외형을 본떴지만 관절마다 은은한 비취색 LED가 점멸하는 교육용 안드로이드, '리터(Lecter)-07'이 서 있었다. 리터의 목소리는 보정된 기계음 특유의 불쾌한 매끄러움을 머금고 교실 안을 울렸다.



“이상으로 오늘 자 마나 공학 기초 수업을 마친다. 학생들은 주목하도록.”



리터의 안구 렌즈가 줌을 조절하며 징 소리를 냈고, 교실 내 모든 학생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13살, 인생의 가장 찬란한 시기를 맞이해야 할 아이들의 눈동자에는 생기 대신 막연한 공포와 기대가 뒤섞여 있었다.



“내일은 전교생 대상 **[마력 적성 검사(Mana Aptitude Test, MAT)]**가 실시되는 날이다. 이는 국가 마력 자원 관리법 제14조에 의거, 만 13세가 되는 모든 시민권자에게 부과되는 의무이자 단 한 번뿐인 기회다.”



리터의 손가락 끝에서 뻗어 나온 가느다란 붉은색 레이저가 아이들의 왼쪽 손목에 채워진 ‘통합 ID 팔찌’를 차례로 훑기 시작했다. 띠릭, 띠릭. 건조한 알람 소리가 들릴 때마다 아이들의 팔찌 속으로 공지문 데이터 코드가 주입되었다.



마력 적성 검사는 단순한 시험이 아니다. 너희의 체내 마나 회로 유무, 대기 중 마나와의 공명 지수, 그리고 영혼의 파장이 어느 계통의 마법 소양에 최적화되어 있는지를 판별하는 절대적인 지표다. 이 검사 결과에 따라 너희는 상급 마나 사관학교로 진학하거나, 일반 기술직군으로 분류된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인생에서 단 한 번, 수정도 재검사도 불가능한 판정이다.”



교실 구석, 창가 자리에 앉은 **아르젠타(Argenta)**는 자신의 팔찌에 들어온 푸른빛의 코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주변 아이들은 벌써부터 술렁이기 시작했다.



“야, 너희 형은 저번에 적성 검사에서 불꽃 계열 나왔다며? 대박이다, 바로 에너지 기업 특채라며?”


“난 제발 치유 계열만 나왔으면 좋겠어. 그럼 평생 돈 걱정은 안 할 텐데.”



아이들의 들뜬 목소리가 아르젠타의 귓가를 스쳐 지나갔지만, 그녀의 손끝은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다. 아르젠타는 자신의 가방끈을 꽉 움켜쥐었다.



이 시대에서 마력은 곧 계급이었다. 대균열 이후 대기 중에 퍼진 마나는 인류의 유전자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마력 적성이 있는 이들은 문명을 재건하는 설계자가 되었고, 없는 이들은 그 설계도 아래에서 소모되는 부품이 되었다. 그리고 그 잔인한 형질은 철저히 **'혈통'**을 타고 흘러내려 왔다.

아르젠타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가계도에는 단 한 줄기의 은혜로운 마력도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학교 문을 나서는 아르젠타의 머리 위로 회색빛 산성비가 섞인 찬 바람이 불어왔다. 후드 모자 틈새로 삐져나온 그녀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그것은 마치 차가운 겨울밤의 달빛을 한 줌 떼어내 녹여 만든 듯한, 기묘할 정도로 매끄럽고 서늘한 은색이었다.



하지만 아르젠타는 자신의 이 특별한 머리카락 색이 원망스러웠다. 대균열 당시 고농도의 마나 방사능에 노출되어 돌연변이로 태어난 ‘실버 본(Silver-born)’의 징표. 이 아름다운 색은 힘의 상징이 아니라, 그녀가 저주받은 환경에서 태어났음을 증명하는 낙인에 불과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중심가를 지나, 녹슨 철골 구조물이 뼈대처럼 드러난 하층민 거주 구역으로 들어섰다. 낡은 빌딩의 12평 남짓한 원룸. 현관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건 사람의 온기가 아니라, 오래된 먼지와 윙윙거리는 노후된 환풍기 소리였다.



“다녀왔습니다...”



아무도 없는 허공에 습관처럼 인사를 던진 아르젠타가 가방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벽면에는 습기 때문에 모서리가 말려 올라간 낡은 가족사진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사진 속에는 군복을 입은 아빠가 있었다. 그는 대균열 직후 급조된 군 부대에 징집되어, 아르젠타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에 이름 없는 전장에서 전사했다. 마력이 없던 그는 방패막이용 보병으로 쓰이다 사라졌다.



그 옆에는 야위었지만 인자해 보이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가난과 마나 중독증에 시달리다 아르젠타를 낳으며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으로, 어린 아르젠타를 무등 태워주던 오빠. 오빠는 아르젠타가 고작 세 살이던 해, 구역을 습격한 마수를 막아내던 자경단에 지원했다가 실종되었다.



가족 중 그 누구도 마력 적성 검사에서 유의미한 수치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그들은 그저 성실하고 평범한, 그래서 가장 먼저 소모되어 버린 ‘비마력자’들이었다.



“마력이 없으면... 나도 그렇게 되는 걸까.”



아르젠타는 냉장고에서 유통기한이 간당간당한 영양 팩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맛조차 느껴지지 않는 걸쭉한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현대 사회에서 마력 적성이 없다는 것은 곧 사회적 사형 선고와 다름없었다. 운동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어 강화 복장 없이도 초인적인 기록을 내거나,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신들린 듯한 예술적 재능을 가진 극소수의 '비마력자 성공 신화'가 뉴스를 장식하곤 했지만, 그것은 아르젠타에게 먼 나라 이야기였다.



마력이 없으면 일반 기업의 사무직 면접조차 볼 수 없었다. 모든 문서 보안과 시스템 운영이 마나 주파수를 기반으로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적성 검사에서 탈락하면, 아르젠타는 평생을 어두운 지하 배수로를 청소하거나 마력 전지의 폐기물을 골라내는 단순 노동자로 살아야 했다. 오빠가 사라지고 아빠가 죽어간 그 굴레를 똑같이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싫어. 그렇게 끝나는 건...”



아르젠타는 교복조차 갈아입지 못한 채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낡은 스프링이 비명을 질렀다. 내일이면 닥칠 그 잔인한 검사.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무능력이 공증되는 그 순간을 상상하자 구역질이 올라왔다.



검사장에서 그녀의 팔찌에 찍힐 수치는 아마도 ‘0.00’일 것이다. 그 숫자가 찍히는 순간, 그녀의 이름은 국가 관리 명단에서 ‘자원’이 아닌 ‘부양 대상 혹은 소모품’으로 분류될 터였다.



창밖으로 2050년의 메트로폴리스가 내뿜는 인공적인 빛들이 아르젠타의 은발 위로 어지럽게 흩어졌다. 본인은 정작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녀가 초조함에 손톱을 깨물 때마다 손가락 끝에서는 아주 미세한, 하지만 그 어떤 마나보다도 밀도가 높은 은빛 입자들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무서워...”



아르젠타는 자신의 무릎을 안고 몸을 웅크렸다. 차가운 절망이 파도처럼 밀려와 그녀의 의식을 덮쳤다.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 은빛 머리카락에 맺혔고, 그 눈물마저 차가운 결정처럼 굳어버릴 것 같은 밤이었다.



아르젠타는 그 지독한 공포와 외로움 속에서, 현실을 회피하듯 깊은 잠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2050년의 마지막 고요함이 그녀의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내일 아침, 그녀의 운명을 영원히 결정지을 그 거대한 기계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으려는 듯이.



+새 작입니다. 

Silver의 줄거리를 고안하셨던 윙퓨리 님이 아이디어 고갈로 인해 그 작을 마무리 짓자하셨네요…

이번에는 윙퓨리 님 대신 제가 직접 줄거리를 짜보았습니다.

(사실 평소에도 제가 줄거리를 짜긴 하죠…)

이 작도 많이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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