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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lse] 2

13 실버윙
  • 조회수20
  • 작성일2026.03.01

[Pulse] 


2화




2050년의 아침은 언제나 차가운 금속성 습기와 함께 찾아왔다. 낡은 원룸의 구석, 녹슨 스프링이 튀어나온 침대 옆 협탁 위에서 구식 아날로그 알람 시계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대균열 이전의 유물인 이 시계는 아빠가 남긴 몇 안 되는 유품 중 하나였다. 아르젠타는 거칠게 눈을 뜨며 상체를 일으켰다.


“하아, 하아….”


심장이 갈비뼈를 뚫고 나올 것처럼 요동쳤다. 어젯밤 꿈속에서도 은빛 귀신들이 그녀의 목을 조르는 환영을 보았다. 아르젠타는 땀에 젖어 뺨에 달라붙은 은색 머리카락을 거칠게 쓸어 넘기며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했다. 집합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단 20분.



그녀는 바닥에 굴러다니던, 유통기한이 어제까지였던 회색 영양 팩의 뚜껑을 이빨로 물어뜯어 열었다. 맛을 음미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비릿하고 미지근한 점막질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라기보다,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다리에 힘을 불어넣기 위한 생존의 몸짓이었다. 아르젠타는 낡은 교복 점퍼를 걸치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



학교로 향하는 제4구역의 거리는 평소보다 한산하면서도 기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거리의 대형 홀로그램 전광판에는 **[D-DAY: 국가 마력 자원 통합 검사 실시]**라는 문구가 붉게 점멸하고 있었다. 아르젠타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달렸다. 폐부 깊숙이 마나 입자가 섞인 매캐한 도시의 공기가 파고들었다. 다행히 학교 정문이 닫히기 직전, 그녀는 교실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섰다.



교실은 평소와 달리 죽은 듯이 조용했다. 늘 떠들썩하던 아이들도 오늘만큼은 입을 굳게 다물고 제자리에 앉아 있었다. 잠시 후, 안드로이드 교사 ‘리터’가 금속 발소리를 내며 교실로 들어왔다.


“전원 출석 확인. 이제부터 대강당으로 이동한다. 열을 맞춰 이동하도록.”


아이들은 마치 도살장으로 향하는 양들처럼 리터의 뒤를 따랐다. 평소 체육대회나 학예회가 열리던 넓은 대강당은 하룻밤 사이에 기괴한 실험실로 변해 있었다. 강당 바닥에는 수백 개의 투명한 강화 유리 캡슐들이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었고, 그 사이사이를 굵은 마력 케이블들이 뱀처럼 똬리를 틀고 연결하고 있었다.



강당 무대 위로 이 학교의 최고 책임자이자 연방 정부에서 파견된 지능형 AI, ‘교장 로봇’이 올라왔다. 그의 가슴팍에 박힌 스피커가 지지직거리는 소음을 내더니, 이내 차갑고 명확한 음성을 내뱉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주목하라. 오늘 너희가 마주할 MAT(마력 적성 검사)는 단순히 개인의 능력을 측정하는 자리가 아니다. 국가라는 거대한 기계 안에서 너희가 어떤 부품으로 쓰일지 결정하는 공정이다. 이제부터 산출될 수치와 그에 따른 등급의 의미를 공표한다.”


로봇의 등 뒤로 거대한 홀로그램 차트가 떠올랐다. 아르젠타는 마른침을 삼키며 그 수치들을 하나하나 눈에 새겼다. 그것은 2050년을 살아가는 인간들의 새로운 계급장이었다.



[국가 마력 등급 분류 및 처우 지침]



F급 (0.00 ~ 10.00): 기초 생존군. 기본적인 시민권 유지가 가능하며, 소기업 면접 기회가 주어진다. 단순 노동직 지원 시 우선 순위를 얻지만, 사회적 성장의 한계가 명확하다.


E급 (10.01 ~ 25.00): 일반 시민군. 은행 대출 승인이 가능해지며, 중소기업 면접권과 정식 시민증이 발급된다. 도시 하부 시스템의 운영 인력으로 분류된다.


D급 (25.01 ~ 40.00): 전문 기술군. 중견기업 면접권이 주어지며, 로봇 제조 및 유지보수 권한을 얻는다. 정부 말단 관리직 취직이 가능한 하한선이다.


C급 (40.01 ~ 60.00): 상위 관리군. 대기업 면접 자격이 주어지며, 정부 정규직 채용 대상이다. 국가 기여도를 인정받아 군면제 혜택이 부여된다.


B급 (60.01 ~ 75.00): 국가 전략 자원. 국가급 인재로 분류되어 정부의 밀착 주시와 관리를 받는다. 거주 구역 선택권이 주어진다.


A급 (75.01 ~ 90.00): 세계급 핵심 자산. 국가 차원에서 신변을 직접 보호하며, 모든 생활 인프라가 무상 지원된다.


• 비고: 현재 인류사에서 90.00 이상의 수치를 기록한 개체는 존재하지 않음.



“검사가 종료되는 즉시, 산출된 등급에 따라 너희는 각각 지정된 이송 구역으로 분리된다. F급과 E급은 하층 거주구로, D급 이상은 중앙 관리국 연수원으로 직행한다. 자, 지체할 시간이 없다. 시작하라.”


로봇의 명령과 함께 수백 개의 캡슐 해치가 동시에 열리며 하얀 증기를 내뿜었다. 아이들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각자의 캡슐로 걸어 들어갔다. 아르젠타 역시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캡슐 앞에 섰다.



‘F급만이라도… 제발 0.00만 아니길.’



가족 중 누구도 마력이 없었다는 사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0.00이 나온다면 그녀는 시민권조차 위태로울지 모른다. 소기업 면접조차 볼 수 없는, 말 그대로 ‘폐기물’ 취급을 받는 삶. 아르젠타는 눈을 질끈 감고 차가운 기계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치이익- 육중한 강화 유리 문이 닫히고, 외부의 소음이 완전히 차단되었다. 좁고 밀폐된 공간 안에서 아르젠타의 거친 숨소리만이 크게 울려 퍼졌다. 잠시 후, 캡슐 내부에 옅은 은청색의 마나 가스가 차오르기 시작했고, 수십 개의 센서가 그녀의 은빛 머리카락과 창백한 피부 위를 훑기 시작했다.



그녀의 운명을 결정지을, 단 한 번뿐인 측정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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