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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lse] 3

13 실버윙
  • 조회수17
  • 작성일2026.03.01

[Pulse]


3화




캡슐 안의 공기는 차갑고 축축했다. 은청색의 마나 가스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자, 아르젠타는 온몸의 감각이 예민하게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기계가 내뿜는 미세한 진동이 뼈마디를 훑고 지나갔다. 폐쇄 공포증이 밀려오는 좁은 공간에서 아르젠타는 두 손을 꽉 맞잡았다.



'제발, 소기업이라도 좋으니 면접만 볼 수 있게 해줘. 아빠처럼, 오빠처럼 사라지고 싶지 않아.'



그때였다. 캡슐의 오른쪽 벽면에서 날카로운 전자음이 울렸다.



삐- 삐- 삐-!



평소 다른 아이들의 캡슐에서 들리던 경쾌한 완료음과는 결이 달랐다. 아르젠타는 굳은 목을 억지로 돌려 옆면의 소형 액정을 바라보았다.



[측정 중… (Analyzing…)]



글자가 불규칙하게 점멸했다. 기계는 무언가 결괏값을 도출해내지 못하고 헛도는 듯한 소음을 냈다. 아르젠타는 심장이 멎을 것 같은 긴장감 속에서 눈을 질끈 감았다. 1초가 1년처럼 느껴지는 정적이 흐른 뒤, 다시 한번 짧은 기계음이 들렸다.



그녀는 떨리는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액정 위에는 붉은색 글자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Result: SP 0.00]



“0.00…?”


아르젠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예상했던 최악의 수치였다. 하지만 이상했다. 교장 로봇이 설명했던 등급 표 어디에도 숫자 앞에 **‘SP’**라는 알파벳이 붙는다는 말은 없었다. 0.00이라면 그냥 F급이어야 했다. 하지만 그 수치가 주는 절망감이 너무 컸기에, 아르젠타는 그 알파벳의 의미를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푸쉭-



캡슐의 해치가 열리며 차가운 증기가 쏟아져 나왔다. 아르젠타는 힘이 빠진 다리를 이끌고 캡슐 밖으로 걸어 나왔다. 주변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높은 등급을 받고 환호하는 아이들과, 낮은 등급에 주저앉아 우는 아이들이 뒤섞여 있었다. 아르젠타는 그 틈에서 유령처럼 서 있었다. 자신은 이제 이 도시에서 지워질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애쓰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르젠타. 식별 번호 7721-A.”


그때, 강당의 정문을 박차고 들어온 검은 제복의 사내들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학교 보안 로봇들이 아니었다. 가슴팍에 금색 독수리 문장이 박힌, 정부 직속의 ‘특수 개체 관리국’ 요원들이었다.


“무, 무슨 일이세요? 저는 그냥 0.00이 나왔을 뿐인데….”


아르젠타의 물음은 돌아오지 않았다. 사내들은 대답 대신 그녀의 양팔을 거칠게 잡아챘다. 13살 소녀의 가녀린 몸은 그들의 완력 앞에 종잇장처럼 힘없이 끌려갔다. 강당에 있던 수백 명의 시선이 아르젠타에게 쏠렸지만, 누구 하나 나서지 못했다. 그녀는 강당 뒤편에 대기 중이던 검은색 장갑 트럭 뒷칸에 짐짝처럼 던져졌다.



철컥, 육중한 문이 닫히고 사방이 암흑으로 변했다. 트럭이 거칠게 출발하자 아르젠타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차가운 금속 바닥에 닿은 뺨이 시렸다. 공포와 극도의 스트레스, 그리고 아침부터 제대로 먹지 못한 허기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아르젠타의 시야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엄마… 오빠….’



결국 그녀는 몰아치는 어둠 속에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르젠타는 눈을 떴다. 코끝을 찌르는 건 지독할 정도로 정제된 소독약 냄새였다. 그녀가 누워 있는 곳은 딱딱한 금속 침대 위였다.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창문 하나 없었다. 벽도, 천장도, 바닥도 온통 눈이 시릴 정도로 새하얀 무채색의 실험실이었다.



자신의 옷은 이미 환자복 같은 얇은 가운으로 갈아입혀져 있었고, 왼쪽 손목에는 학교 팔찌 대신 정체 모를 은색 장치가 채워져 있었다.



정적만이 감도는 하얀 방 안에서, 아르젠타는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때, 그녀의 머릿속에 아까 보았던 기괴한 수치가 다시 떠올랐다.



[SP 0.00]



그것은 ‘마력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이 세상의 측정기로는 담을 수 없는 ‘특별한 파형(Special Pulse)’ 혹은 **‘은빛의 침묵’**을 의미하는 코드였다는 사실을, 아르젠타는 아직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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