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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lse] 4

13 실버윙
  • 조회수16
  • 작성일2026.03.02

[Pulse]


4



정신을 차렸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코끝을 찌르는 지독한 소독약 냄새였다. 아르젠타는 천천히 눈을 떴다. 사방이 온통 눈이 시릴 정도로 하얀 벽뿐인 실험실이었다. 창문 하나 없는 밀폐된 공간. 아르젠타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 얇고 밋밋한 환자용 가운으로 바뀌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몸을 떨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육중한 금속 문이 날카로운 마찰음을 내며 열렸다. 들어온 것은 무서운 어른들이 아니었다. 자신과 똑같은 흰색 가운을 입은 또래 아이들 네 명이었다. 여자아이 둘과 남자아이 둘. 그들은 익숙하다는 듯 방 안으로 들어와 침대에 앉아 있는 아르젠타를 에워쌌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갈색 단발머리의 여자애였다.


“신입이야?”


아르젠타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자, 옆에 서 있던 키 큰 남자애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침대 옆에 걸터앉았다.


“딱 보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이네. 여기 온 지 얼마 안 됐지? 내가 대충 설명해줄게.”


그의 말에 따르면 이곳은 정부가 비밀리에 조직한 단체의 특수 연구소였다. 2050년의 공식적인 시스템인 MAT(마력 적성 검사)에서 측정 불가능하거나 기괴한 반응을 보인 아이들만 골라 잡아 가두는 곳이라고 했다.


“우리처럼 반응이 이상하게 나오는 이유는 보통 세 가지 중 하나야.”


남자애가 손가락을 꼽으며 차근차근 말을 이었다.


“첫째는 인간과 몬스터의 혼혈인 경우. 둘째는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가 뒤틀린 돌연변이. 셋째는 인위적인 실험 때문에 몸이 변해버린 케이스. 여긴 그런 ‘이종(異種)’들을 모아놓고 연구하는 수용소나 다름없어.”


그때 옆에서 팔짱을 끼고 있던 다른 여자애가 끼어들었다.


“이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혼혈인 게 가장 좋아. 대우가 제일 낫거든. 혼혈은 몬스터의 피가 섞여서 신체 능력이 압도적으로 월등하고, 무엇보다 마력이 아예 없을 수가 없거든.”


그녀의 설명은 이어졌다. 혼혈 아이들의 가치는 그들과 섞인 몬스터의 종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다. 몬스터 자체의 등급이 높을수록 그 혼혈인 아이의 등급도 올라가고, 더 좋은 대접을 받는 방식이었다.



아이들은 하나둘씩 자기소개를 하며 본인들의 정체를 밝혔다. 가장 먼저 말을 걸었던 단발머리 여자애는 민첩한 고양이 계열이었고, 설명을 해준 남자애는 거친 힘을 가진 늑대 계열이었다. 뒤에 조용히 서 있던 나머지 둘은 각각 충직한 개 계열과 영악한 여우 계열의 몬스터 혼혈이라고 했다.


“우린 다 혼혈이야. 그래서 여기까지 살아남은 거고.”


늑대 혼혈인 소년이 자신의 팔에 돋아난 거친 털을 보여주며 말했다. 아르젠타는 그들의 눈동자 속에 숨겨진 짐승 같은 안광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혼혈이라서 강한 힘을 가졌다는 그들과 달리, 아르젠타의 머릿속에는 아까 본 결괏값이 떠올랐다. [SP 0.00]. 마력이 전혀 없다는 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어 입술만 깨물었다.



그때, 다시 한번 문이 벌컥 열렸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아니었다. 하얀 방진복을 입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연구원 세 명이 차가운 금속 카트를 밀며 들어왔다. 카트 위에는 날카로운 주삿바늘과 정체 모를 액체가 담긴 유리병들이 정교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잡담은 거기까지. 전원 벽으로 물러나라.”


연구원의 기계적인 명령에 아이들은 익숙한 듯 신속하게 벽 쪽으로 붙어 섰다. 방금 전까지 아르젠타에게 말을 걸던 다정한 기색은 온데간데없었다. 오직 차가운 침대 위에 홀로 남겨진 아르젠타만이 공포에 질린 눈으로 다가오는 연구원들을 바라보았다.


“번호 7721-A, 아르젠타. 1단계 반응 검사를 시작한다.”


연구원이 카트에서 커다란 주사기를 집어 들었다. 바늘 끝에서 투명한 액체가 한 방울 떨어졌다. 아르젠타의 은빛 머리카락이 하얀 조명 아래서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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