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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lse] 5

13 실버윙
  • 조회수14
  • 작성일2026.03.02

[Pulse]


5



연구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아르젠타의 팔에 주삿바늘을 꽂았다. 아르젠타는 몸을 잔뜩 웅크린 채 고통을 기다렸지만, 이상하게도 바늘이 살을 뚫는 감각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생각보다 하나도 아프지 않다는 사실에 아르젠타는 내심 놀라며 눈을 가늘게 떴다.



연구원은 차가운 금속 카트 위에서 몇 가지 주사를 더 꺼내 차례로 놓았다. 그러고는 벽면에 설치된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무언가 수치를 확인했다. 타닥거리는 키보드 소리만이 방 안을 채웠다. 잠시 후, 연구원은 짧은 보고서를 작성하더니 미련 없이 문을 닫고 나갔다.



실험실 안에 다시 아이들과 아르젠타만 남게 되자, 팽팽했던 긴장감이 조금 풀렸다. 아르젠타는 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차라리 자신이 그들이 말한 '혼혈'이었으면 좋겠다고. 몬스터의 피가 섞인 존재라면, 적어도 이 비정한 도시에서 쓸모없는 폐기물 취급은 받지 않을 테니까.



아이들은 하나둘씩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고양이 계열은 '린', 늑대 계열은 '카이', 개 계열은 '한', 그리고 여우 계열은 '미아'였다.



그때, 카이가 턱을 괴며 무심하게 한마디를 던졌다.


"그런데 너, 올해 열세 살이라고 했지? 만약 혼혈인데 이제야 반응이 나타난 거라면... 아주 강한 몬스터는 아닐 것 같아."


옆에 있던 미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맞아. 보통 혈통이 진하고 급이 높은 몬스터일수록 아주 어릴 때부터 신체 변화가 뚜렷하거든. 늦게 나타날수록 약한 몬스터라는 뜻이지."


그 말에 아르젠타는 내심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강한 힘을 원한 건 아니었지만,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급'이 높아야 한다는 사실이 그녀를 다시금 위축되게 만들었다. 역시 자신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어중간한 존재인 걸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문이 다시 열리고 아까 나갔던 연구원이 들어왔다. 그는 아르젠타를 지목하며 짧게 말했다.


"번호 7721-A. 혼혈로 판명되었다. 따라와라."


그 말에 아르젠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기쁨보다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앞섰다. 아르젠타는 아이들의 시선을 뒤로한 채 연구원을 따라 복도로 나갔다. 도착한 곳은 아까보다 훨씬 더 복잡한 기계들이 가득한 제2연구실이었다.


"여기서 2차 연구를 진행한다."


연구원은 아르젠타를 방 한가운데 세워두고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갑자기 연구실의 모든 불이 꺼지며 암흑이 찾아왔다. 아르젠타가 겁에 질려 숨을 들이켜는 순간, 잠시 뒤 천장의 전등이 다시 켜졌다. 하지만 평범한 빛이 아니었다.



전등에서는 기괴한 초록색 불빛이 쏟아져 나와 아르젠타의 몸을 훑었다. 아르젠타는 몸에 이상이 생길까 봐 긴장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평소와 똑같았다. 몸이 가렵지도, 뜨겁지도 않았다. 이어서 빛은 붉은색으로 바뀌어 강렬하게 쏟아졌지만, 역시 아르젠타는 아무런 느낌도 받지 못했다.


"이상하군."


관찰창 너머에서 연구원의 나직한 중얼거림이 들렸다. 잠시 후 연구원이 다시 방 안으로 들어오더니, 말없이 아르젠타의 팔을 잡아끌며 다시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아무런 반응도 없는 그녀의 상태에 연구원의 걸음걸이는 아까보다 훨씬 더 분주하고 초조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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