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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se] 8

13 실버윙
  • 조회수20
  • 작성일2026.03.02

[Purse]


8



새로 들어온 연구원은 피곤에 찌든 눈으로 아르젠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입술이 달싹이더니, 믿기 힘든 단어를 내뱉었다.


“검사 결과가 확정됐다. 번호 7721-A, 아르젠타. 너는 드래곤(Dragon) 혼혈이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방 안은 찬물을 끼얹은 듯 정적이 감돌았다. 벽에 기대어 있던 카이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말도 안 돼! 드래곤이 인간이랑 섞이는 게 가능하기나 합니까? 그건 신화에나 나오는 얘기잖아요!”


연구원은 카이의 외침을 가볍게 무시했다. 그는 복잡한 수치가 적힌 패드만 확인하며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유전자 배열에서 고농도의 용혈(龍血) 반응이 확인됐다. SP 코드가 떴던 이유도, 일반적인 마나 측정기로는 용의 마력을 감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 결과는 확실하다.”


연구원은 할 말을 마쳤다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며 육중한 문을 닫아버렸다.



문이 닫히자마자 아이들이 아르젠타를 에워쌌다. 린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르젠타의 은빛 머리카락을 빤히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드래곤이라니... 드래곤은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등급을 가진 몬스터야. 무려 EX급이라고.”


아르젠타는 ‘EX급’이라는 생소한 단어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EX급이면... 아주 강한 거야? 그럼 나는 무슨 힘을 갖게 되는 건데?”


질문을 받은 미아가 조금은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드래곤은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 문제야. 하늘을 날거나 불을 뿜는 고위 종체라면 축복이겠지만, 사실 대다수의 드래곤 계열 개체들은 힘이 형편없어. 겉모습만 도마뱀을 닮았거나, 마력조차 제대로 못 다루는 놈들이 태반이거든. 실질적으로는 D급도 안 되는 잡룡(雜龍)들이 대부분이야.”


카이도 옆에서 팔짱을 끼며 거들었다.


“맞아. 네가 아까 억제 가스에 멀쩡했던 것도, 어쩌면 네 안의 드래곤 피가 너무 희미해서 마력 자체가 반응을 안 한 걸지도 몰라. EX급이라는 건 그 종족 전체의 잠재력을 말하는 거지, 네가 당장 대단한 힘을 가졌다는 뜻은 아닐 거야.”


아이들의 말을 듣고 나니 아르젠타는 오히려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전설 속의 드래곤이라니 거창해 보였지만, 결국 자신은 그중에서도 가장 약하고 쓸모없는 ‘낙오자’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만약 자신이 가치가 없는 잡룡 혼혈로 판명 난다면, 정부는 자신을 어떻게 처리할까.



하지만 더 이상의 설명도, 찾아오는 이도 없었다. 실험실의 시계가 밤늦은 시간을 가리키자, 천장의 하얀 조명이 일제히 꺼지며 푸르스름한 야간 유도등만 남았다.


“이제 잘 시간이야. 더 고민해봤자 답 안 나와.”


카이가 하품을 하며 벽면의 숨겨진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자 실험실 한쪽 벽이 밀려나며 아이들이 잠을 자는 간이 기숙사 공간이 나타났다. 좁고 딱딱한 침대들이 늘어선 그곳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적어도 아르젠타 혼자 있던 차가운 실험대보다는 나아 보였다.


“가자, 신입 드래곤. 내일부턴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될 테니까.”


아르젠타는 아이들의 뒤를 따라 어두운 기숙사 안으로 발을 들였다. 2050년의 길고도 기괴했던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창문 하나 없는 지하 시설이었지만, 아르젠타는 눈을 감으며 차가운 원룸에 홀로 남겨진 가족들의 사진을 떠올렸다. 자신이 드래곤의 피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면, 사라진 오빠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아르젠타는 은빛 머리카락을 감싸 쥐며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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