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ulse]
9
아르젠타가 눈을 뜬 곳은 잠든 곳이 아닌 꿈 속 세계였다.
휜 눈이 소복하기 덮여있는 겨울의 숲 속. 친황경적이고… 아르젠타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얼마 못 본 순수 ‘자연’ 그 자체의 풍경이었다.
“ 꿈… 인 건가? 꿈이 아니었다면…”
아르젠타는 감탄과 한탄, 그 사이 어딘가의 애매모호한 말투로 중얼거리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서울에선 볼 수 없는 맑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르젠타의, 기억 속의 서울의 메연과 가스로 오염된 서울의 회색 하늘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내가 그 곳 대신 여기서 살 수만 있다면 뭐든지 했을 텐데. 꽉 막힌 곳 대신 이 곳에… 이 곳에서 자유로웠다면,”
아르젠타는 매서운 바람을 맞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그만큼 아름다웠다.
이 곳의 냉기는, 지구의 찌들어 있는 냉혹함의 냉기와 달랐다. 더 순박하고 더 아름답고, 더 고결한, 그런 냉기였다.
“그랬다면 좋았을 텐데.”
아르젠타는 기억의 조각들을 떠올리며 아쉽다는 듯 입김을 불었다. 그 입김은 하늘로 천천히 올라갔다.
아르젠타의 상상 속에서, 그 입김은 자유를 찾으러 떠나는 자신과도 같다고, 그렇다고 묘사되었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돌아가지 않을 순 없을까. 지금이라도, 여기서… 다시, 다시 시작한다면….”
혼자서 중얼거리던 아르젠타의 눈가가 촉촉하게 적셔졌다.
꿈 속에서 죽는다면. 아르젠타의 생각은 곧 거기까지 뻗어버렸다. 꿈 속에서 죽는다면, 현실에서도 죽는 것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아르젠타의 생각에 답변해주는 이는 없었고 아르젠타도 답변을 원하지 않았다.
사람은, 때로는 자신이 원하는 걸 위해서 일부러 알면서도 틀린 걸 믿는다.
퍽—
아르젠타가 무릎을 꿇었다.
쓰러진 아르젠타 위로 그 곳의 눈이 소복히 쌓이기 시작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