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aven]
1
봄이 찾아왔단 걸 일부러 알리려는 듯 봄비가 묘하게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길 바닥을 적셨다.
나는 골목을 돌면서 신경질적으로 고인 물웅덩이를 고의로 밟았다. 촤악 하는 소리르 내며 내 바지를 적셨지만 오히려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그 소리를 듣고 좋아진 기분은 골목길이 끝나고 초등학교가 나타났을 때 감쪽같이 없어져 버렸다.
너무나도 짜증난 마음에 한 숨이 나오지가 않았다. 가슴이 답답하기만 했다. 그 무엇으로도 풀 수가 없을 것 같은 묵직한 기분이었다.
나는 우산을 꽉 쥐며 학교 주변을 서성였다. 학교에 가야 한단 걸 알지만 전혀 가고 싶지가 않았다. 추적추적 들리는 빗소리가 내 마음을 표현해주고 있었다. 짜증, 불안, 피곤…
세상에서 가장 싫은 것 하나를 데라면 무엇을 델 것인가. 난 당연하게도 사람이 많은 장소, 라고 답할 것이다.
그런 대답을 하는 순간에도 말을 하기 위해 심장을 쥐어짜고 터질 것 같은 박동을 숨기려 노력할 것이다. 그리곤 지쳐서 기가 다 빨려버리겠지.
극 I 주제에 자기 발로 사람이 많은 곳에 간단 건 도대체 무슨 자신감일까. 도망치고 싶었다. 학교로부터, 이 세상으로부터. 그냥 혼자 있고 싶었다.
다른 아이들은 내향성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말론 자기들도 내향형이야, 라고 주절주절 늘어놓고 다니지만, 애초에 난 그렇게 얘기를 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들이 내향형이란 말일까.
아니면 내가 너무 공포에 찌들고 불안감에 시달려 살아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 차라리 도망치다 죽는다면 덜 시달리려나.
이런저런, 매일 드는 우울한 잡 생각들을 하다가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안에 들어있는 것이라곤 보잘 것 없는 남색 손목시계 하나뿐이었다.
맨날 이 옷을 입고 맨날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는다. 그리곤 보지도 않을 시계를 만지작거린다.
왜 그러는지를 모르겠다. 내가 4살 때 돌아가신 부모님이 사주셨다고 한다. 나의 생일 선물로. 언제간 꼭 맞을거라며. 그러면 정말 예쁠 거라며.
이제 이 손목시계는 내 손목에 꼭 맞는다. 내 주위엔 이 시계를 예쁘다고 칭찬할 용이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면, 시간은 훅 하고 흘러버린다. 왜 이렇게 빠른 지를 모르겠다. 낙오자인 나는, 그렇게 느낀다. 나만 그런가.
8시 50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난 학교를 노려보았다. 이래봤자 소용이 없다. 6학년 개학식부터 늦었다. 사실은 8시에 여기 와놓고, 왜 이렇게 망설이는 걸까.
피할 수 없단 걸 알면서도.
나는 물웅덩이를 밟으며 학교로 뛰어갔다. 어느새 비가 멈췄는데, 내 마음 속의 비는 아직도 끊기지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안 끊길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으니까.
계단을 밟는 내 발소리와 심장 소리가 엉켜서 들렸다. 그 사이엔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 소리도 섞여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