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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Muse]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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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373
  • 작성일2026.03.07






고신이 까칠한 얼굴로 집을 정리하고 소파에 앉았다. 가만히 앉아있으니 에이전시 직원이 옷 세팅 해주고 머리도 정리해주고 사장이 사전 질문지에 대한 답변 다시 한 번 줄줄 읊어주며 상기시킨다. 고신은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테이블만 쳐다보고 있는데 못보던 텍 같은 게 테이블 아래에 떨어져 있는 게 보인다. 청소 안한지가 한참 돼서 몰랐나보다. 



근데 저거 엔젤 거 같은데. 이건 또 언제 사서 언제 떨어뜨려놓고 갔어. 진짜 이 타이밍에 추억 회상 같은 거 하기 싫은데 텍만 보고 있어도 막 과거로 빨려 들어간다. 



고신이 깜빡이며 텍을 쳐다보는 사이 인터뷰 하러 온 잡지사에서 무슨 대포같이 생긴 카메라까지 대동하고 온 직원이 막 들어선다. 에이전시 사장이랑 그 용들이랑 이야기하는 짧은 시간 동안 고신은 열심히 과거에 푹 절여졌다. 



망원동에서 했던, 엔젤에겐 소소했을 첫 데이트. 고신은 손을 잡느 게 어색하고 부끄러워서 괜히 손 한 번 잡았다가 별도 없는데 별 보라고 하늘에 막 손가락질 하면서 손 풀었었다. 고신은 막 어색하고 부끄러웠다. 



엔젤이 별이 어딨어, 달도 잘 안 보이는 구만 오늘. 그렇게 말하면서도 엔젤은 고신이 하는 손짓을 따라 걷는 내내 하늘을 쳐다봤었다. 그렇게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엔젤의 얼굴을 보는데 막 가슴이 이상했다. 그래서 너 북두칠성 자리 알아? 카시오페아는. 하고 아무 말이나 했다.



북두칠성? 카시오페아? 어딨는데? 모르겠는데.. 엔젤은 유심히 하늘을 보며 인상을 썼다. 아, 저건가. 쟤는 엄청 밝더라. 저거 그 북극성 맞지? 저거 북극성 아니야. 인공위성일 걸. 그런가? 몰라 뭔 상관이야. 웃으면서 하늘에 혹시 별이 있을까 찾는 얼굴을. 고신은 사람들 보든 말든 엔젤을 그냥 꽉 끌어안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저건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애처럼 웃다가 아닌가보다, 하고 시무룩하게 코 찡긋거리고. 고신은 막상 별 보라고 해놓고 하늘 보다 엔젤의 얼굴을 더 많이 쳐다봤다. 그냥 다 씨지인 것 같았다. 그냥 그런 망원동이 왜 이렇게 아름다워 보이는 건지. 



그렇게 싸돌아다니다가 택시 태워 보내놓고 고신은 밤새도록 그림을 그렸다. 뉴 망원, 뉴 하트. 이름 막 붙이고, 가져간 고신의 마음을 다신 환불하지 못하게 텍을 떼어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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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이렇게 연결 될 일이냐고. 고신은 쓰레기통에 그 텍 집어넣으면서 생각했다. 진짜 유난이다. 예술병이 걸려도 단단히 걸렸나 봐. 고신은 괜히 답변지를 한 번 더 쳐다봤다. 하필 눈에 들어온 질문이 그림에 영감을 주는 것들이 있다면? 이란 질문이다. 답은, 우리 엔젤. 엔젤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엔젤이지. 엔젤 없었으면 이렇게 될 수가 없었지. 내가 무슨 평창동에 작업실을.



자학하듯 생각하다가 고신은 질문지를 꾹 구겼다. 다른 질문 안 보이고 그것만 보인다. 이러다가 답변을 진짜 엔젤이라고 할 것 같다. 아니다. 뒤늦게 그렇게 말해봤다 엔젤이 안 믿어줄 것 같다. 



내 뮤즈는 엔젤이었는데, 그 말을 못해줬다. 니가 있어야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고. 그 말을 하고 헤어졌어야 했다. 그 말을 뱉지 않은 이상은 엔젤의 말이 다 맞다. 엔젤 혼자 두고 엔젤 이용해서 그림 그리고 그깟 그림 하나 그리면서 엔젤 기다리게 하고. 



고신이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인터뷰 시작할까요?



말하는 잡지사 직원 팔 붙잡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고신 : "죄송한데요, 인터뷰 나중에 해요."






고신이 얼이 나간 얼굴로 휑하니 재킷을 챙기자 사장이 더 당혹스러워 한다. 왜 이래, 고작가. 지금 이거 몇 번 미뤘는데. 답지 않게 정색하는데 고신의 눈엔 그런 게 안 보인다. 



아 지금 인터뷰고 나발이고 그런 거 안보이거든요. 평소랑 다르게 막 허둥대니 직원들이 다 당황해 한다. 엔젤이 늙은 여우라 부르는 에이전시 사장이 고신의 팔을 붙잡고 괜찮아? 왜 이래 요즘 진짜. 정신 차려. 고신의 팔을 붙잡고선 가는 길을 막아선다. 









질질 고신을 끌고 구석으로 가서 조곤조곤 지금 너 몸값 이 기회에 정점 찍어야 될 거 아니야. 저 잡지사 인터뷰 따오려고 내가 얼마나 개고생했는데. 여태 고분고분 시키는 거 다 들어주다가 갑자기 이상행동 보이니 당황한 듯 하다. 



고작가, 왜 이래 진짜. 저번에 미뤄달라고 해서 미뤄준 것도 나 별 말 안했어. 몸 값 올라가는 거 관심 없는데. 그냥 그림이 좋아서 그런 거지. 그렇게 싸가지 없게 반박하고 싶어진다. 아, 그냥 갑자기 급한 일이 생각 났다구요, 좀. 고신이 언성을 높이자 에이전시 사장 얼굴이 확 굳는다. 고작가, 나 이렇게 실망시킬 거야? 내가 너 어떻게 키웠는데. 





시발 솔직히 막말로 내 그림 사다가 사모들 돈 세탁하는 데 쓰이는 거 모르는 거 아니거든요. 그냥 순진한 척 속아주고 그림 막 그려주니까 누굴 호구로 보나. 막 발끄낳고 싶은데 거기까진 고신도 하지 못했다. 아마 엔젤이었으면 했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뜬금 없이 막 웃음이 났다. 우리 엔젤은 하고 싶은 말 다 해야 되는데.



고신은 팔 붙잡는 에이전시 사장의 손을 뿌리치고 무작정 작업실을 뛰쳐나왔다. 직원 몇 명이 더 쫓아와서 뭐라고 설득했는데 고신은 그냥 바쁘다고 막 뿌리쳤다. 그냥 미친 걸로 보였을 것이다. 그 에이전시랑 계약하고 이렇게 독단적으로 이상한 짓 한 건 처음이다.



가끔 작가들 한 번씩 여행가서 탈주하고 이상한 짓 한 번씩은 다 한다던데 그런 다루기 힘든 중견작가들과 달리 고신은 얌전히 작업실에 틀어박혀서 찍어내듯 그림 그려주고 해서 이런 일이 있을 거라는 예상조차 없었을 것이다. 



막말로 계약 조건도 솔직히 좀 안 좋았는데 돈 보고 그림 그리는 거 아니라서 참았더니. 엔젤 말대로 진짜 늙은 여우 맞네. 별 생각 다 든다.



고신은 시동 걸고 커플 어플 켜서 실시간 엔젤의 위치를 찾았다. 뭐지. 왜 망원동이지. 망원동이 잡힌 건 고신이 평창동으로 이사하고 나서 처음 잡힌 거다. 가보면 뭔가 알겠지 싶었다. 엔젤이 망원동에 있는 이유가 자신 때문일 거란 확신도 없으면서 괜히 막 심장이 두근거렸다. 



뉴 망원, 뉴 하트. 자기가 놓고 간 텍 보면서 미세먼지 때문에 별도 안 보이는 하늘 보는 거 떠올린 건 아는 건지. 고신은 그 때처럼 마음이 막 조였다가 풀어졌다. 



니가 별 거 없는 미대생이던 내 뮤즈가 돼서 영감을 줬다고. 간지럽게 그런 말 하고 싶었었는데. 영영 못하게 될 줄은 몰랐다. 너 이별에 진심이구나. 나는 니가 그냥 나처럼 한 번 질러봤다가 다시 만나자고 연락할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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