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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Muse] 15

11
  • 조회수9
  • 작성일01:28






울고 싶었던 건 고신이었다. 막 눈가가 시큰해지려는데 뜬금없이 하늘에서 뚝 뚝 빗물이 차창 위로 떨어졌다. 거주지 우선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냥 차 우겨 넣고 파라솔 같은 우산 꺼내면서 급격하게 흐려지는 하늘을 쳐다봤다. 우산을 펼치기 애매한 수준으로 오던 빗줄기가 급 굵어졌다. 



우산을 펼치고 옆구리에 낀 다음 열심히 위치를 찾아봤다. 500미터 이내라고 뜨지, 정확한 위치는 뜨지 않는다. 지금 이 시간에 술집에서 노나. 여기 맛집 많다고 소문나서 또 맛집 찾아왔나.



막막해서 아르테미스한테 연락해볼까 하던 거 참고 그냥 근처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새 뭔 상권이 이렇게 변한 건지 고깃집 있던 자리에 공사 덜 끝난 것 같은 인테리어 카페가 오픈 했다. 고신은 거기 잠깐 기웃거리다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네이버에 공연히 요새 망원동 핫플 검색했다가 지금 뜨는 데가 어디에 있나 목록 죽 읽었다. 거슬리게 서치하는 동안 전화 오는 건 다 거부하며 부지런히 검색하는데 바이럴인지 누가 봐도 홍보냄새 풍기는 글들만 가득하다. 엔젤은 이런 거 잘 거르는데.



검색으로 찾기는 힘들어서 그냥 포기하고 정처 없이 걸어 다녔다. 그럴 수록 심장이 더 조이는 것 같다. 망리단길 타고 죽 걷다가 같이 갔었던 아기자기한 소품샵 같은 데 발걸음을 멈췄다. 명품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은근 그런 보세 아이템도 좋아했다. 지가 얼마나 예쁜 줄도 모르고 눈 반짝 거리면서 소품 예쁘다고 돌아보던 게 막 생각났다.



지금이라도 연락해. 커플 앱 보고 있으면 나 망원동인 거 다 알 텐데. 고신은 그냥 걸음 가는대로 막 돌아다녔다. 빗줄기가 더 굵어지고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용들 속에서 혼자 약간 멍하고 느릿하다. 



엔젤이 갈만한 곳 쳐다보고 서 있다가 다시 걷고 그걸 또 반복, 족히 한 만보는 걸었다 싶었을 때 뱅글 돌아 시장 입구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한동안 서서 멍 때리고 있다가 푹 한숨을 내쉬고 주차 해놓은 곳으로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고신은 약간 성질나서 바닥에 버려진 캔 같은 거 살짝 걷어찼다가 소심하게 떨어진 곳에 가서 주워 재활용 수거함에 집어넣었다. 진상 다 됐네. 



좀 처연하고 세상에 혼자 이별한 용 같고, 상처받은 예술인 같다. 그렇게 다시 폰만 쳐다보는데 어플앱의 엔젤이 망원동에서 사라졌다. 망원동에서만 사라진 게 아니라 어플에서 영영. 아예 뜨지 않는 걸 깨닫고 급하게 어플을 새로고침 해봤다.



이거 상대가 그냥 데이터 삭제하면 안 뜨는 거였지. 아 맞다. 우리 헤어졌으니까 지워도 뭐 별 상관은 없지. 고신은 다시 눈 비비고 좀 전까지 잡히던 위치를 다시 눌러봤다. 엔젤이 정말로 어플을 삭제한 모양이었다. 



어플 하나 삭제했다고 이렇게 충격 받을 일인가. 고신은 인도 중간에 떡하니 서서 지나가는 용들 눈살 찌푸려지게 길막하고 계속 지도만 멍하니 내려다 볼 뿐이었다. 





고신은 이 꽉 깨물고, 전화를 걸었다. 전화 몇 번 넘기다가 연달아 한 열 번 거니까 받는다. 





고신 : "투정, 이정도면 지나치게 했어. 나도 더는 못 기다려줘, 엔젤."





그렇게 말하려고 하던 게 아니었는데,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고신은 말해놓고 인상 쓰면서 괜히 주먹만 꽉 쥐었다. 머리라도 쥐어 박을까, 그렇게 까지 말하는데 전화기 너머 엔젤이 말이 없다. 원래대로라면 성질을 내고도 남았다, 분명.





고신 : "얘기 좀 해. 나 갑자기 너 이러는 거 아직 납득을 못하겠어."





인정을 못하는 거겠지, 우리가 헤어질 수 있다는 거. 풀어준 대로 막 가릴 거 없이 끼 부리면서 놀러 다니고, 그렇게 해도 봐주면 니가 떠나지 않을 줄 알았지. 나는 그냥 시시한 미대생일 뿐이었잖아. 고신은 울컥했다. 가슴이 점점 조여드는 기분에 숨을 쉬는 것 마저 괜히 답답하게 느껴졌다. 



엔젤은 또 답이 없고, 고신은 여전히 인도 중간에서 지나가는 용들 길막하고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누가 고신을 신경질적으로 툭 치고 지나가 우산을 떨어뜨렸다. 



그래그래. 이별을 더 만끽해보라고, 더 초라해지라고 고신은 바람에 막 날아가는 파라솔 같은 우산 멍하게 쳐다보기만 할 뿐 따라가지 않았다. 쏟아지는 비를 추적추적 맞으며 엔젤의 대답을 기다렸다. 미세먼지를 잔뜩 머금은 빗줄기가 점점 거세진다. 고신은 뒤늦게 우산을 찾았는데 그새 누가 주워간 모양이었다. 우산 찾는 걸 포기하고 상가 차양에 잠깐 몸을 들였다.



잠깐 사이였는데 온 몸이 잔뜩 젖어버렸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건 엔젤이 대답을 하진 않지만 전화는 끊고 있지 않는다는 것 하나였다. 그거 하나뿐이었다. 





고신 : "화내고 성질내고 나 긁어내는 거 다 참을 수 있어. 근데 헤어지는 건 안돼."





고신은 그제야 더 간절해졌다. 비에 몸이 젖었든 말든 중요한 게 아니었다. 





고신 : "아직 나는 너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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