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신은 결국 못 참고 눈물을 뚝 뚝 흘려버렸다. 누가 봐도 실연당한 용1인 고신이 울면서 전화를 받고 있으니 지나가던 용들이 놀라서 한번씩 힐끔거렸다. 고신은 그 시선을 느끼자마자 등을 돌렸다. 그러면서 촌스럽게 콧물 나올까봐 막 훌쩍였다. 아마 우는 거 다 눈치챘을 거다. 우는 거 보여주는 거 정말 싫은데 자존심이고 체면이고 뭐 그런 거 다 없다.
고신은 질질 짜면서 젖은 소매로 눈물을 닦아냈다. 그런데도 말이 없다. 사랑한다는 말 낯간지러워서 사귈 때도 잘 안 했던 건데, 우는 것 까지 들어놓고 말도 없고. 진짜 독하네. 고신은 더 서러워졌다. 빵, 또 눈물이 터지려는데, 음. 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다시 소매로 눈물을 훔치려다 말고 굳었다.
".....저기........나....아르테미스인데."
너무 놀라서 눈물도 쏙 들어갔다. 뭐야. 어이가 없네.
아르테미스 : "엔젤이 폰 놓고 화장실 가서 내가 대신 받은 거야. 미안.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으려는 생각은 없었는데 나라고 말할 타이밍을 놓쳐서."
고신 : "....."
아르테미스 : ".....무튼 뭐... 그래.... 니 생각은 잘 알겠어."
고신 : "....."
아르테미스 : "미안. 진심으로 일부러 들으려는 건 아니었어.... 어.. 그 마지막에... 애절하게 사랑한다고 한 부분은..... 그 감정 담아서 엔젤 술 깨면 꼭 전해줄게. 내 전공이 연극영화과여서... 잘 살릴 수 있을 거 같아."
고신은 눈가에 남은 눈물을 손가락으로 슬슬 닦으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어딘데요. 망원 피벗, 이따 술 취하면 대충 보쌈해갖구 데려가. 못 이긴 척 차에 따라 탈 거야. 물론 내일 기억은 못하겠지만. 고신은 작게 네.. 하고 대답했다. 야, 쟤도 너랑 진짜 헤어질 생각 없는 거 같거든. 제발, 제발 이번에 붙으면 진짜 좀 제대로 붙어. 주변 용 괴롭히지 말고. 같이 술 마시고 철없는 짓만 하고 다니는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가보다.
머쓱한 고신이 볼에 묻은 눈물을 슥슥 닦고 상가 바깥쪽으로 다시 등을 돌렸다. 비가 천천히 멎어간다. 신기하다. 뉴뉴 망원, 뉴뉴 하트. 고신은 이상한 것들을 잔뜩 생각하다가 또 자신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억지로 초상화를 그려놓고 너를 그린 거라고 핑계대면서 붙잡고 싶다.
지금 이 몽글하고 아픈 마음이면 진짜 뭐라도 하겠어. 고신은 천천히 차가 있는 곳으로 걸었다. 그리고 차에서 대기한 지 정확히 30분 만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두말 할 거 없이 엔젤을 데려가라는 아르테미스의 연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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