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VILLAGE

  • 스토어

  • 틱톡

  • 플러스친구

  • 유튜브

  • 인스타그램

소설 게시판

  • 드래곤빌리지
  • 뽐내기 > 소설 게시판

유저 프로필 사진

[My Muse] 17

11
  • 조회수8
  • 작성일01:59






평소보다 주량을 초과한 엔젤은 말 그대로 술에 떡이 됐다. 아무리 취해서 진상 짓을 해도 완전히 기절한 적은 없었는데. 뒤에서 아르테미스가 엔젤의 등을 받치고 고신이 엔젤을 들쳐 업고, 거의 끌다시피 데리고 가는데 너무 힘들어서 말이 안 나왔다. 



그러나 아르테미스는 할 말이 많은 모양이다. 처음에는 약간 비웃는 얼굴로 어? 엔젤 사랑하시는 분? 하고 손가락질 하고 약간 장난스럽게 웃더니 엔젤을 데리고 나서는 순간부터 정색하고 계속해서 육두문자를 내뱉었다. 어휴, 시발 내가 그렇게 말아 마실 때 알아봤다. 그러게 왜 그렇게 말아주고 그래요. 고신은 힘들어서 생각만 하고 입을 못 뗐다 .



아무리 가벼워도 술 취해서 떡 된 용을 끌고 가는 건 진짜 무리수였다. 중간에 잠깐 벤치 같은 데에다가 널어놨다가 다시 업고 가서 겨우 차에 실었다. 혼자 걸어 내려갈 때 10분도 안 걸리던 거리를, 거의 세배 이상 할애하면서 데려다 놓고 나니 아르테미스의 안색은 극도로 창백해졌다. 고된 노동의 결과인 듯 술이 다 깨버려서는, 다신 엔젤이랑 술을 마시지 않겠다느니 쟤랑 놀지 않겠다느니 뭐 고신이 듣던 중 반가운 소리만 해댔다. 



고신은 추울까봐 시동까지 걸어 놓고 나와서 터덜터덜 힘 빠진 좀비처럼 걷는 아르테미스를 배웅했다. 피벗에 보니까 웬 작은 애가 한명 뻘하게 앉아있던데, 걔한테 가나. 가는 등에 꾸벅 인사를 하는데 뒤에도 눈이 달렸나, 가라 가, 하고 대충 손을 흔들더니 그 지친 좀비같은 걸음으로 사라져 버렸다. 



아, 작업실까지 어떻게 끌고 올라가지. 거기 3층인데... 차 문 잡고 잠시 고민했다. 그냥 근처 엘리베이터 있는 모텔이라도 가야 되나. 어찌해야 되나. 근데 모텔 데리고 왔다고 일어나서 성질내면 어떡하지. 차에서 자야 되는 건 아니겠지. 일어나면 엄청 쑤실 텐데. 



별별 생각 다 하다 차에 탔는데 창문에 머리 기대고 있는 엔젤이 느리게 눈을 깜빡이면서 운전석에 타는 고신을 쳐다본다. 조심스럽게 엔젤의 팔을 붙잡고 엔젤, 괜찮아? 하고 몸을 흔들었다. 그러자 또 느리게 고개를 가로 젓는다. 얼굴이 하얗게 뜬 게 딱 봐도 안 괜찮아 보이긴 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똑바로 고신에게 고정되어 있다. 





엔젤 : "야.... 고신, 너... 얼렁뚱땅.. 또...."


고신 : "엔젤."


엔젤 : "너... 아..... 속 안 좋아. 빨리 가자, 일단."










작업실 앞에 차를 대니 문 열고는 알아서 뛰어 올라가기 시작한다. 고신이 뒤에서 넘아질까봐 쩔쩔대며 따라가는데 정작 엔젤은 단 한번 비틀거리지도 않고 올라가서는 현관문 열리자마자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버린다. 진짜 순식간이었다. 



걱정스럽게 화장실 앞에 서 있는데 몇 번 우욱, 우욱. 하고 뭔가를 쏟아내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세면대에 물을 트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대로 자빠져서 있을까 봐 고신은 좀 초조했다. 그렇게 문 앞에서 잠깐 주저하는 사이 살짝 문고리를 잡으려는데 벌컥 문이 얼렸고, 새하얗게 질린 얼굴에 물을 잔뜩 묻힌 엔젤이 터덜터덜 구부정한 자세로 나와 고신의 품에 안겨 머리를 기댔다. 



마치 헤어졌다는 사실을 까먹은 이처럼. 때문에 어정쩡하게 팔을 잠깐 어쩔 줄 모른 채 펼치고 있다가 천천히 등을 감쌌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편이 낫겠지. 서서히 술이 깨고 상황이 인지가 되면 엔젤이 작업실을 박차고 나갈까 봐 고신은 숨소리를 뱉는 것도 신경 썼다. 



그냥 이렇게 된 김에 그냥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재회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길 바랬던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실제론 얼마 되지 않았을 그 시간이 꽤 긴 침묵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막 고신이 초조해지기 시작할 때 엔젤이 고신의 품에서 몸을 떼어냈다.



창백하던 얼굴에 혈색이 돌기 시작했고 처음 봤을 때 충혈 되어있던 흰자위도 제 색대로 돌아왔다. 좀 전에 차에 태우기 전 막 기다란 빨래 널 듯 길가 벤치에 엔젤을 널어놓았던 게 미안해졌다. 그걸 기억해서는 왜 자기를 그렇게 해놨었냐고 뭐라고 할 것 같았다. 미안하긴 한데 고신은 그런 잔소리가 눈물나게 그리웠다.



투정도 짜증도 예전엔 감당하는 게 버거웠는데 헤어지는 것 보다는 낫지 않나 싶다. 고신은 그냥 가만히 있을까 생각하다가 그냥 손을 잡아버렸다. 이 정도는 헤어진 사이라도 괜찮겠지, 괜히 정당화 하면서. 





엔젤 : "고신."





진지하게 이름을 부르니까 남아있던, 겨우 멀쩡하게 남아있던 멘탈도 다 깨질 것 같다. 저러다 진지하게 우리 왜 이러고 있어, 헤어진 사인데. 하면서 모질게 하고 가버릴 것 같았다. 근데 이상하게 말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까 전화로 엔젤인 줄 알고 아르테미스한테 했던 것처럼 사랑한다느니 어쩌니 하는 그런 애절한 말 같은 게 나오질 않는다.



잠시 엔젤이 한숨을 내쉰다. 고신.. 고신은 숨도 못 쉬고 기다렸다. 갑자기 눈물이 터질 것 같은데 울기 시작하면 평소에 잘 할 수 있는 말도 못하게 되니까. 고신은 눈에 힘 주고 눈물을 참았다. 





엔젤 : "나..."


고신 : "........"


엔젤 : "졸려..."





어?



조금 느릿하게 감겼다 떠지는 눈. 고신은 어? 어? 하고 멍청하게 서 있다가 빙긋이 뒤를 돌았다. 그리고는 침대를 가리키며 뻘하고 멍청하게 어... 올라가서.. 잘래? 하고 말을 좀 바보같이 하며 대답했다. 



엔젤이 또 한숨을 푹 내쉬더니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혈색이 좀 도는가 싶더니 다시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한다. 아, 아 잠시만. 그러더니 이내 도로 화장실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그 사이 후다닥 침대로 달려간 고신은 온수 매트까지 키고 포근한 잠자리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팡팡 배개 내리쳐서 구스 솜을 살려 쿠션감을 줬다. 머리 맡 작은 탁자에 엔젤이 쓰던 스킨 로션 크림까지 다 꺼내 놓고 전에 가져가지 못했던 옷 까지 꺼내놨는데 화장실에서 나온 엔젤은 그대로 침대 매트리스에 다이빙 하듯 뛰어들어 엎드린 채 반쯤 눈을 감고 고신을 쳐다봤다. 



포근한지 금세 잠이 들 것 같은 표정으로 몇 번 더 눈을 깜빡이다가 재차 고신.. 고신, 하고 부른다. 





엔젤 : "나... 자다가 이불에 토하면..... 어떡하지?"


고신 : "이불은 또 사면 되지."


엔젤 : "...고신.. 자다가 나..... 토하면?"


고신 : ".....이불은 또 사면 돼.."


엔젤 : "고신.."


고신 : "이불에 토하면 이불은 또 사면 돼.. 엔젤."


엔젤 : ".....그렇구나... 고신."


고신 : "이불에 그냥 토 해. 엔젤."


엔젤 : "그게 아니구. 나..... 사랑해?"


고신 : "...야... 뭘.. 당연한 소리를."


엔젤 : "얼마나?"'


고신 : "마, 많이 사랑하지."


엔젤 : "많이? 얼마나 많이?... 내가 너... 너 사랑하는 것 만큼?"


고신 : "그 보다 더 많이."


엔젤 : "거짓말."


고신 : "진짜야, 엔젤. 나는,"


엔젤 : "........"


고신 : "엔젤, 있잖아... 엔젤?"





고신이 진지하게 말하는 사이 눈을 감아버린 엔젤이 3초만에 색색 거리며 잠에 들었다. 잠시 엔젤? 엔젤? 부르던 고신이 찬동안 매트리스에 바짝 붙어 엎드린 채 잠이 든 엔젤의 등에 이불 덮여주고 낮춘 자세 그대로 좀 지켜봤다. 



그러다 또 영감 받은 고신은 조용히 작업 구역에 올라섰다. 넘어져있던 이젤을 세워서 침대 쪽을 등지게 두곤 캔버스를 올리고 연필을 쥔 채 심호흡을 했다. 





마이 스윗 뮤즈,



멋대로 유치하게 작품명 붙이곤 또 감성 터져서 그림 막 그렸다. 솔직히 안 닮았다. 예전에도 안 닮게 그렸지. 엔젤이 일어나서 나 안 닮은 거 같은데? 이게 누구야? 뭔 수작이야. 하고 막 뭐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근데 상관 없다. 너 그렸는데 한 번 봐. 시작했던 처음처럼. 니가 연애하자는 말을 말하지 않고 버티지 못하겠다는 듯 사랑스럽게 쳐다보던 그 때 처럼. 모든 걸 원점으로 돌리고 싶다.



고신은 벅차는 마음에 중간에 명치를 꾹 짓눌렀다. 감성 터지고 마음 벅차고. 일어나면 아르테미스한테 해줬던 말 진지하게 해줘야겠다. 사랑한다고. 니가 나의 뮤즈라고. 이별 좀 무르자고.










.

댓글0

    • 상호 : (주)하이브로
    •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영동대로 432 준앤빌딩 4층 (135-280)
    • 대표 : 원세연
    • 사업자번호 : 120-87-89784
    • 통신판매업신고 : 강남-03212호
    • Email : support@highbrow.com

    Copyright © highbrow,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