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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1

11
  • 조회수17
  • 작성일01:53






엔젤이 불편하게 문쪽을 쳐다봤다.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시타엘은 한창 청첩장 얘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인다. 이거 고르는데 한 시간이나 걸리더라, 나도 이럴 줄은 몰랐지. 시타엘이 말하자 하나 둘 씩 농담인 듯 핀잔을 건네며 킬킬 거렸다.



시타엘의 말대로 시타엘은 청첩장의 디자인을 고르는데 꼬박 한시간이 넘는 시간을 할애했다. 엔젤의 눈엔 거기서 거기인 디자인들이었다. 좀 더 솔직히는 선택의 폭이 그리 크지 않아 아무거나 골라도 상관이 없었다. 



음각이 있는 지 없는지에 따라, 컬러감에 따라, 기타 등등의 이유들로 장당 오십원, 백원이, 그리고 심지어 봉투의 겉면에 붙이는 스티커의 재질이나 디자인에 따라서도 십원 이십원 단가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판에 제일 고급지고 제일 트렌디하면서도 제일 예쁜 청첩장 디자인을 고르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엔젤은 시타엘과 자신이 정해놓은 예산 안에 들어오는 디자인이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사실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시타엘이 한 시간 끝에 고민한 디자인을 업체에게 넘기면서 엔젤을 향해 갸웃거렸다. 



오히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엔젤 쪽이었는데 시타엘은 넌 다른 신부와는 다른 것 같다 말했다. 넌 이런 게 고민이 안 된단 말이야? 넌 확실히 다른 신부들이랑은 다른 거 같다. 그 말이 왕왕 귓가에서 울렸다. 



지금도, 물끄러미 테이블 위에 있는 청첩장을 보며 시타엘이 또 그 말을 중얼거렸다. 묘하게 그 말에서 기시감이 느껴졌다. 





"얘는 진짜 다른 신부들이랑은 좀 다른 거 같아."





그 말에도 모두들 손가락질을 하며 킬킬댔다. 그럼 니가 그렇게 죽자 사자 쫓아다닌 엔젤이 그저 그런 다른 여자들이랑 같을 줄 알았냐? 쟤는 다르지, 암. 다르다고. 한 마디씩 보태는 말에 엔젤은 어색하게 웃으며 앞에 담긴 김빠진 생맥주를 삼켰다. 



약간은 미지근해진 맥주가 목구멍을 타고 흐르자 거짓말처럼 그 웃음이 달아났다. 공기가 좀 전 보다 무거워진 느낌이다. 다들 웃고 있는데 엔젤은 웃지 못하니 그런 기류를 먼저 눈치 챈 시타엘이 그런 엔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왜 기시감이 드는가 생각해보니 시타엘이 그 말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식장을 고르고 식대를 고르고 드레스를 맞출 때도 시타엘은 그렇게 말했었다.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같은 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대충은 그런 비슷한 의중이었다. 넌 정말 다른 것 같아.



그래서 좋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엔젤은 그 때는 몰랐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지금은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아, 싫다는 거구나? 늦은 깨달음에 비릿한 웃음이 엔젤의 입 끝에 번졌다. 엔젤이 종국에 피식거리자 시타엘이 엔젤을 따라 어색하게 웃었다. 엔젤이 보기엔 아주 불편한 웃음이었다. 





언제부터 체한 것처럼 속이 불편했던 건지 엔젤은 시간이 지날 수록 윤곽을 드러내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시타엘이 청첩장을 주기 위해 대학 동기들을 만나고 말을 꺼냈을 때 부터 엔젤은 명치 부근에서 희미한 통증을 느꼈다.



시타엘이 먼저 쑥스럽다는 듯 서류가방에서 청첩장을 꺼냈을 때 고신이라 써져 있는 봉투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다가 다른 용들의 몫을 다 전해준 뒤 도로 그것을 집어넣는 걸 보며 다시 그 통증을 느꼈다. 



확실히 체한 것과는 다른 느낌의 통증이었다. 적어도 그 이름을 보지 않았더라면 시타엘을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겨우 청첩장 이야기와 자신이 다른 예비 신부들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들 같은 것으로는 말이다. 





"야야. 니가 몰라서 그런데, 깐깐하게 구는 게 더 피곤한 거야. 드레스 수도 없이 입었다 벗었다 하면서 첫번째 거랑 다섯번째 거 중에 뭐가 어떻게 더 예쁜지 설명해달라 하면은 그거 작문하느라 얼마나 머리 터지는지 너가 아냐? 심플하게 엔젤 처럼 이거 어때? 좋아? 콜. 이게 낫지, 멍청하기는. 요즘 저런 애들 없다니까."





그 말에 시타엘이 유난을 떨며 맞아, 맞아. 난 참 복 받은 놈이지. 하고 웃으며 테이블에 얹어진 엔젤의 손등에 제 손을 겹쳤다. 엔젤은 그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같은 디자인의 반지가 똑같이 네번째 손가락에 있는 것도 똑똑히. 








호프집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그 때도 올드한 취향이긴 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유행이 되는 세상인지라 레트로감성을 즐기는 막 20대의 대열에 들어선 사람들로 10년 전보다 더 붐볐다. 



10년 전에는 없었던 '너는 안주 시킬 때가 제일 예뻐' 라는 조악한 문구를 가진 네온사인만이 그 때와 지금은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또 하나, 엔젤과 시타엘의 관계였다. 그 땐 같이 어울려 다니는 동기들 중 하나였고 지금은 예비 부부사이라는 것.



동기들을 만나 청첩장을 나눠줄 장소가 하필 이곳이라는 것이 엔젤의 마음을 더욱이 불편하게 했다. 어차피 고신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고신을 제외한 대학동기들과는 적어도 이 년에 두어번은 만났다. 따로 따로 보는 걸로 따지자면 횟수는 더 하지만 여섯 명이 다 같이 모이는 것도 연례행사처럼 거르지 않았다. 



고신은 몇 년 전부터는 그런 연례행사마저 불참석하는 아주 바쁜 용의 역할을 자처했다. 엔젤이 알기로는 고신은 취직을 하지 않고 해외여행을 다니며 하던 대로 여유롭게 지내는 듯 했다. 세세히 묻지 않은 것은 알아봤자 그리 유쾌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언젠가 골프 카트에 앉아 활짝 웃고 있는 고신의 사진을 본 뒤로 엔젤은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았다. 





"고신 형 한국에 있는 거 맞지?"





시타엘의 말에 엔젤이 다시 미지근해진 생맥주잔에 입을 갖다댔다. 





파워 : "저번 달에 들어왔는데. 너 전화 해봤어?"


시타엘 : "응. 안 받아서 그냥 문자만 보내놨어. 근데 역시 안오겠지?"


파워 : "청첩장 줘. 내가 전해줄 수 있으면 전해줄게."


시타엘 : "아니야. 이런 건 직접 줘야지."





청첩장을 받으려 손을 뻗은 파워의 손을 만류하며 시타엘이 짐짓 웃어보였다. 시타엘은 그런 고신과 제일 가깝게 지내던 용이었다. 친한 정도를 따지자면 동기 중에서 시타엘과 제일 친했던 건 고신이었다. 



시타엘의 얼굴에 언뜻 묘한 서운함이 깃들었다.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 것 빼고도 시타엘과도 개인적으로 연락을 잘 하지 않는 눈치였다. 너무하네, 형. 조용히 읊조린 시타엘의 눈이 갑자기 거짓말처럼 입구로 난 문쪽을 향했을 때 엔젤이 튕기듯이 몸을 곧추 세웠다. 입구 문 상단에 달린 종소리가 다른 때와 다르게 크게 들려왔다.





엔젤은 마치 죽은 이의 환영이라도 본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것을 봤다. 문을 열고 들어선 것은 정말로 고신이었다. 거짓말처럼, 고신이 10년 전 처럼 문을 열고 두리번거리며 들어서곤 환하게 웃어보였다. 엔젤은 제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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