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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ho-1

14 실버윙
  • 조회수13
  • 작성일2026.03.09

하핫


며칠 동안 제가 진짜 바빠가지구 드디어 돌아오게 되었네요…


그런 의미에서 새 작을 짜보았습니다. 참고로 윙퓨리 님도 바쁘셔 가지고 이 번 작은 저 혼자 연재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많이많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


Echo


1


인공의 요람



사방은 지독한 칠흑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다. 소리도, 무게도, 심지어는 나라는 존재의 부피조차 느껴지지 않는 완전한 공허였다. 나는 그 무거운 적막 속에서 팔을 내저었다. 아니, 사실 그것이 내 팔이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그저 무언가 형체 없는 의지가 허공을 허우적대고 있을 뿐이었다. 감각이 거세된 공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보이지 않는 심연을 유영하는 것뿐이었다.



얼마나 그 상태로 떠돌았을까. 영겁의 시간 같은 찰나가 흐른 뒤, 저 멀리서 바늘구멍만 한 빛줄기 하나가 번뜩였다.



본능이었다. 나는 그 빛을 향해 필사적으로 나아갔다. 저 빛 너머에 내가 잃어버린 뜨거운 태양과 갈기갈기 찢겨나간 기억의 조각들이 있을 거라 믿으며, 나는 온 힘을 다해 그 작은 점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것이 나를 구원할 유일한 동아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가까워질수록 등줄기에 서늘한 전율이 일었다. 그 빛은 내가 알던 생명력 넘치는 황금빛이 아니었다. 그것은 눈이 시릴 정도로 창백하고, 소름 끼치도록 매끄러운 인공적인 백색광이었다. 기계의 차가운 심장에서 쥐어짜듯 흘러나오는, 죽어있는 빛.



'도망쳐야 해.'



영혼이 비명을 질렀다. 저 빛에 닿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가 시작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아니, 멈춰지지 않았다. 빛은 순식간에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듯 부풀어 오르며 나를 집어삼켰다. 저항할 틈도 없이 강렬한 인력이 내 온몸을 난도질하듯 끌어당겼고, 나는 그 차가운 소용돌이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강제로 빨려 들어갔다.



.

.

.



정신을 차렸을 때,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일정한 간격으로 미세한 진동을 내뿜는 하얀 천장이었다.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버거웠다. 안구 위로 뻑뻑한 막이 씌워진 듯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나는 숨을 들이켜려 했지만, 폐부가 굳어버린 듯 공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온몸의 근육은 마치 누군가 강제로 굳혀놓은 석고상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손끝 하나, 발가락 하나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이 무력함. 나는 죽음보다 더한 공포 속에서 필사적으로 내 신경의 끝자락을 붙잡았다.



'움직여. 제발 움직여야 해.'



심장이 미친 듯이 박동하기 시작했다. 펌프질 된 피가 혈관을 타고 억지로 길을 내며 흐르는 감각이 느껴졌다. 한참을 그렇게 보이지 않는 사투를 벌였을까. 마침내 오른쪽 검지 끝에서 미세한 경련이 일었다. 찌릿하고 불쾌한 전기 자극 같은 감각이 손바닥을 타고 손목으로, 다시 팔꿈치로 번져나갔다.


"하아... 윽..."


입술 사이로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폐가 확장되며 차가운 공기가 밀려 들어왔다. 비릿한 금속 냄새와 약품 냄새가 섞인 기분 나쁜 공기였지만, 나는 그제야 내가 살아있음을 실감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이 차가운 빛의 무덤에서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니라는 안도감이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어느 정도 감각이 돌아오자, 나는 삐걱거리는 목 근처의 근육을 억지로 비틀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내가 방금 전까지 누워 있었던 것과 똑같이 생긴, 기괴할 정도로 매끄러운 하얀 캡슐형 침대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내부가 텅 빈 그 기계 덩어리는 마치 누군가를 삼켰다가 방금 뱉어낸 거대한 알껍데기처럼 보였다. 저 안에도 누군가 나처럼 칠흑 속을 헤매다 돌아온 것일까? 아니면 나를 위해 준비된 또 다른 감옥인 걸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몸은 여전히 내 마음을 따라주지 않았다.



나는 다시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려 애썼다. 하지만 머릿속은 날카로운 유리 파편들이 휘몰아치는 폭풍우 같았다. 내가 누구인지, 이곳이 어디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들이 손가락 사이의 모래처럼 빠져나갔다.



'나는... 누구지?'



기억의 심해를 더듬던 그때였다. 찌릿한 통증과 함께 퍼뜩 무언가가 떠올랐다.



이름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름보다 더 본질적인, 내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어떤 사실이었다. 그 생각이 뇌리를 스치는 순간, 나는 내 몸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떨리는 눈동자를 굴려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인간의 부드러운 살결 같은 건 없었다. 그곳에는 은은한 금속 광택을 내뿜으며 촘촘하게 박힌 은색 비늘이 있었다. 마디마디가 굵고 단단한 손가락, 그리고 그 끝에 돋아난 검은 강철 같은 갈고리발톱.



이것은 용의 형상이었다.



하지만 기괴했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존재감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산맥을 발아래 두고 구름을 가르며 날던 그 거대하고 압도적인 육신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왜 나는 지금 고작 인간 정도의 작은 크기로 이 좁은 방 안에 갇혀 있는 것인가? 원래부터 이랬던 것인가, 아니면 이 차가운 방의 주인들이 나에게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가?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내 몸을 덮은 이 은색 비늘조차 내 것인지, 아니면 덧씌워진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가 이 차가운 침대 위에서 깨어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뿐이었다.



머릿속에서 무언가 중요한 단서가 떠오를 듯 말 듯 명멸했다. 내가 이곳에 오기 직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풍경, 누군가의 목소리, 혹은 내가 지켜야만 했던 무언가...



그 기억의 실타래를 필사적으로 붙잡으려 할 때였다.


치이익―


정적을 깨고 방 안의 공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머리 위쪽에서 낮게 웅웅거리는 기계음이 들려오더니, 닫혀 있던 하얀 벽면의 일부가 소리 없이 미끄러지듯 열렸다. 그 틈새로 아까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렬하고 차가운 인공의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갈고리발톱이 돋은 손을 꽉 쥐었다. 아직 이름조차 떠올리지 못한 채, 나는 이 낯선 감옥의 문이 열리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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