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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w-1

14 실버윙
  • 조회수23
  • 작성일2026.03.11

Dew


1


나의 과거는, 음, 솔직히 말해서 다른 아이들보단 파란장만하고 굽이굽이한 이야기이다.


뭐, 적어도 평범한 아이들 축엔 끼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만난 모든 아이들보단 긴 스토리였으니까.



사실은 스토리라 할 것도 없었다. 그냥 멋들여지게 말한 것 뿐이지, 사실 상 어떤 불후한 아이의 13년 정도의 이야기이다. 


다른 이야기와 다른 점은, 실화라는 것과 현실에 찌든 이야기란 것, 정도. 구지 덧붙이자면 내 과거라는 것까지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태어난 곳은, 그리고 자라온 곳은 촌동네이다.


좀 과장되게 말하긴 했지만, 실제로 구석진 곳에 자리 잡은 동네이다. 시골 중에서도 좀 더 시골틱한 그런 시골. 


요즘은 거의 없는 몇 안 되는 촌락 중에 하나다. 아, 이렇게 생각해보면 시골 급도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촌락에는 농촌, 어촌, 산지촌 이렇게 세 개가 있다. 이름에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각각 농사 직고 고기 잡고 산에서 사는 촌락들이다. 



그 중에서도 내가 사는 이 곳은 산지촌이다.


그나마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촌락은 다른 촌락들이 비해서는 꽤나 큰 편이다. 초등학교가 있고, 전교생이 150명 가까이 되니까.


사실은 몇 명만 더 있으면 시골이긴 하다. 그래서 편의상 시골이라고 부르기로 하겠다. 촌락이랑 하면 왠지 멋 없어 보이니까.



이 산동네 마을의 이름은 참 구리게도 자유마을이다. 뭔 동네 이름이 자유마을이지, 싶겠지만 사실 이 곳에 처음 사람이 들어선게 조선 시대니까 이해는 될 것이다.


내가 태어난 집은, 이 마을에서도 가장 허름한 곳에 위치한 집이었다.


아무리 시골에서라도 살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내 부모라는 두 놈은 일을 잘 하지도 못 하고 아는 것도 별로 없다. 한 마디로 직업이 없다.


당연히 짐작이 가겠지만, 직업이 없단 건 찢어지게 가난하단 뜻이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두 사람 다 맞벌이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 마저도 일이 서툴러서 하루에 12시간 넘게 일하면서 최저시급도 겨우겨우 받아낸다.



그렇게 힘들게힘들게 어린 시절을 보내고 드디어 나도 그 더러운 집에서 떠나서 유치원에 갈 수 있는 나이가 찾아왔다. 7살이 된 것이다.


몇 몇 아이들은 집을 떠나 유치원에 처음 가는 것이 무섭다고 징징거렸지만, 솔직히 말해 난 눈꼽만큼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너무 좋았다, 드디어 그 작은 집에서 벗어난 다는 것이.


내 집에 대한 나의 비판은 다 이유가 있다.


가족은 셋이면서 집이라 부르는 곳은 무슨 9평도 안 되는 원룸 수준이고 하다 못 해 거실 빼고 방도 없는데 주방과 화장실도 없어서 산에 올라가서 이것저것 해야 한다.



그게 무슨 집이라고, 지금의 나도, 그때의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튼 그렇게 유치원에 일주일쯤 다녔을까. 그때까지도 난 친구 한 명 사귀지 못 한 상태였다.


난 애초에 친구를 잘 사귀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당시의 난, 아니, 지금까지 난 특이하게도 야구를 좋아했다. 어쩌면 태어나서 지금까지, 항상 그랬을 지도.


유치원 시절에도 내 유일한 친구는 프로야구 밖에 없었다. 


야구 한 번 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다른 아이들은 잘 모를 것이다. 이 퀘퀘한 집에서 야구를 보는 것은 거의 비둘기가 핵폭탄을 만드는 것 만큼 어렵다.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야구를 볼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아까도 말했듯이 우리 집은 매우 가난했기 때문에 티비는 고사하고 웬만한 전자기기 하나 없었다. 그 흔한 핸드폰마저 구식이라 전화만 되는 것들 두 개 뿐이었고 다른 전자기기는 없었다. 아예.


다행히도 이 마을엔 전기는 들어왔다. 들어오는 지역 있고 안 들어오는 지역이 있지만, 다행히 대부분의 장소엔 전기가 들어왔다.



우리 엄마의 맞벌이 장소는 마을에 하나뿐인 카페였다.


그곳에서 나이 사십인 사람이 아르바이트해서 최저시급을 받고 있었다. 나로선 부끄러운 일이었고, 따라서 그 카페엔 딱히 정이 가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곳엔 멀쩡한 소형 티비가 하나 있었고, 마을에서 유일하게 내가 사용할 수 있는 티비였다.


그 티비로,맨날 그 카페에 눌러앉아 야구를 틀어봤다. 어쩌다 보니 사실상 거의 지정석이 되어있다고나 할까.



그렇게 말 없이 유치원을 다니다가, 불과 2주 만에 나로선 하나도 좋지 못 한 일이 터져버렸다.


이 시골 동네에도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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