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w
6
몬스터.
미지의 세계, 혹은 종종 마계라고 부르는 곳에서 온 마법, 아니면 비현실적인 무력을 사용하는 존재라고 익히 들어온 바 있다.
하지만 몬스터는 인간의 판타지스러운 몬스터가 만들어 낸 존재이다. 실재로 존재하지도 않고 그 누구도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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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 미친 거 아냐… ?
나: 저 보라색 모양이… 포털인 건 가? 그러니까, 막 판타지에서 마계 포털 같은 거 나오고 그러잖아.
레인: 그건 ‘판타지’ 잖아. 실버, 현실은 판타지가 아니란 말야. 막장도 아니고 드라마도 아니고 영화도 아니야. 그냥 현실이라고… !
나: 애초에 몬스터가 나오는데 판타지스러운 생각을 안 하는 게 이상한 거 아냐?!
레인: 알아, 근데 만약에… 네가 어떤 동물사전에서 토끼를 봤다고 치자. 그리고 네가 현실에서 그 종의 토끼를 봤어. 그럼 사전 속에 있는 그 토끼랑 똑같겠니 다르겠니?
나: 너 비유 참 못 한다. 토끼랑 몬스터랑 같아?
레인: 아니, 다르지… 근데…
난 더 이상 레인의 말을 듣지도 않고 마을 쪽으로 달려갔다.
확 짜증이 치밀어 올라왔다. 내가 너보다 판타지 더 많이 본 거 알면서. 그러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토끼랑 몬스터랑 같냐고. 물론 그런 뜻은 아니었겠지만, 여전히 나랑 의견이 180도 다른 것 같았다.
뒤에서 레인이 소리쳤다.
레인: 야, 실버! 일로 와봐. 얘기 좀 하자.
나: 왜?
레인: 미안… 나도 적응이 안 되서 그랬어. 근데 솔직히 저 몬스터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모르는 건 맞잖아.
나: 그렇긴 하지… 어쨌든 방금까지 내려온 몬스터는 전부 고블린 같은 쩌리들이었잖아. 처음부터 드래곤 안 나온 게 다행이지.
레인: 드래곤이었으면 우리 이미 다 죽었어 임마.
나: 그래, 그래서 다행이라구. 암튼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레인: 네가 판타지 좋아하는 거 잘 아는데, 그렇다고 현실이 소설일 거라고 상상하지 말라고.
나: 그런 적 없어, 바보야. 누가 저 고블린들에 읊었니? 난 포털인가, 라고 밖에 안 했거든? 그리고 애초에 누가봐도 포털이잖아, 저건.
레인: 아닐 수도 있지. 그리고 고블린이 아닐 수도 있는 거잖아. 쟤네가.
나: 그럼 네 생각에 뭔데. 넌 수학 공식 보고 이 공식이 예시 공식과 달라! 이러면서 문제 푸니?
레인: 그럼 넌 무슨 생각하면서 푸는데?
나: 그냥 풀라니까 푸는 거지, 거기 무슨 이유가 있어?
레인: 그럼 없어?
나: 뭘 얘기하고 싶은 건데!
이 모든 상황에 대해, 레인도, 포털도, 학교도, 촌락도 모든 게 날 짜증나게 만들었다.
온몸에서 화가 치밀어 오를 정도로.
레인: 아까 말했잖아! 현실은 소설이 아니라고!
나: 알겠다고! 뭐가 문제야 대체?!
레인: 넌 마치 이 상황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단 듯이 굴잖아! 난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너 혼자 그러니까…
나: 내가 알겠는 게 네가 모르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내가 설명해주면 되잖아! 그게 뭐가 문제냐고!
레인: 내 말 끊지 좀 말란 말야. 알았어, 알았는데, 내가 짜증난 게 왜 그런 지 알긴 알아?
나: 아니. 알겠니?
레인: 네가 마치 현실이 소설인 것처럼, 네가 주인공처럼 구니까 그렇지!
나: 내가 뭘 했는데? 내가 뭐라고 했어? 고블린하고 포털 얘기 밖에 안 했잖아! 이 정도 가지고 주인공이 어쨌느니 하면, 뭘 말해야 해? 고블린 보고 초록색 몬스터다! 이러면서 무식한 척이라도 해야 하냐고!
레인은 대답이 없었다.
난 한 번 더 그를 몰아부치려고 입을 열었지만 그가 먼저 내 말에 반론했다.
레인: 그럼 넌 이 상황에서 그렇게 침착한 척 해야 돼? 적당히 놀랄 수도 있었잖아… 당황했는데 옆에 있는 애는 그렇게 행동하면, 당연히 기분이 안 좋을 수도 있는 거 아냐? 왜 이걸 이해 못 해주는 건데?
나: 알았어, 미안해. 됐지? 그럼 뭐 어떻게 할 건데. 뭘 해야 해 우리가? 소설 속 직업 아니면 뭘 해야해? 평범하게 학생으로 지내자고?
레인: 아니, 그건 아니지… 나도 알아. 헌터라든지 그런 직업이 생겨날 거란 걸. 너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이 정돈 알아. 근데…
나: 뭐?
레인: 헌터는 막 몸을 엄청 잘 쓰거나 마법을 쓸 줄 알아야 할 수 있는 거잖아. 우린 못 하잖아.
나: 넌 헌터가 되고 싶어?
레인: 응.
나: 왜?
레인: 글쎄… 돈을 많이 벌겠지 하는 생각도 있는 거 같구… 근데 제일 큰 건, 왠지 끌린다고나 할까? 재밌을 거 같아. 위험하겠지만.
나: 그래? 그럼 하면 되잖아.
레인: 근데 능력이 있어야 하잖아.
나: … 그거 알아?
레인: 뭐?
나: 명언 하나만 얘기해도 돼?
레인: 아니.
나: 왜?
레인: 또 어디서 이상한 명언 들고 올 거 아냐. 미국의 어쩌고어쩌고나 유럽의 유명한 누구의… 막 이런 소리 할 거 아냐. 너도 그딴 거 관심 없으면서.
나: 누가 그런 적 있는데. 무슨 일을 하고 싶을 때 그 일이 날 행복하게 해주고 즐겁게 해주면 그 일을 해야 한다고. 능력이 있든 없든.
레인: 좀 바꿨네 그지?
나: 응. 누가 했게?
레인: 맞춰야 돼?
난 대답하지 않고 마을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당연하게도 대답은 들려왔다.
레인: 오타니 쇼헤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