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N.D]
Legends Never Die
1화: 시작되는 시련
스핏이 도착한 곳은 유타칸 수도의 정중앙, 대륙의 모든 마력이 모여든다는 **'드래곤 테이머 아카데미'**였다.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란 스핏에게 그곳은 마치 신들이 거처하는 거대한 성당처럼 보였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첨탑들은 순백의 대리석으로 지어져 태양 빛을 반사하고 있었고, 건물의 벽면마다 정교하게 조각된 고대 드래곤들의 부조는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 생생했다.
거대한 강철 대문 앞에 서자, 육중한 갑주를 입은 경비병들이 스핏을 내려다보았다. 소녀는 떨리는 손으로 입학 통지서를 꽉 쥐며 당당히 외쳤다.
"입학 시험을 치르러 왔습니다!"
엄격한 눈빛으로 스핏의 은발과 담청색 눈을 훑어보던 경비병들은, 본인 인증 마법진에 스핏의 손등을 대보게 한 뒤 조용히 길을 터주었다. 쿠우웅— 소리를 내며 열리는 대문은 마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 같았다.
대문 너머에 펼쳐진 광장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도시 같았다. 분수대에서는 마력이 깃든 물줄기가 무지갯빛을 그리며 솟구쳤고, 곳곳에는 고급스러운 예복을 입은 귀족 자제들과 전 세계에서 모여든 수재들이 저마다의 긴장감을 품은 채 서성이고 있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했던 스핏은 연신 고개를 돌려 주변을 구경했다.
광장 한복판에는 태초의 신, 아모르의 거대한 석상이 세워져 있었다. 자애로운 미소를 띤 채 세상을 굽어보는 아모르의 석상 뒤편으로 가자, 이미 수많은 아이들이 한곳에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곳은 바로 이번 입학생들을 위한 집합소였다.
"모두 모였나? 시간 엄수는 테이머의 기본이다."
낮게 깔린, 하지만 군중의 소음을 단번에 잠재우는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의 시선이 한 남성에게 쏠렸다. 그는 단단한 근육질의 체격에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사내였다.
"나는 너희의 입학 통솔을 맡은 다이제다. 등급은 D+. 미리 경고하겠는데, 이 문을 통과한 이상 중간에 포기란 없다. 겁쟁이처럼 울며 나갈 생각이라면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라."
D+급이라는 말에 아이들 사이에서 거친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수도에서도 D+급이면 소형 길드의 길드장을 역임하거나 국가 요직에 앉을 수 있는 대단한 실력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이제의 허리춤에는 드래곤을 부리는 매개체가 보이지 않았다. 의아해하는 아이들의 눈빛을 읽은 듯, 다이제가 차갑게 덧붙였다.
"나는 드래곤이 없는 테이머다. 내 힘은 내 몸과 마력에서 나오지. 테이머의 길은 다양하다. 너희가 동경하는 드래곤 테이머가 있는가 하면, 드래곤 대신 마법을 부리는 마법사, 검 한 자루로 운명을 개척하는 검사, 신성한 힘으로 동료를 돌보는 성직자와 힐러, 그리고 백발백중의 궁수까지. 각자의 재능은 다르다."
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스핏의 눈을 꿰뚫듯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가장 강한 것은 드래곤과 교감하는 드래곤 테이머다. 가끔 드래곤을 다루면서 마법이나 검술까지 겸비하겠다는 오만한 천재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두 가지 재능을 동시에 지닌 인간은 내 눈으로 본 적이 없다."
다이제의 뒤를 따라 도착한 곳은 아카데미 지하의 깊숙한 홀이었다. 그곳엔 태초의 속성을 상징하는 여섯 개의 석상이 반원형으로 늘어서 있었다.
순수한 빛의 결정 모양, 휘몰아치는 바람의 형상, 투명하게 빛나는 물방울, 생명력이 느껴지는 어린 새싹,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둠의 안개, 그리고 타오르는 불꽃의 모양까지. 각 석상에서는 형언할 수 없는 고대의 압박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이제는 석상들 중앙에 서서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그의 눈빛이 예리하게 빛났다.
"이제부터 너희의 본질을 시험하겠다. 드래곤 테이머가 될 자격이 있는지, 아니면 그저 평범한 인간으로 남을 것인지 스스로 증명해라."
다이제가 손을 들어 올리자 여섯 개의 석상이 동시에 공명하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시련,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