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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6

11
  • 조회수20
  • 작성일2026.03.15






롤렉스 데이저스트 골드, 고신이 엔젤의 손목에 걸어주고 간 그 시계는 시타엘의 말로는 이천만원이 넘는다 했는데 검색해보니 백화점 거래 가격이 삼천만원이 훌쩍 넘었다.



그렇게 모임의 분위기를 깨어놓고 사라진 고신이 시타엘의 연락을 받을 리가 만무했다. 그러나 이 비싼 시계를 선물이랍시고 받을 순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시타엘을 통해서라도 이 시계를 건네며 시타엘을 때린 진짜 이유를 알고 싶었다. 다른 동기들은 모두 취한 김에 하는 장난이라 했지만 그날 그런 고신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장난이라 뭉뚱그려 설명하기에는 뭔가가 부족했다. 



엔젤은 마음이 불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왜 고신이 그랬는지 알아야 그나마라도 괜찮아질 것 같았다. 그리고 3일째나 고신과 연락이 되지 않자 시타엘이 엔젤에게 연락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넌지시 물어왔다. 물론 엔젤도 알고 있다. 자신이 나서야 할 타이밍이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선뜻 나서지지 않는 이유까지도, 모조리 다 알 것 같았다. 



이 기분과 마음에 기시감이 드는 것은 바로 주저하는 자신의 모습이 예전과 너무 똑같기 때문이다. 엔젤은 주저하며 고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끝나더라도 떨림은 멎을 것 같지 않았다. 



얼마 만의 전화인 건지 엔젤은 심호흡을 하며 아무렇지 않게 고신을 부르는 상상을 했다. 고신, 시계 안 가져가? 고신, 도대체 왜 그랬어?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전화를 받는 고신의 목소리에 엔젤은 여보세요도 잊은 채 멍청히 굳었다. 침묵 끝에 먼저 이름을 부른 건 고신이었다. 





고신 - "엔젤"


엔젤 : "고신, 시계.. 가져가야지."


고신 - "시계? 야. 근데 너 밥 먹었어? 나 배고픈데 지금."


엔젤 : "......"


고신 - "만날래? 너 지금 어디야?"





고신과 만나기로 한 곳은 청담동에 있는 한 고급일식집이었다. 입구에서 차를 세워 직원에게 키를 맡기는 고신의 모습이 보였다. 엔젤은 고신의 차가 더 이상은 대학시절 몰고 다니던 아우디 a6가 아니라는 것에 괜히 기분이 이상했다. 그 아우디는 마치 고신의 상징과도 같았으니까. 그 네개의 겹쳐진 원, 순간 열두개쯤 불어나던 그 동그라미를 엔젤은 기억한다. 



마치 상념에 빠진 엔젤을 깨우겠다는 듯이 입구에 선 고신이 웃으며 손을 흔들어보였다. 그 부자연스러움은 취기와 함께 모두 휘발시킨 듯 여유로운 모습 그대로다.





방으로 들어서 고신이 주문을 하고 있을 때 엔젤이 가방에서 조심스럽게 그 시계를 꺼내놓았고 주문을 받은 직원이 사라졌을 때야 그것을 조용히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그에 고신의 눈길이 무심히 그 시계를 훑었다. 마치 길을 걷다 뭔가에 걸려 넘어질 뻔 했던 이가 자신의 발밑에 구르는 돌멩이를 바라보는 표정 같다고 해야 할까. 



엔젤은 좀 더 고신의 앞쪽으로 그 시계를 밀었다. 이미 고신의 손목엔 다른 시계가 감겨 있었다. 





엔젤 : "이 시계 비싸더라."


고신 : "나 원래 비싼 것만 하잖아."


엔젤 : "그래. 알지. 근데 우리는 이런 거 못 해."


고신 : "우리? 아, 너랑 시타엘? 와 벌써 너네 그렇게 서로 세트처럼 합쳐서 부르기로 한 거냐?"


엔젤 : "어쨌든 이거 가져가. 이런 거 흘리고 다닐 용 진짜 너 밖에 없어."





고신은 말갛게 웃어보였고 그 시점부터 엔젤의 가슴 한 쪽이 다시 아리기 시작했다. 그 때 문이 열렸고 조심스럽게 들어온 직원이 엔젤과 고신의 앞에 마실 차를 한잔씩 놓았다. 덕분에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직원이 문을 닫고 다시 자리를 떴을 때 고신은 별안간 한숨을 내쉬었다. 묵직한 한숨 끝에 쇳소리 같은 것이 약간 섞여 있었다.





고신 : "내가 취했어도 정확히 기억하는데. 이거 흘린 거 아니잖아. 준 거로 기억하는데, 너랑 시타엘 한 세트한테 말이야."


엔젤 : "그러니까, 왜 이걸 주냐고. 이 비싼 걸."


고신 : "왜, 주면 안 되냐? 이거 나한테는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야. 그리고 시타엘이 좋다고 받았잖아."


엔젤 : "걔는 장난이었지. 너가 먼저 장난쳤잖아. 우리 이거 안 받을 거라니까."


고신 : "야, 엔젤."


엔젤 : "왜?"





웃음기가 사라진 고신의 흰자위가 붉다. 엔젤은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고신을 보지 못했던 그 3, 4년의 공백 동안 무슨 일이 고신에게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엔젤의 눈앞에 있는 용은 전에 엔젤이 알던 고신이 아닌 것 같았다. 여유로움도 없고 해맑은 웃음기도 사라져버렸다. 그렇다고 고신을 향했던 마음까지 고쳐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알 수 없는 통증이 점점 더 또렷해지고 있을 뿐이다.



난감했다. 또 구역질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고신 : "너 자꾸 내 앞에서 우리 우리 할래?"


엔젤 : "왜 그래, 진짜."


고신 : "너 그거 죄야."


엔젤 : "무슨 죄? 시계 안 받은 죄 말하는 거면 그냥 그 죄 지을게. 알아, 너 돈 많은 거. 근데 이건 아니지. 이걸 어떻게 받니, 우리가."


고신 : "와, 또 우리라고 하네."


엔젤 : "그럼, 우리지. 이제 부부잖아."





그 말은 자신한테 하는 말이었다. 시타엘과 엔젤은 얼마 뒤에 정식 부부가 된다. 벌써 부부인 것처럼 행동을 하고 다니니 지금 부부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것을 엔젤은 잊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약간은 신경질적으로 말을 뱉은 엔젤이 잠시 이마를 감쌌던 손으로 앞에 놓인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손 끝이 살짝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고신 : "너 진짜 나한테 그러면 안 돼. 그건 죄라고."





엔젤은 고신의 말 뜻을 이해할 수 없어 약간 인상을 썼다. 언제부터 고신이 말을 저런 식으로 했떠라, 대학시절 고신이 하는 말은 10할 중 8할이 장난이어서 진지하게 하는 말도 장난인지 괜한 의심을 샀다. 고신에게는 엔젤의 입장에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귈래? 라는 말 같은 것도 장난식으로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엔젤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며 시야를 맑게 하고 고신을 다시 쳐다봤다. 눈자위가 더 붉다. 조금만 더 눈을 깜빡이지 않으면 저 커다란 눈에서 눈물이 떨어질 것 같다. 



얼마나 침묵이 흘렀을까, 탁한 고신의 한숨과 동시에 다시 문이 열리고 고신이 주문한 초밥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그러나 두 용 중 그 누구도 젓가락질을 하며 고급스럽게 놓인 초밥을 건드리는 이는 없었다. 배가 고프다 말했던 고신은 아예 젓가락을 들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뚫어져라 엔젤을 쳐다볼 뿐. 시선이 부담스러운 엔젤이 먼저 젓가락을 집었지만 뭔가를 삼켜낼 기분이 아니었다. 





엔젤 : "장난 그만하고 먹어. 배고프다며."


고신 : "너 진짜 잔인하다, 엔젤."


엔젤 : "뭐래. 너 광어 좋아하잖아. 먹어, 얼른."


고신 : "나는 광어보다 너를 더 좋아해. 몰랐냐?"





엔젤이 그대로 굳었다. 또 그 말이 달팽이관을 타고 무한하게 확장하며 반복적으로 흘러들었다. 엔젤의 시선 끝은 자신이 쥔 나무젓가락에 멈춰져있었다. 고신에게 건네려고 했던 그 젓가락. 뭐라고? 반문조차 사치라 엔젤은 떨리는 제 오른손도 간신히 붙잡았다. 





엔젤 : ".....너 이런 장난 그만 좀 해. 나,"



나 힘들어. 





그 말은 차마 할 수 없어 입을 꾹 다물었다. 시선 끝에 곁눈으로 고신의 모습이 뿌옇게나마 보였다. 고신의 몸이 잠깐 움직이는가 싶더니 또 굳었다. 





고신 : "아, 이런 식으로 말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말이 자꾸 막나가네. 미안한데 엔젤. 나 장난치는 거 아니야. 너는 이번에도 내가 장난이야, 하고 한 발 물러서줬으면 바랄 수도 있겠지만 나 지금 장난치는 거 아니라고."


엔젤 : "......"


고신 : "내 얼굴 봐. 이게 어딜 봐서 장난하는 애 얼굴이야?"





천천히 시선을 끌어 올려 고신의 얼굴을 쳐다봤다. 고신의 눈가가 젖어있다. 붉은 기를 잔뜩 머금은 채, 반박할 수 없게 고신의 눈가에 눈물이 잔뜩 고여 들었다. 그러나 표정은 우습게도 허탈하게 웃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상반된 얼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엔젤은 혼란스러웠다.



정말 고신의 말대로 장난이 아닌 것 같다. 아무리 심한 장난을 쳤어도 고신이 그 장난을 위해 눈물을 보인 적은 없다. 엔젤은 알 수 있었다. 근데 어디서부터 장난이 아니었던 건지는 가늠이 되지 않는다. 지금 고신이, 왜 자신의 앞에서 이러고 있는지 정신이 아득해져 감도 잡히지 않았다. 기묘하게도 그 순간 그 5초 남짓 흐르던 노래를 흥얼거리던 고신이 떠올라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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