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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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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32
  • 작성일2026.03.15







엔젤은 막 스무 살이 되던 그 때 짝사랑이라는 길고 긴 컴컴한 터널 속으로 진입하면서부터 그 점 같이 반짝이는 빛 하나만 보고 숨 가쁘게 내달렸다. 그 터널의 밖을 뜻하는 빛은 공평하게 엔젤이 딱 달리는 그 만큼씩만 멀어져갔다. 엔젤이 멈춰서면 그 빛도 더는 멀어지지 않고 멈췄고, 빠르게 달리면 그 만큼 빠르게 멀어졌다. 



짝사랑을 끝내야 되는 방법 같은 건 애초에 그것을 시작한 이에겐 주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머리를 싸안고 고민을 해도 답이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엔젤은 차라리 그런 고신과 자신의 사이에 거리를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선택은 반은 처음에 원영이 느끼기에는 맞았고 반은 틀렸다. 그 맞은 반은 엔젤의 노력대로 고신과의 사이를 조금 벌어지게 만들었다. 적어도 고신이 엔젤을 따로 불러낸다거나 밤에 불현듯 전화해서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하는 행동 같은 건 하지 않게 됐으니까. 틀린 반은 사이가 약간 벌어진 틈으로 들어선 다른 용들 때문에 질투심에 눈이 멀어 도리어 고신에 대한 마음만 더 자라났다는 것이다. 질투심을 먹고 자라나는 짝사랑의 감정은 놀랍도록 눈물겨웠다. 



물론 그 틈에 파고든 용들 틈에 시타엘도 있었다. 시타엘은 그런 고신과 엔젤의 사이에 파고 들었고, 시타엘을 통해 엔젤은 고신을 느꼈다. 고신과 친하게 지내는 시타엘은 고신의 이야기를 곧 잘 해줬으니까. 엔젤은 고신이 신경 쓰지 않을 걸 알았지만 고신이 보란 듯 그런 시타엘에게 기댔다. 그리고 그런 날이 이어지던 어느 날부터 고신은 다른 여자 동기들을 데리고 바나나우유를 사러 나갔고 엔젤을 향해 돌아보던 그 웃음의 횟수도 줄어들었고 전화도 잘 하지 않았다. 3학년이 되고 난 후부터는 동기 모임이 아니라면 굳이 둘이 만날 일이 없게 됐다. 



그 때가 돼서야 엔젤은 그 선택이 아주 틀렸다는 걸 알았다. 엔젤은 힘들더라도 차라리 제 앞에 고신을 둬야 덜 아프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사이를 어떻게 좁혀야 되는지 알 길이 없었다. 온 마음이 답답하고 시작보다 더 괴롭기 시작했다. 



집에 가만히 누워 천장을 빙긋이 쳐다보다가 그 자신을 괴롭게 만든 짝사랑의 결과가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낳았다는 것을 알았다.





엔젤은 그 밤 미친 척 고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밤에 전화를 건 것은 정말 오랜만이라 고신이 받지 않을 것 같았다. 짧은 연결음 끝에 고신이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받았다.



어? 엔젤. 장난기 가득한 음성에 엔젤은 다시 심장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엔젤은 오랜만에 듣는 수화기 너머로의 고신의 목소리에 코 끝이 아려와 콧망울을 꼭 붙잡고 저 역시 아무렇지 않게 중얼거렸다. 





엔젤 : "고신, 나 드라이브 하고 싶어. 지금 올 수 있어?"



무슨 정신으로 그런 말을 했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면서 엔젤은 차라리 고신이 거절해주길 바랬다. 그 외로움 끝에 종지부를 찍어서라도 고신을 잊어버리고 싶었으니까. 그러나 고신이 일 더하기 일은 뭘까? 하는 질문에 답은 2야. 하고 가볍게 대답하듯이 지금 바로 데리러 갈게, 하고 편하게 말을 해줬을 때 엔젤은 영영 자신이 그 짝사랑이라는 긴 긴 터널을 빠져 나올 수 없을 거라는 걸 알았다. 





그 밤 고신과 남양주를 돌았다. 창 밖을 쳐다보는 척 했지만 창 밖의 풍경 따윈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고신은 말 없이 차량 내부에 흐르는 음악의 볼륨을 높였다. 엔젤은 턱을 괴고 창밖을 보는 척 창에 비친 흐릿한 고신의 얼굴에 집중을 했다. 점점 더 스피커 볼륨이 높아졌다. 대화라는 것이 필요치 않도록. 



어째서 고신은 그렇게 생겨 먹은 걸까. 왜 자신을 저렇게 좋아하도록 만들까. 그 날 엔젤은 집 앞에 내려주는 고신의 팔을 붙들었다. 입 밖으로 좋아한다는 말이 차올라 뱉어버리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정말 우습게도 그 순간엔 그 말을 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죽어버릴 것 같은 마음도 모르는 채 고신의 웃는 눈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반짝거리기만 했다. 





고신, 있잖아. 



엔젤의 말에 고신이 장난스럽게 아니, 몰라. 잘라내며 저답게 웃었다. 엔젤은 고개를 저었다. 입을 열어 나 너 좋아해. 아주 오래 전부터 너만 좋아했었는데 넌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하고 말하고 싶었다. 아예 고신과 제 사이를 확실히 벌릴 수 있는 단 한번 뿐인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엔젤은 자신이 무엇을 겁내는지도 너무나 잘 알았다. 그 잠시 벌어진 틈도 견디지 못하고 외롭다 생각하는 자신에게 거절이 뻔한 고백은 너무나 큰 무리수였다. 엔젤은 고신의 팔을 놓았다. 그러자 다시 고신이 엔젤의 손을 잡았다.



고신이 웃으며 엔젤에게 말했다. 엔젤, 너 나 피하는 줄 알고 내가 그동안 얼마나 서운했는지 알아? 고신의 손이 뜨거웠다. 엔젤은 그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 뜨거운 손만 쳐다봤다. 엔젤은 눈가가 시큰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고신 : "너가 오늘 전화 안 했으면 아마 내가 너한테 전화했을 거야. 우리 사이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고신의 그 다정한 말이 칼날처럼 엔젤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속도 모르면서 잘도 파고들었다. 자 이제 진짜 하려던 말 말해봐. 고신이 이어 말했을 때 엔젤은 겨우 떨리는 심장을 붙잡고 고신을 쳐다봤다. 눈빛에 감정이 깃들어 있을까 부러 눈에 힘을 주며. 스르륵, 고신의 손이 엔젤의 팔목을 놓는 것이 느껴졌다.





엔젤 : "고신, 넌 참 좋은 애야. 알지?"


고신 : "참 나, 그 말하려고 뜸 들인 거야?"


엔젤 : "칭찬하는 거잖아. 너 좋은 용이라고."




엔젤의 목소리 끝이 살짝 울음으로 떨렸다. 때문에 서둘러 입을 다물고 차 문을 붙잡은 고신을 쳐다봤지만 고신은 그 떨림까진 귀담아 듣지 못한 눈치였다. 



고신이 차 문을 열고 몸을 반만 넣으며 들어가, 공기 춥다. 말하곤 운전석에 앉는 걸 보며 엔젤도 등을 돌렸다. 등 뒤로 운전석을 닫고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신의 차가 천천히 단지 입구 쪽으로 인접하는 것이 느껴졌고, 엔젤은 라이트 불빛에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 등을 돌려 그 쪽을 쳐다봤다. 때문에 눈이 부셔 차창을 완전히 내린 고신의 실루엣만이 겨우 보였다.





고신 : "야. 심심하면 또 불러. 나 간다."





그 말을 끝으로 고신의 차는 풀악셀을 밟은 듯 머플러가 터질 듯 요란한 소리를 내며 빠르게 엔젤의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가 버렸다. 















고신 :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에 나오는 애들은 선 그을 때 딱 그렇게 말하더라. 너는.... 너는... 참 좋은 애야. 그 말이 얼마나 미치고 비참하게 만드는지 말하는 당사자는 몰라."





엔젤이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고신을 쳐다봤을 때 고신은 자신의 앞에 있는 롤렉스 시계를 꾹 움켜쥐었다. 얼마나 세게 쥔 건지 손에 자국이 남을 것만 같았다. 고신의 커단 눈동자가 세차가 흔들렸다. 말을 쉴 새 없이 뱉어내는 어조에는, 말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무렵엔 힘이 다 빠져 한숨처럼 느껴졌다. 





"잠시만,"



고장 난 라디오처럼 주파수가 끊어지는 목소리로 엔젤이 고신의 말을 끊었다. 이건 뭔가 이상하다. 고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정리를 해봐야 했다.





엔젤 : "잠시만.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누가 누굴 좋아해? 좋은 애? 그 얘기는 지금 왜 꺼내는 거야? 아니, 아니. 지금 너가 하려는 말이 뭐야. 나 헷갈려. 그러니까 그냥 이해하기 쉽게 말해줘. 간단하게 말하란 말이야."





엔젤의 머리가 스마트 기기였다면 과부하를 알리는 알림이 수십 번도 넘게 울려댔을 것이다. 엔젤의 머릿속에는 이미 그와 같은 신호가 계속 울려댔다. 용량 초과라고 더 이상 데이터를 주입하지 말라고. 엔젤은 터져버릴 것 같은 머리를 간신히 받치고 앉아 눈 한번만 깜빡이면 울 것 같은 고신의 얼굴을 혼이 나간 용처럼 쳐다봤다. 





고신 : "나 너 좋아했다고. 아니 좋아한다고! 10년이나 넘게, 미련하게 너 하나만 좋아한다고. 됐어? 이제 심플해? 이제 이해가 좀 되냐? 어?"





말 끝에는 고신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그 정도로 힘겹게 말을 마친 고신이 이번엔 제 손에 쥐고 있던 롤렉스시계를 던지듯 엔젤 쪽으로 넘겼다. 툭, 테이블을 타고 미끄러지며 그 아래로, 엔젤의 다리 위에 떨어졌다. 묵직한 금속이 닿은 다리는 마치 커다란 바위가 찍어내린 듯 아팠다. 통증이 점점 다리를 타고 위쪽으로 올랐다.



고신이 말한 것과는 다르게 심플하지가 않다. 그 때문에 이해가 어려웠다. 누가 누굴 몇 년 동안 어떻게 좋아해? 지금 내 얘기 하는 거야? 비아냥조로 반문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은 엔젤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떨어진 시계를 도로 주워 올렸다. 탁, 세게 테이블 위로 올려두자 고신이 작게 시발, 하고 읊조렸다. 



고신의 입에서 욕이 나오는 건 처음이었다. 엔젤이 놀란 건 그 욕 때문만은 아니다. 욕을 하는 동시에 테이블 위로 고신의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놀란 건 사실 그 눈물 때문이었다. 엔젤은 입을 다물고 앉아 고신의 그 눈물을 지켜봤다. 수 없이 고신 때문에 울었던 그 눈물과 비교해보면 턱 없이 모자랄 눈물 한 방울이 믿기지 않았다. 고신이 엔젤 때문에 운다는 건 엔젤의 상상 속에서도 없던 일이다.





고신 : "그러니까 그거 받아. 나 그거 도로 가져갈 자신 없다."





좀 전 고신이 그랬던 것처럼 롤렉스 시계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 단단한 금속성 물체는 손바닥으로 파고들면 파고들었지 알아서 깨져 버릴 리 만무했다. 완전히 제 얼굴을 손바닥으로 덮은 고신이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걸 보며 엔젤은 가슴 안에 있던 그 불편한 통증의, 제 모양을 갖춰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을 느꼈다.



안 돼. 이건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아직도 고신을 사랑한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엔젤은 그 시계를 고신에게 집어 던졌다.





엔젤 :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시계를 배 쪽에 맞은 고신이 손바닥을 조금 떼어내고 엔젤을 쳐다봤다. 하얗게 질려가는 엔젤의 얼굴처럼 하얗게 질려버린 엔젤의 손끝이 마치 피아노 연주자처럼 테이블 위에서 덜덜 떨어가며 움직였다. 동그랗게 확장된 고신의 눈동자가 그 떨림을 잡아챘다. 뭔가 이상한 기류가 엔젤에게 흐름을 감지한 듯 벌겋게 된 눈에 눈물이 조금 멎어있다. 오히려 그 눈물은 엔젤에게 옮겨 간 것인지 엔젤의 눈가가 점점 더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3일 전 고신이 몇년만인가 등장하면서부터 엔젤은 내내 울고 싶었다.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 고신의 모습과 행동, 그리고 그런 고신을 보는 자신의 마음에, 짝사랑이라는 감정에 미련이라는 불길한 먼지까지 들러붙어 있는 걸 확인하고는 구역질이 아니라 오열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 오히려 울고 싶은 건 엔젤 쪽이었다. 그건 지금도 유효한 일이다. 





고신 : "야.. 너 뭐야?"


엔젤 : "내가 묻고 싶은 말 니가 하지 마."


고신 : "니라니, 너무 하다."


엔젤 :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말 할 기운이 있어?"


고신 : "그럼 지금 이 상황에서 뭔 얘기를 해. 결혼 축하한다는 말이라도 들어야 속이 시원하겠니?"


엔젤 : "야. 장난치지 말라고. 똑바로 말해, 고신. 너 나 좋아한다고 했니? 지금 좋아한다고 했어? 과거형이야, 진행형이야. 그것만 말해."


고신 : "아. 다시 말해줄게. 사실은 둘 다 틀렸어."


엔젤 : "......"


고신 : "너를 사랑해, 엔젤."


엔젤 : "......"


고신 : "너를 사랑하고 있다고."





갑자기 엔젤의 머릿속으로 한꺼번에 여러가지 생각이 섬광처럼 빠르게 스쳤다. 사람의 인생에 위기도 찾아오고 기회도 찾아온다고 하는데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오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냥 없던 일이 되는 건가.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게 되는 거라 좋은 일이 되는 건지 기회 끝에 위기가 더해져 결국 안좋은 일이 되는 걸지 하는 하나 마나 한 생각이. 만일 고신이 그 말을 아우디 a6 펜더에 걸터앉아 이야기 했더라면 동그라미가 최소 백 오십 개 정도로는 확장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이어 시타엘의 얼굴도 떠올랐다. 시타엘은 3학년 때부터 엔젤이 좋다고 했었다. 첫 고백은 3학년 2학기를 넘어가던 어느 날이었다. 그러나 그 때는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때의 엔젤에게 선택지는 오로지 고신 하나였다. 고신이 아니면 엔젤은 그 누구도 마음에 담을 공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마음에 담을 공간이 없다고 해서 누군가를 사귀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졸업 후 막 취업을 할 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시타엘은 적당한 애였다. 얼굴도 적당히 잘생겼고 키도 적당히 컸고 집안도 적당히 넉넉했다. 선택지가 또 하나 있다면 아마 그건 시타엘이었을 것이라 스스로 설득하며 고신을 다 잊지도 못한 채 시타엘의 두 번째 고백을 받아들였다. 그런 시타엘과는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냥 고신을 좋아했던 것만큼 뜨겁지 않다느 것이 문제였지만 엔젤은 노력으로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정말로 믿었다. 



엔젤은 자신이 고신을 거의 다 잊어간다 믿었다. 아니 잊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점점 고신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었고 이대로라면, 시간이 더 지나면 완전히 깨끗하게 지워질 거라고. 하지만 마치 어려운 숙제를 미루듯 미뤄진 고신에 대한 마음 정리가 결혼이라는 제도를 코 앞에 둔 상황에서도 완전히 지워질 턱이 없었다. 그러기엔 엔젤은 고신을 너무 좋아했다. 아니, 사랑했다. 졸업을 하고나서 겨우 일 년에 두 번 볼까 말까 한 그 얼굴이 그렇게라도 마주하는 게 다행이라 여겨질 정도로. 



시타엘에 대한 생각은 거기서 모두 깨져버렸다. 그 날카로운 조각처럼 엔젤의 눈물방울이 툭툭 엔젤의 다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엔젤은 자신이 슬픈 건지 기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손등으로 겨우 눈물을 닦아낸 엔젤이 그런 고신을 노려봤다.





고신 : "나는 너가 그렇게 쳐다볼 때 마다 어떻게 해야 될 지 모르겠더라."





완전히 눈물이 멎은 고신의 두 눈엔 아직 붉은 기가 남아있었다. 목소리엔 아직 울음이 가득했다. 곧 톡 하고 터질 것 같이 축축한 느낌이었다. 





엔젤 : "그 가스펠송은 어떻게 알아."


고신 : "아 씨. 또 그놈의 가스펠송. 그게 뭔데. 대체 왜 그게 중요한데."





엔젤은 자신의 휴대폰에서 그 영상을 찾아 고신의 눈 앞으로 들이밀었다. 5초도 안되는 그 영상으로 흐르는 배경의 음악은 고등학교 동창이 말했던 대로 james fortune 이라는 가수의 가스펠송이었다. 엔젤은 음량을 최대한 키워 다시 고신에게 보여줬다.





고신 : "지금 이걸 왜 보여주는 건데? 너 자랑하는 거야?"


엔젤 : "보지 말고 들어봐. 니가 3일 전에 흥얼거린 그 부분이잖아. 이 노래 정말 몰라?"





그제야 귀를 기울여 그 영상의 배경음악을 들어보던 고신이 제 얼굴을 감싸 안더니 그대로 고개를 푹 숙인 채 테이블 아래로 발을 버둥대기 시작했다. 아아악, 테이블 아래로 고신의 움직임이 버젓이 느껴졌다. 고신은 그것이 가스펠송이라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는 눈치였다. 



끝으로 마지막 눈물방울을 닦아내며 엔젤이 도로 핸드폰을 제 가방에 넣었다. 얼마나 더 그렇게 하고 있을 작정인지 엔젤은 고신이 알아서 멈출 때 까지 기다렸다. 얼마나 더 지났을까, 고신이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황당한 건 엔젤도 마찬가지다.





엔젤 : "너 인스타 계정도 없잖아. 진짜 내 동영상 본 거야?"


고신 : "그럼 나는 뭐, 좋아하는 애 사진도 보면 안 돼? 인스타는 귀찮고 너는 보고 싶은데 그럼 난 어떻게 해. 몰래 가입해서 봤다, 왜. 너무 많이 봐서 배경음악까지 외웠다, 왜."


엔젤 : "진짜 또라이 같은 거 알지? 니도. 그러면서 10년을 어떻게.."


고신 : "나도 내가 대단해. 그래서 몸에서 사리가 얼마나 나왔는지 넌 몰라."


엔젤 : "그래서 10년을 그렇게 괴롭혔어?"


고신 : "그래. 10년을 괴롭... 뭐?"


엔젤 : "못들었어? 니가 나 괴롭혔잖아."


고신 : "무슨 말이야. 너나 심플하게 말해봐. 무슨 뜻힌지 하나도 모르겠으니까."


엔젤 : "잘 들어. 두 번 말 안 할 거니까."





겨우 멎어가던 눈물이 다시 터진 건 그 때부터였다. 엔젤은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목소리에 겨우 힘을 주어 입을 열었다.





엔젤 : "나 너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어. 그 뿐인 줄 알아? 나도..."



고신의 눈이 흔들리는 것이 보인다.



엔젤 : "지금까지도 너가 좋아."





고신의 아연실색한 얼굴이 곧 바로 터질 듯 타오르는 붉은 얼굴로 바뀌었을 때 엔젤의 흐느낌이 이어졌다. 바보같이 이 한마디를 못해서 앓았나 싶을 정도로 후련하고, 또 후련한데 이상하게 눈물은 멎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어느새 자신의 옆으로 자리를 옮긴 고신의 팔이 엔젤의 어깨를 감쌌다. 울음기가 가득한 고신의 뜨거운 숨결이 엔젤의 귓가에 닿았다. 온 몸을 조여버리겠다는 듯 꽉 끌어안은 두 팔이 떨리는 것이 느껴진다. 



어느 순간 고신이 바보처럼 울음이 나는 채로 웃기 시작했다. 어깨가 들썩임에 엔젤이 고신을 흘기듯이 쳐다봤다. 뚝 뚝, 고신의 맨투맨 티셔츠 어깨 부분에 엔젤의 눈물 자국이 선명히 생겼다. 





고신 : "야. 다시 말해봐."



두 번 말하지 않겠다 다짐했지만 엔젤의 입이 거짓말처럼 열렸다.





엔젤 : "너 좋아한다고, 멍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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