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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8

11
  • 조회수14
  • 작성일2026.03.19






시타엘에게 파혼하자 말했을 때 엔젤은 자신이 언젠가는 그 죄를 돌려받을 거라 생각했다. 시타엘은 많이 힘들어했다. 끝까지 어떻게든 일방적으로 파혼을 통보했던 엔젤의 마음을 돌려보려 노력했던 시타엘은 사랑하지 않는다는 단 한 마디에 오래 붙잡고 있던 엔젤의 어깨를 놓아주었다. 그 상처 받은 표정은 엔젤이 평생 잊지 말아야 할 표정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시타엘과 식을 치르고도 지났을 12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리고 그 때 까지도 그 선택을 결정짓게 한 고신과의 관계는 아직도 미정인 상태였다. 고신과의 연락은 일주일 전 고신의 하와이 출국 이후로 하지 않고 있다. 엔젤이 일방적으로 고신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엔젤은 고민이 되었다. 마음은 언제나 그랬든 고신을 향해 있었지만 죄책감이라는 변수가 떡하니 돌덩이처럼 엔젤을 짓눌렀다. 그러나 엔젤은 고신이 보고 싶은 마음까지 부정할 순 없다.


엔젤은 고신이 보고 싶었다. 이래도 되는 건지 싶을 정도로 고신과 함께 이고 싶었다. 고신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서핑을 하고 있을까, 골프를 치고 있을까. 이렇게 고신의 소식을 궁금해 하면서도 연락을 하지 않는 자신 스스로에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닌데, 복잡한 엔젤은 고신이 그렇게나 숨기며 가지고 있던 고신의 SNS 비밀계정을 열어보았다. 그 사이 새로운 사진 한 장과 함께 스토리가 업데이트 되었다. 엔젤만이 아는 그 계정에 선글라스를 낀 고신이 해변가 앞에 서 있다. 보는 용도 없는데 무슨 스토리야. 엔젤이 조금 쓰게 웃으며 화면 속 고신의 뺨을 쓸었다. 





놀러 와. 기다릴게.





그건 누구한테 하는 말일까. 엔젤은 고신의 사진을 확대해 장난스러움을 가득 담은 그 얼굴을 천천히 더 오래 눈에 담았다. 용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데 정말 그 말이 맞나 보다. 고신은 스물 한 살 때 그 대로인 것 같다. 감추려 해도 묻어나는 그 해맑은 웃음. 언제 그렇게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는지 모를 정도로.



놀러 와. 기다릴게. 


다시 한 번 더 그 글을 눈에 박듯 읽어보곤 화면을 꺼버렸다. 










"엔젤대리."





탕비실로 향하는 길 과장이 말을 걸어왔다. 그녀의 손가락이 복도로 난 통 유리 창 밖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먹구름이 잔뜩 낀 것이 정말 금방이라도 뭔가 쏟아질 기세였다. 





과장 : "오늘 눈 온대."


엔젤 : "아, 그래서 구름이 저렇구나."


과장 : "근데 아마 날이 따뜻해서 비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엔젤 : "전 이제 솔로라서.. 하, 눈 말고 비였으면 좋겠네요."


과장 : "어휴. 엔젤대리. 얼른 첫눈 맞을 새로운 인연 만들어."


엔젤 : "저요? 벌써요?"


과장 : "다른 용들도 다 헤어지고 다 새용 만나는데 뭐 어때."


엔젤 : "그래도 될까요?"


과장 : "그럼 뭐 계속 혼자 있으려고 그랬어?"





엔젤은 그 먹구름을 계속 쳐다봤다. 그 사이 과장이 코를 찡긋거리며 텀블러를 들고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 내가 고신을 만나도 되는 걸까. 고신에게 가도 되는 걸까. 놀러 와. 기다릴게. 그 말은 부유물처럼 엔젤의 눈 앞을 떠다녔다. 



차라리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눈이면 고신과 맞고 싶어질 것 같으니까. 추적추적 내리는 비라면 잠깐 씻겨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눈 앞에 떠다니는 상념들을.





그 때 엔젤의 손에 짧은 진동이 느껴졌다. 고신의 메세지였다. 





고신 - [너 내 계정 들어갔다 왔지? 스토리는 다 남아.]


고신 - [너 언제 올래? 너도 나 보고 싶어하는 거 다 알거든]


고신 - [이제 그만 고민해.]


고신 - [마음 가는 대로 하기에도 우리 너무 짧아, 10년을 그냥 보냈잖아.]


고신 - [그러니까 내 말은]


고신 - [난 너랑 시작하고 싶어.]


고신 - [10년 힘들게 한 거 10년 동안 갚아준다 장담은 못해도]


고신 - [잘해줄게.]


고신 - [이제 연락 참는 거 더는 못하겠다.]


고신 - [엔젤.]


고신 - [엔젤, 너 보고도 못 본 척 할래?]


고신 - [야, 엔젤.]


고신 - [저기요, 엔젤씨.]


고신 - [아니야 그냥 일단 와서 생각해]


고신 - [너 하와이 좋아하잖아]


고신 - [그리고 나도 좋아하잖아.]





용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엔젤은 잠시 다시 창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무엇을 하려했던 건지도 잊은 채 멍하게 먹구름을 쳐다봤다가 다시 핸드폰으로 시선을 깔았다. 주저하던 손가락이 천천히 글자를 눌렀다. 엔젤은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용이 잘 변하지 않는 게 아니라 엔젤과 고신은 잘 변하지 않는 것이 맞다. 그게 맞는 것 같다. 어떻게 그렇게 똑같이 바보 같을 수 있는지, 울음이 나야 되는지, 웃음이 나야되는지, 감정이 이상하게 뒤엉켜 언뜻 화면에 비친 제 얼굴이 이상하게 보였다. 





고신, 오늘 한국은 흐려. 그래서 말인데 만약에 오늘 첫눈이 오면 너한테 갈게. 근데 만약에 비가 오면 나는 더 고민을 해볼 거야. 그러니까 한국 뉴스 잘 봐, 원래 우리나라 첫눈 오는 거에 엄청 호들갑 떨잖아. 이번 첫눈은 늦었네, 빨랐네, 하면서 말이야. 고신, 그러니까, 첫눈이 오면 난 연차 빼고 하와이를 갈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전송 버튼을 누를 때 쯤 엔젤은 자신이 약간은 웃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아 참, 그리고 과장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원래 눈은 날씨가 조금 따뜻할 때 잘 내린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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