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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투u 06

3 익명의독자
  • 조회수11
  • 작성일00:50






가끔 피닉스 대신 초면인 조사관이 문을 두들기는 날이 있다. 상태 체크에 연구까지 하려다 보니 업무가 많아서 종종 대타 뛸 때가 있다고. 막 일어난 얼굴로 배 긁으며 문 열었다가 낭패를 봤다. 개중 가장 난처한 점은 번거롭다는 것. 피닉스가 오면 대뜸 근황부터 털어놓곤 했는데 이런 상황엔 철저한 본인 확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조사관을 돌려보내고 나서 핸드폰을 켰다. 경각심 주는 재난 문자는 울리지만 뉴스 메인 화면은 더 이상 질병으로 떠들썩하지 않다. 가끔 기상천외한 행각으로 사망한 용의 경우나 뉴스에 실릴 뿐이지, 이와중에도 피 터져라 싸워대는 정치 뉴스 관련 페이지가 훨씬 많았다. 아무래도 수십 년째니 익숙해져 버린 탓이겠지. 



심심한 마음에 어플만 들락날락했다. 연락 대상이 온통 피닉스 피닉스 피닉스. 그럼 뭐 해, 내용은 온통 잔소리 잔소리 잔소리. 한참 스크롤만 올리다가 문득 아르바이트 어플을 켰다. 언제까지고 백수로 살 수는 없어. 나의 스펙은 홧김에 따버린 운전면허와 간신히 학고 면한 학점 뿐. 목록을 훑었다. 


장기 근무 가능한 자. 재미없다는 이유로 일주일 만에 때려치웠던 홀서빙 알바가 떠오른다. 동종업계 우대. 경력 딸리는 사회초년생들은 대체 어디서 경력을 쌓나요.





어느 날엔 낯짝 깔고서 레쥬메 드랍하듯 뺑이친 적도 있다. 제가 일머리가 좋거든요, 금방 배우거든요. 그러자 되돌아오는 건 쥐꼬리만 한 시급. 제가 눈치도 빠르거든요, 이건 바로 저 무시하시는 거죠. 가게 문을 박차고서 나왔다. 



아, 나도 로맨스 소설이나 긁어와서 팔까. 피닉스의 씅난 얼굴이 떠올라서 그건 참았다. 


옆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샀다. 제 구실 못하는 놀이터 그네에 앉아 캔 뚜껑을 땄다. 한 입 들이키고서 사진 찍어 피닉스에게 보냈다. 여기까지가 무의식이었다. 무슨 말이든 보고하는 똥개의 습관이었다. 



에이씨, 왜 안 지워져. 읽음 표시가 재빠르다. 물음표 폭탄이 날아온다. 애써 무시하자 전화벨 소리가 귀에 꽂힌다. 





"술 마셔요?"


"아니, ;쓰레기 주운 거야."


"그럼 지금 바로 캔 찌그러뜨려서 사진 보내봐요."


"오-, 미안."



뛰는 똥개 위에 나는 피닉스. 잔머리 굴려봤자 매번 이미 꿰뚫고 있는 똑똑한 피닉스. 암묵적인 룰도 지키라고 있는 거라던 바른생활 피닉스.



사실은 나 알바 오늘도 못 구했어. 서로가 서로를 맘에 안 들어 했거든. 크럭스는 혹시 누구 안 뽑나? 


파이어씨 몸 하나도 제대로 간수 못 하는데 크럭스에서 어떻게 일을 하겟다구요. 


만약 팬데믹 끝나면 난 진짜 돈도 없고 갈 곳도 없는데, 아아 그냥 피닉스가 나 좀 평생 지켜줬으면 좋겠다. 그럼 잔소리해도 다 들어줄 자신 있는데. 시키는 거 다 할 자신 있는데. 



신발 앞코로 모랫바닥 툭툭 파며 서운함에 투정 부렸다. 





"싫어요. ......거짓말이잖아."



피닉스는 피곤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잔기침이 이어지더니 이내 바쁜지 일방적으로 통화가 끊겼다. 그치만 거짓말이 아닌데. 두 모금 마신 캔을 발로 밟아 구겼다. 사진을 연사로 찍어댔다. 퍽 소리와 함께 신발에 터진 탄산은 옷소매로 대충 문질렀다. 단지 내 분리수거장에 던져 넣고선 집으로 돌아와 발라당 누웠다. 


물음표 가득한 메시지 창을 켰다. 



진짜 거짓말 아닌데. 



사진과 함께 띨롱 전송된다. 이내 읽음 표시가 떴다. 





답장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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