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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투u 09

3 익명의독자
  • 조회수6
  • 작성일2026.03.28











지겨운 사이렌 소리와 함께 또 눈을 떴다. 찌뿌둥한 몸뚱아리가 무거웠다. 전기장판에 몸 지지며 자도 여전히 발끝이 시린 느낌이었다.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썼다. 뜨거운 숨결에 금방 답답해졌다. 푸하, 숨 내쉬며 이불 걷어차니 천장이 빙빙 돌았다. 어지러워서 다시 뒤집어썼다. 그 짓을 여러 번 반복했다. 



기침하던 피닉스가 떠올라 벌떡 앉았지만 맥없이 다시 드러누웠다. 머리맡에 둔 핸드폰 켜고서 메세지창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읽음 상태일 뿐 새 연락은 없다. 도로 던지니 이젠 목구멍이 아려왔다. 



와, 이번 감기 되게 지독하네. 



온종일 피닉스가 전에 두고 갔던 해열제와 깡생수만 들이키며 반기절 상태로 시간을 보냈다. 자그마치 이틀이 순식간에 흘렀다. 








"또 대타 뛰시는 거예요?"





비척비척 문 여니 또 낯선 역학 조사관이다. 피닉스는 추위 많이 탄다면서 일은 대체 어떻게 한담. 지독한 워커홀릭이구나 싶었다. 페이스 가드 쓴 조사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분간 저로 담당이 바뀌었어요. 파이어씨 맞으시죠? 최근 동선이 어떻게 되세요?





왜인지 심장이 철렁했다. 죄지은 것도 없는데 이상하게 숨이 차올랐다. 형식적인 질문에도 사고 회로가 멈춰서 말을 버벅댔다. 겨우 기억을 더듬어 며칠 전 아르바이트 면접 보러 방문했던 가게와 한강을 이동 동선으로 꼽았다.



혼자 있었어요. 저 혼자 물멍 때리다가 감기 걸린 것 뿐이에요. 진짜예요, 한겨울이잖아요. 



말 한 마디 마디에 핏대 세웠다. 조사관은 미심쩍은 듯 쓰으읍, 숨 들이마시고선 특이사항에 무언갈 잔뜩 기록했다. 난 제 발 저린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팔짱을 꼈다. 



근데 갑자기 왜 바뀌었는데요, 아프대요? 하여튼, 과로할 때부터 알아봤어. 





"독감 증상이긴 한데, 혹시 몰라서 현재는 일할 수 없는 상태예요."



파이어씨도 가능하면 당분간 집에만 계세요. 



끝인사도 하지 못하고 현관문이 굳게 닫혔다. 새어 들어오던 햇빛이 사라진 자리엔 센서등 불빛이 대신 채워졌다. 그간 지내며 봐왔던 바른생활 피닉스는 감기 한 번 걸린 적 없는 애였다.


피곤해서 면역력이 약해졌겠지. 피닉스의 전기장판이 내 것처럼 망가졌나 보네. 워낙 바빠서 몸 챙기기 바빴나 보네. 나중에 보면 잔소리 좀 해야겠어. 근거 없는 확신은 불안을 낳았고 불안은 몸살을 재발시켰다. 


코 끝 간지러운 기침 한 숨에 열 가지의 걱정이 튀어나온다. 어지러운 것도 잊고 좁은 방을 빙빙빙빙 계속 돌았다. 귓가에 들려오는 심장 박동 소리에 놀란 마음 가라앉히려 찬장을 뒤졌다.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던 페퍼민트 티백을 뜯었다. 뜨거움이 몸 속을 타고 흘러도 쉽사리 진정되진 않는다. 





그 때 괜히 한강에서 장난쳤나. 피닉스를 보러 간 것도 아니었으면서, 그냥 지나칠 걸 그랬나. 연락은 왜 또 안 보는 걸까. 얼마나 아프길래. 얘도 아프다고 밥 안 먹는 거 아니야? 배달이라도 시켜주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나는 피닉스의 집이 어딘지조차 모른다. 나는 피닉스에 대해서 대체 아는 게 뭐야. 해주고 싶은 건 많은데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화가 났다. 괜히 열만 높이는 꼴이 됐다.



당분간 일 안 하는 김에 푹 쉬기라도 했음 좋겠네. 스트레스도 안 받을 테니까 잘 됐네. 그래 좋게 생각해야지, 잘 된 일이야. 아프지 않았음 좋겠는데 감기약은 알아서 잘 챙겨 먹겠지, 그런 거 잘 챙기는 애니까. 기운도 없을 텐데, 잠은 제대로 자려나. 잘 잤으면 좋겠는데. 





순간 들고 있던 컵이 바닥으로 추락한다. 온 몸의 힘이 심장을 옥죄는 일에 몰두하여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균형을 잃고 뒤집혔다. 맨 발등에 식지도 않은 페퍼민트가 잔뜩 튀겨도 이상하게 뜨겁지 않았다. 힘 풀려 그대로 발라당 누워버린 침대 위에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봤다.


피닉스처럼 머리를 쥐어 뜯어봐도 머리가 찌르르 아팠다. 주먹으로 가슴을 세게 두들겨봐도 어딘가 꽉 막힌 듯 답답했다. 슬프지도 않은데 눈물이 막 났다. 



왜 그래, 왜 이러는 거야. 


스스로에게 수천 번 묻고 또 물을 때마다 속 깊은 곳부터 울컥 튀어나와 숨구멍을 막아버리던 그 이름에 나는 그냥 내뱉고 말았다. 





"피닉스, 보고 싶어."





별 것도 아닌 일까지 가져다 보고하던 건 똥개의 멍청한 습관이 아니라 그냥 네가 보고 싶었던 거였다고. 눈치라도 빠른 줄 알았는데 사실 쥐뿔도 없어서 내 감정조차 뒤늦게야 자각한 거라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너의 사소한 일 하나까지 전부 신경 쓰고 있었다고. 


아, 내가 한참 전부터 사랑을 하고 있었구나. 내가. 피닉스를. 



입 밖으로 내뱉고 나니 숨통이 트여서 이젠 웃음이 막 터졌다. 아픈 것도 잊고서 흑흑 울다가 끅끅 웃었다. 여전히 알다가도 모를 감정이지만 이런 게 진짜 사랑이라면 곧 죽는 대도 괜찮을 것 같아.





동시에 가슴을 짓누르며 떠오르는 불안한 생각. 



피닉스는 아프면 안되는데. 걘 정말로 독감이어야만 하는데.



이성적인 사고는 뒤로 한 채 꾸역꾸역 옷부터 챙겨 입었다. 끈을 꽉 조여둔 운동화에 발이 잘 들어가지 않아서 대충 구겨 신고 뛰쳐나갔다. 





새해 소망을 미리 빌어야겠어.





너는 제발 나 사랑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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