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VILLAGE

  • 스토어

  • 틱톡

  • 플러스친구

  • 유튜브

  • 인스타그램

소설 게시판

  • 드래곤빌리지
  • 뽐내기 > 소설 게시판

유저 프로필 사진

[이유] 11

12
  • 조회수11
  • 작성일2026.03.29






신이 공들여 만든 엔젤이라는 작품에 푹 빠진 탓에 고신의 기말고사 성적이 좋을 리 없었고 때문에 상반된 결과로 장학금을 받은 것이 명백한 엔젤을 술자리로 이끄는 건 고신에겐 식은 죽 먹기였다. 했던 대로 엄마카드 찬스 핑계를 대며 종강이라는 그럴 듯한 이름을 갖다 붙이며 그럭저럭 가깝게 지내는 용들을 호프집으로 삼삼오오 모이게 했다. 


그런 자리의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아는 용은 고신 하나 뿐이니 다들 돈 많은 한량 고신이 그럴싸한 핑계에 녹아 술자리를 즐기는 와중,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자 이따금 엔젤의 눈길과 고신의 눈길이 마주쳤다. 고신은 엔젤에게 눈길을 던지는 이유가 뻔했지만 엔젤은 아마 습관처럼 편의점으로 향하는 그 타이밍을 재고 있는 모양이었다.


고신이 콧등을 찡긋거리며 턱짓을 하자 엔젤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런 고신의 뒤를 따랐다. 평상시 말하는 것 보면 퉁명스러울 때가 많아 이럴 때 순순히 따라나설 것 같지 않은데 엔젤은 열외 없이 그런 고신을 따라 밖을 나서곤 했다.



고신은 약간은 휘청거리는 척 하며 엔젤을 앞질렀다. 뒤에서 부르는 고신 정신 차려, 하는 등의 핀잔이 듣기 좋았고 그러다 문득 돌아봤을 때 눈이 마주치며 웃는 순간들도 좋았다. 








편의점으로 들어선 엔젤과 고신이 자연스럽게 유제품 코너로 향했다. 유난히 단 것을 좋아하는 엔젤은 긴 목을 새끼기린처럼 더 쭉 빼곤 유제품 코너 신상품을 훑었다. 고신은 늘 그랬던 대로 단지 모양 바나나우유를 두 개 집어 들었고 그러고 나서야 엔젤은 거기에서 시선을 떼어냈다. 



가만, 엔젤이 이렇게 까지 말을 아낀 적은 없는데. 계산을 하는 고신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엔젤이 계산이 끝나기 무섭게 문을 열고 매장 밖으로 몸을 내었다. 우유를 건네어도 받는 둥 마는 둥이다. 눈도 잘 마주치지 않는 것 같아 괜히 조바심이 났다. 아까 문득 시타엘과 이야기를 하는 걸 떠올렸을 때와 다른 느낌이었다. 고신이 엔젤의 팔을 붙잡아 돌렸다. 





고신 : "술 좀 깨고 가자."



적절치 못한 말이었지만 그 역시도 엔젤은 순순히 따랐다. 공원 안쪽에 주차된 차로 향하는 내내 엔젤은 말이 없었다. 고신이 아무 말이나 웃어가며 뱉었을 때도 웃을 듯 말 듯 입가만 잠깐 움직이면서도 입을 떼어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눈썹 양쪽 끝이 아래로 축 쳐진 채였다. 



무슨 생각 해?


말하며 팔을 건들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신을 쳐다봤다. 꼭 쥔 바나나 우유는 먹지도 않고서 말이다.





엔젤 : "너는 졸업하면 뭐 할 거야?"





허공 위로 던진 차 키가 받으려 펼친 손바닥을 맞고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일부러 탄식하며 키홀더를 주워든 고신이 손을 털며 그 질문을 한 엔젤을 쳐다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엔젤은 주황색이 더 잘 받는 것 같다. 약간은 어둑어둑한 저녁공기를 가르는 주황색 조명 아래에 있으면 마주보기 겁날 만큼 예뻐 보였다. 긴장된 마음을 누르며 고신이 웃었다. 





고신 : "돈 많은 백수가 되어있을 거 같은데. 엔젤, 너는? 너는 졸업하고 뭐 할 거야?"


엔젤 : "나? 돈 없는 직장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진지한 엔젤의 말에 고신이 피식거렸다. 자신이 사랑스럽다는 걸 알기나 하는 건지. 진지하게 떠진 눈동자가 고신에게 닿았다가 황급히 자동차 그릴이 있는 엠블럼 쪽으로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저렇게 뭔가를 골몰히 바라보는 표정에 반했었지. 


고신이 처음 마주쳤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가슴 안에 가득한 공기 때문에 침묵을 깨뜨릴 장난 같은 건 사치였다. 어떻게 저렇게 예쁘게만 보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 얼마나 신이 공을 들였으면 자신의 눈에 그렇게 비춰질까.





엔젤 : "너는 사는 게 재밌어?"



엔젤이 엠블럼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센치한 표정 그대로 센치한 질문이었다. 엔젤에게서 그런 질문을 받다니. 실없다는 듯 웃음을 하, 하고 뱉은 고신이 찬찬히 머릿속으로 지난 시간을 훑었다. 


굳이 물음에 대답하려고 하면 과거형은 그렇다. 사는 거 재밌었지. 갖고 싶은 건 가격표를 보지 않고 계산대로 가져 갈 수 있는 인생은 재밌긴 했다. 겨우 말을 떼기 시작했던 시절부터 늦둥이 막내아들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거라면 뭐든 장바구니에 넣고 보는 아들 바보 부모는 그게 당신이 아들을 사랑하고 위해주는 방식이라 여겼다. 


고신은 그렇게 자랐다. 선택이라는 것에 좌절이나 실패라는 것을 맛볼 수 없도록. 돈이 있는 용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왜냐, 금방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것을 또 골라 장바구니에 담으면 그만이거든.


그런 재력을 갖춘 부모를 둔 고신은 성격적인 부분에서도 타고나길 주변머리 있게 타고난 덕에 겉멋과 허영심은 가졌어도 시건방짐은 없었다. 그래서 용들은 그런 고신을 부러워하면서도 미워하진 않았다. 그래서 고신이 지나온 삶은 나름 재미 있었다. 미움 받지 않고도 원하는 걸 뭐든 가질 수 있었으니까.


짝사랑이라는 불가항력의 존재가 고신의 삶에 밀려들기 전까지는. 적어도 엔젤이라는 존재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 질문을 대입해 현재진행형으로 대답하자고 하니 곤란했다. 





고신 : "재밌어 보이냐?"


엔젤 : "응. 너는 그래 보여. 걱정도 없어 보이고."


고신 : "니가 내 속에 들어갔다 왔어? 어떻게 아냐."


엔젤 : "몰라. 너는 그래. 돈이 많아서 그런 건지 원래 네 성격이 그래서 그런 건지 몰라도 걱정은 없어 보여. 그래서 달라 보이는 건가."



'그래서' 부터는 혼잣말처럼 작게 중얼거렸다. 고신이 겨우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고신 : "그래서."


엔젤 : "그래서라니?"


고신 : "그래서 좋다는 거야 싫다는 거야?"





올려다보는 엔젤의 눈동자가 마치 질문이 어째서 그렇게 흐르는 거야? 라는 식으로 고신을 쳐다봤다. 걱정이 없으면 좋은 거지 뭐. 남은 말이 깃든 표정을 읽은 고신이 피하지 않고 똑바로 내려다보며 턱짓으로 대답을 부추겼다. 



이래서 취하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자꾸만 마음에 가득 차 있는 이 마음을 내보이고 싶어 안달이 나니까. 오른쪽 눈에서 왼쪽 눈, 그리고 왼쪽 눈에서 다시 오른쪽 눈으로 시선이 네 번 쯤 교차할 때 엔젤이 이 침묵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영문도 모른 채 웃는 척 하는 고신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엔젤 : "나는 가끔 네 말의 의도를 잘 모르겠어. 내가 이해력이 부족해서 그런가. 왜 거기서 좋냐 싫냐는 질문이 나와?"


고신 : "다른 용들이랑 달리 보인다며."


엔젤 : "그랬지. 그거 뭐?"


고신 : "그러니까."


엔젤 : "그러니까 그게 왜?"


고신 : "좋냐고 싫냐고."


엔젤 : "뭐라는 거야? 아아, 알겠어. 그냥 좋다고 쳐, 그럼. 됐지?"





손사레를 치며 말을 마친 엔젤의 시선이 꿀이라도 발라 놓은 건지 다시 엠블럼에 박혔다. 엔젤의 말에 고신은 가슴이 답답해져와 당장 뭐라도 말하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았다. 좋아한다는 단순한 고백으로도 숨통이 트일 것 같지 않다. 저렇게 가냘픈데 가슴속에선 얼마나 비대해지려는 건지 기도까지 차오른 마음에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고신 : "엔젤, 그럼."


엔젤 : "응."



엔젤이 눈을 거기서 떼어내지 않고 무심히 대답했다. 뭔가를 저렇게 골몰히 쳐다볼 때 엔젤은 너무 예뻤다. 그게 문제였다. 저렇게 뭔가를 쳐다보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고신 : "우리 사귈래?"





고신은 폐가 혹시 섬유화 되어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가미가 달린 것도 아닌데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이 왜 이렇게 생경하게 느껴지는 건지 정말 웃기게도 말을 뱉었지만 숨을 쉬는 것은 더 곤란하게 느껴졌다. 고신은 있는 힘껏 힘주어 입을 열었다. 이것마저 하지 못하면 정말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았다. 당장 쓰러져 죽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흔들리는 저 눈을 마주하며 마음을 다 들키느니 죽는 게 낫다고 고신은 생각했다. 그래서 차마 진짜라고 말할 수 없었다. 





고신 : "장난이야"





진짜라고 하기엔 이유가 부족했다. 고백에도 이유가 필요하니까. 



울컥하는 마음을 다잡고 깔깔 거리며 웃어버리고 나자 엔젤의 얼굴이 멍하게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게 보였다. 아마 자신이라도 그렇게 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장난 같은 말, 감히 어떤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건넬 말은 아니지. 기분이 그렇다고 해서 숨을 쉴 수 없는 건 아닌 모양이다.


그런 와중에도 구겨져가는 표정까지 예쁘게 보여 기가 찼고. 지금 뭐해? 하고 낮게 읊조리는 낮은 목소리도 예쁘게 들려와 미칠 것 같았다. 마음으론 그 얼굴을 감싸 안고 품에 당겨버리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거라곤 구겨진 미간을 슬쩍 쓰다듬는 것 뿐.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어쨌거나 치기로 고백을 할 미를 주지 않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됐다. 적어도 엔젤에게 진짜로 고백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





좀 오랜만 같은데요.. 이거 [이유] 스토리 라인 좀 정리하고 뼈대 붙이고 미리 써놓은 다른 글들도 같이 정리하고 스토리 붙이고 하느라 늦었습니다.. 예전에도 말한 적 있는 것 같은데 제가 원래 컴터 메모장에 글 미리 써놓고 쓰면서 조금씩 수정해가면서 여기로 글 옮기거든요.. ㅎ.ㅎ 앞으로는 되면 평일에도 올 수는 있는데 아마 바쁠 것 같고 일요일 월요일에 자주 오도록 하겠습니다~!

댓글0

    • 상호 : (주)하이브로
    •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영동대로 432 준앤빌딩 4층 (135-280)
    • 대표 : 원세연
    • 사업자번호 : 120-87-89784
    • 통신판매업신고 : 강남-03212호
    • Email : support@highbrow.com

    Copyright © highbrow,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