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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임와쳐] 1

14 실버윙
  • 조회수64
  • 작성일2026.03.30

[플레임와쳐] 


1화: 시작된 죽음의 게임(1)









나는 깊은 잠에서 몸을 떨며 일어났다.


누릿하게 변색된 이불이 오늘따라 더 기분 나쁘게 보였다. 사실 이불뿐만 아니라 모든 게 질척이게 느껴졌다. 그리고 아마도 이 기분은, 나뿐만 아니라 오늘 모든 마을 사람들의 마음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었다.



오늘은 그 날이다. 그 날이라 했을 때, 못 알아 듣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구역 뿐 만 아니라 다른 수 백 개의 구역 중에서도 없을 것이다. 


그 날은, 오늘은, 죽음이 시작되는 날이라고 흔히 부르곤 한다.


사람이 죽는 데는 참 많은 이유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 곳에서 가장 잔혹하고 끔찍한 죽음은 따로 있다. 공개 처형도, 마녀 사냥도, 아닌 플레임 콘테스트에서 죽음을 마주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그 콘테스트가 시작되는 날이다. 



플레임 콘테스트는 아마도 왕국에서 가장 큰 콘테스트일 것이다. 왜 도시 사람들이 이렇게 잔혹한 것에 콘테스트란 이름을 붙었는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콘테스트 대신 데스 게임이 더 적절할 것 같기만 하긴 하다. 


오늘 같은 날은 구역 사람들이 모두 조용하다. 어쩌면 아직 희생되지 않은 마을의 어린 아이들을 벌써 추모하느라 그렇게 조용한 것일지 모르겠다. 나도 똑같다. 



“플레이크, 버치 좀 찾아올래?”



이렇게 기가 눌린 상황에서도 엄마의 목소리는 뚜렷하게만 들려왔다. 난 그재서야 정신을 차리고 옷을 갈아 입었다.



버치는 사냥하러 나갔을 것이다. 원래라면 더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아도 걱정하지 않을 테지만 오늘은 다르다. 역시 그 날이기 때문이다. 정오엔 왕국 기병대가 찾아올 테니 그 전까지 집에 도착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주섬주섬 챙겨서 밖으로 나가니 거리는 휑했다. 원래 라면 살기 위해 뭐라도 팔고 있느라 북적였을 구역이, 하룻 밤 사이에 이렇게 변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나는 대충 해의 각도를 재보았다. 한 10시에서 11시 사이쯤으로 보였다. 늦었네, 하고 혀를 찬 나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곧바로 뒷산으로 뛰어올라갔다.


다행히도 얼마 올라가지 않아 난 사람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버치, 내려와.”


“늦었어?”



내 물음에 버치는 바로 응답하며 내 뒤의 나무에서 뛰어내렸다. 나는 작게 고개를 젓고는 그를 살펴보았다.


사냥감은 없었다.



평소에 어떻게 행동했을 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오늘 나에게 실망감 따윈 느껴지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오늘 굶는 것은 콘테스트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으니까, 두 아이의 죽음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입을 꾹 다음 채로 내려오던 우린 그 새 산을 거의 다 내려온 채였다. 나보다 앞에 있던 버치가 움찔하는 것이, 뒤에서도 충분히 느껴질 정도로 격렬해 보였다.



“왔다.”


“방금 온 거야, 아니면…”


“돌아가고 있어.”



나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심정으로 마을 거리를 바라보았다.


내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조용하던 거리는 어느새 왕국 기병대와 안절부절 못 하는 마을 주민들로 가득했다. 나는 그 광경을 살펴보며 올 해는 누가 희생양이 될 지 잠시 떠올려 보았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얼마나 끔찍하게 죽을까. 결국은 그런 방향으로 생각이 뻗어나간다.



조금만 기다렸다 내려가자, 하는 버치 역시 눈동자엔 작은 두려움이 솟구치고 있단 것이 보였다. 평소엔 고요한 담청색인 눈이, 오늘따라 휘몰아치고 있단 것이 보였다. 나도 그렇겠지, 하고 한 순 밖에 나오질 않았다.


기묘한 기분들과 달리 왕국 기병대는 금방 마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마을 주민들 역시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갔다. 아마도 그들은 가장 먼저 우편함을 확인하겠지. 



콘테스트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편지다. 그 편지를 받은 두 아이는, 그대로 그 구역의 대표 참가자가 된다. 콘테스트의 자세한 내용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적어도 우리 구역엔 몇 십 년 째 우승자가 나오질 않고 있으니. 그리고 도시에서 철저하게 숨기려 노력하니. 우리로선 알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하나만은 분명하다. 우승하지 못 하면 끔찍하게 죽는다. 그 것이 이 콘티스트를 데스 게임으로 만들어주는 이유다.



“… 내려가자. 이번엔 누가 걸렸을까…”



버치의 목소리에 나도 그를 따라 거리로 내려갔다.


그의 희미한 목소리는, 오늘따라 더 희미하게 들렸다. 끔찍하게 살해된 마을 아이의 시체들을 떠올리며 난 가라앉은 공기를 헤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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