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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임와쳐] 3

15 실버윙
  • 조회수14
  • 작성일2026.04.03

[플레임와쳐]


3: 드러나는 불길한 윤곽(1)











그렇게 짧고 격렬한 오전을 보낸 우린 오후까지도 상당히 기분이 착잡해진 상태였다.


아마도 자기 자신의 걱정, 단짝 친구 걱정, 동생 걱정, 엄마 걱정까지 하여 별의 별 생각까지 하다보니 더욱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때까지도 여전히 편지를 열어보지 않았다. 열고 싶지 않았고 편지에 뭐라 적혀 있을지도 알았다.



그저 내 눈 안에 그 모습을 답고 싶지 않았다. 짧지만 열심히 산 13년인만큼 죽을 때만은 좀 편하게 죽고 싶었다. 콘테스트는 우릴 편하게 두질 않을 것이란 건 쉽게 예측 가능했지만 어쨌든 첫 날은 무사히 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편지를 받은 뒤로부터 한 반나절이 지난 즈음, 우리 가족은 저녁식사까지 마칠 수 있었다.



저녁쯤엔 항상 같이 놀아주었던 로즈를 엄마에게 떠넘기고 우린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익숙한데 익숙하지가 않은 것이, 마음 속에 무언가가 웅어리진 듯 했다. 왜 이렇게 우울할까. 더 살아봤자 해피 엔딩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먼저 가는 것이 좋은 길이다. 그래도 먼저 가곤 싶지 않다. 이게 뭔 논리일까.



어쩌면 사람은 죽을 때가 되면 논리 따위 따지지 않는 것일까? 그럴 만도 하지, 하고, 속으로 씁씁한 맛이 올라왔다.


그렇게 서로를 마주보는데 아주 작은 웃음이 셌다. 그러자 버치도 살짝 피식 하는 것이 들렸다. 하고 싶은 얘기가 없는데 이러는 걸 보면 참, 우리도 미친 놈이구나 싶기도 했다.



“… 근데 그거. 안 열어볼거야?”


“뭐?”


“편지. 그거, 네 손에 들린 거. … 콘테스트 초대 엽서.”



그러고 보니 버치는 아까부터 이 편지를 열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뭐가 특별할 게 있나, 싶었지만 그래도 안 열어볼 만한 이유도 없을 것 같긴 했다. 적어도 죽기 전에 친구 말 하나는 들어주고 가야지. 그 친구마저 곧 죽을 친구지만은.



딱히 긍정적인 내용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막상 떨리는 손으로 열어보니 내용은 더 가관이었다.


들어 있는 편지엔 누가 봐도 성의 없이 휘갈겨 쓴 듯한 서너 줄이 보였다. 하다 못 해 잉크도 싸구려 잉크를 썼는지 주변으로 막 튀어 글씨를 알아보기가 배로 어려웠다. 심지어 귀하에게라는 명목상 인사도 그냥 재쳐 버렸고 본인들이 어디서 보냈는지 언제 보냈는지조차도 쓰질 않았다.



이야, 하고 숨이 들어갔다.


방금까진 분명 우울해서 공기가 축축하게만 느껴지드만 지금은 공기도 허탈한지 가벼워져서 주변을 돌고 있었다. 확, 하고 짜증이 밀려들어왔다.



성의가 담겨 있는 진 뻔하지만 난 꾹 누르고 글을 읽었다. 어쩌면 사과의 의미로 미안하단 말이라도 간단하게 적혀 있지 않을 까 해서. 적어도 사람을 무고하게 죽여서 죄송하다는 이야기는 담겼을 거라 생각하면서.



버치 슬레이, 플레이크 슬레이. 

위 두 참가자는 죽을 때까지 콘테스트에 대해 비밀로 하기를 명한다. 만약 지켜지지 않을 시 단두대에서 처형당할 것이다.

기한은 정해 지지 않았다.

죽지 않도록 노력하도록. 물론 기대하진 않는다. 

적어도 콘테스트를 재밌게 만들도록 하시오. 


-금전적 요구는 들어주지 않는다.



버치에게 넘긴 편지는 내 손에서 스윽하고 벗어났다.


뭐라 말해야 할지, 이게 맞는 건지, 진짜로 화가 나서 뭐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었는데 다행히 버치가 먼저 입을 열어주었다.



“야.”



확 하고 어깨를 움직이는 그의 동작이 제법 간결했다.


그의 손에서 벗어난 편지는 그대로 곰팡이 핀 방 구석에 처박혔다.



그 누런 금박이 날 더 자극했다.



“이게 맞냐?”


“… 있지. 이게 맞으면, 사람 죽이는 게 맞단 거야. 순진한 어린 애들 죽이는 게. 그것도 별 이유 없이 자기들 안주영상을 위해.”


“안 되겠다. 그냥 우리 일 등하자. 병신 같아서 안 되겠구만.”



말이 쉽지, 하고 속으로 신음하면서도 나도 기분이 나쁘기만은 했다.


그래도 처박혀 있는 편지를 보니 뭐라도 게임을 위한 단서가 있을까 해서 편지를 주워와서 펼쳐 보았다. 아무 것도 없었다. 그 짜증 나는 문구빼고는.



“쯧. 그걸 왜 주어와.”


“뭐라도 있을까 해서. 예전에… 그 분이 그랬잖아.”


“… 그때와 같을까? 콘테스트 방향이.”


“몰라. 지금 우리가 아는 건 그 분이 말했던 거하고, 우리가 곧 있으면 죽을 거라는 거 빼고 없거든.”


“그럼, 아는걸 만들면 되지. 그 편지 좀 뜯어봐야겠다. 줘 봐.”


“할 수 있어?”



그는 대답 없이 내 손에서 편지를 낚아채갔다.



버치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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