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14 제 삼자 (3)
“베다테. 너 괜찮아?”
여자 용병은 베다테의 표정을 보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가자”
베다테는 무작정 그녀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나섰다.
“야, 어디 가는데? 여기 대장 있는데 아니야?”
그는 무작정 대장이 있는 텐트로 갔다. 노크는 생략하고 문부터 열어젖혔다.
“그게 여기서부턴….”
텐트 안에서는 대장이 앉아있었다. 에호바는 서 있는 채로 얘기하고 있었다.
“당장 나가!!”
그들이 들어온 걸 보자마자 대장은 조용히 귀를 막았고 갑작스레 들이닥친 베다타를 향해 에호바가 소리를 질렀다. 대장도 갑자기 들이닥친 베다테를 보고 깜짝 놀랐지만, 천천히 물어보았다.
“급하게 할 말이 있습니다.”
“이렇게 예고도 없이…. 무슨 일일까, 기보르... 베다테?”
“대장? 이런 무례를 함부로 받아주시면 안 됩니다! 기강을 다시 잡아야…. 게부라, 당신도 왜 막지 않고….”
“저는 끌려온 겁니다!”
에호바의 말과 기보르의 변명을 들었다. 그리고 베다테의 표정을 보았다.
“베다테, 표정이 안 좋아 보이는구나.”
“대장, 광천으로 보내주십쇼.”
베다테는 본론부터 말했다.
“...네차크가 간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그래도 대장은 조금 생각하고 말해주었다.
“에호바의 말이 맞아. 급하더라도 조금만 기다려보지, 그러니?”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
“초조해 보이는구나, 하지만 말만으로는 안된다는 거. 알잖니.”
처음에는 분명 웃고 있었지만, 대장의 표정에서 점점 미소가 사라지고 있었다. 대장의 선을 넘지 말라는 신호였다. 그래서 베다테는 손에 있는 무전기를 보여주었다.
“무전기를 가진 사람이 달랐습니다. 기보르도 그걸 같이 들었습니다.”
“사실이니?”
대장은 기보르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긴…. 했습니다. 낯선 목소리였죠. 그리고 노마가 대화로 해결한다고 말할 녀석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구나. 노마가 대화로 해결할 성격은 아니었지. 어떻게 할까? 에호바.”
처음에 분노로 가득한 얼굴을 하던 에호바도 진정을 찾고 말했다.
“제 잘못입니다. 아무리 가장 짙더라도 확실한 녀석을 보냈어야 했는데.”
대장은 책임을 묻는 말이 아니었지만 에호바는 자책부터 했다.
“...그 뜻이 아니라. 노마를 지켜주어야 할지도 몰라.”
“더 인원을 줄이면, 앞으로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릅니다. 하지만 대장의 뜻이라면….”
“아, 내가 말 안 했나?”
에호바가 잔뜩 긴장했다. 보통 이럴 때 대장이 자꾸 감당할 수 없는 발언을 해왔기 때문이다.
“다음 임무가 우리의 마지막 임무가 될 거란다.”
“잘 못 들었습니다?”
“대장…!?”
에호바의 눈이 커지며 대장을 노려보았다.
“저랑 상의도 없이.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제대로 된 이야기는 나중에 해줄게. 그러니 에호바, 누굴 보내면 좋을까?”
에호바는 갑작스러운 통보에 어지러운 정신을 잡았다. 분명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에호바는 가장 대장을 잘 알기 때문에 더 이상 말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제가 가고 싶습니다.”
에호바는 고개를 저었다.
“다시 같은 일을 반복해선 안 됩니다. 게부라 준비하십쇼.”
기보르는 듣자마자 텐트를 나갔다.
“그리고 티페레트, 당신을 보내지 않는 이유. 잘 알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녀를 혼자 보내진 않을 거란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알아서 할 사항입니다.”
베다테는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은 채 나갔다. 그가 나간 뒤에 대장은 가만히 서 있는 에호바를 조심히 보았다. 에호바는 그의 시선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베다테가 나간 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선발될 인원은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음 임무에 문제 되지 않을 만한 인원으로 보내겠습니다.”
“베다테에게. 꼭 그렇게 말했어야 했니? 베다테는 마음이 여린 아이인데….”
“그것보다 마지막 임무라는 게 무슨 소리십니까. 저는 그것부터 들어야겠습니다.”
“우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거지.”
“...대장, 돌려 말씀하실 때가 아닙니다.”
“네가 이렇게 집요하게 물었던 적이 있었던가?”
“그동안은 대장이 숨겨오셨던 모든 것을 묻지 않았지만, 이번 사항에 대해서는 결코 넘어가선 안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듭니다.”
에호바는 그를 맹목적으로 따랐다. 대장과 처음 만났을 때 당시에도 에호바는 독특한 아이였다. 그가 뭘 하든 묻지 않았다. 그의 말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이상하게 촉이 좋단 말이지, 너는.”
“그래서 대장, 무슨 일을 꾸미고 계시는 겁니까.”
“에호바 너라면 알 거야. 그동안 우리가 만난 게 무엇이었는지. 석두가 어떤 존재들과 싸워왔는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넌 알 수 있겠지.”
에호바는 말이 없었다. 대장은 그게 긍정의 의미라고 생각했다.
“여러 곳을 전부 가봤지만, 그놈들의 근원지를 파악할 수 없었어. 그곳의 높은 임원들도 뭔지 모르는 눈치였지. 모든 나라 도시에 한 개 이상은 존재했던 그것들은 도대체 어디서 생겨나는 것일까? 그리고 누가, 그곳에 갖다 놓는 건지 생각해본 적 있니?”
“지금까지 밝혀내지 못했지 않습니까…. 그걸 왜 지금 말씀하는 건지….”
에호바는 말하다가 말끝을 점점 흐리게 말했다. 그리고 대장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깨달았다.
“알아내신 겁니까?”
“맞아,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는 곳에 있었지.”
그를 쳐다보지 않았던 에호바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대장은 이미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이 설마, 광천입니까?”
“에호바, 이제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니?”
“...이번 작전에 대해서는 좀 이따 상의하겠습니다. 저는 선별 인원을 다시 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에호바는 대장의 뜻을 이해하고 그 역시 텐트를 나가려고 했다.
“그리고 그런 사항은 제겐 미리 말씀하셔도 괜찮으셨을 겁니다.”
“네가 놀란 모습이 보고 싶었단다.”
대장이 가벼운 미소를 보이자 에호바는 말릴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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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보르, 노마를 만나면 무전부터 해. 너는 말이 통할 테니까….”
베다테는 가방에 도구를 챙겨 넣는 기보르에게 말했다.
“내 걱정은 마셔. 넌 괜히 빠져나올 생각만 하지 마.”
그녀는 베다테의 어깨를 주먹으로 가볍게 ‘툭’ 쳤다. 그리고 검지를 피며 말했다.
“대장 말 잘 들으라고. 괜히 소란스럽게 하지 말고.”
“기보르.”
“부대장님?”
에호바가 어떤 소리도 없이 그녀의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당신과 할 얘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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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 가고 싶습니다.”
어쩌면 처음 그에게 구해졌을 때부터. 정해진 길 같았다.
“..내가 무슨 일을 하는 줄 알고? 내 앞에서 죽은 이 친구처럼, 너도 내가 이렇게 쉽게 죽을 수 있을 텐데. 내게 말을 거는 이유가 뭘까?”
눈앞에서 사람이 죽었다. 그는 에호바를 구해준 건지 아니면 죽이기 직전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에호바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눈을 직시하며 말했다.
“그럼 저는 이곳이 마지막 운명이었던 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나를 이유 없이 죽이진 않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너는 용감하구나.”
“그렇지 않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겁쟁이의 발버둥입니다.”
그의 눈을 직시하던 에호바는 그 순간만큼은 눈빛이 어두워 보였다. 그는 에호바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꿇어주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꼬마, 이름이 뭐니?”
“호크마...”
그가 에호바의 이름을 묻자 에호바의 눈빛이 다시 반짝거렸다. 에호바는 그의 손을 작은 두 손으로 잡으며 말했다.
“호크마 에호바입니다.”
“위험을 무릅쓰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단다. 우린 그걸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부르고.”
그는 에호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에호바, 날 따라온다 하더라도 안전하진 않을 거야 내가 가는 곳은 항상 위험만이 가득하단다. 그런데도 따라오겠니?”
기회처럼 말하고 있지만 그건 마지막 경고였다. 에호바에게 그는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고 있었다.
“태어난 순간부터 우리는 항상 위험이라는 것에 공격받습니다. 이건 불가피합니다.”
“그래, 엄청나게 위험할 거야 방금 같은 상황이 매 순간 일어날 거야…. 아마 피하기도 어려울 거란다.”
“하지만”
에호바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그를 따라간다는 선택은 이미 그를 보자마자 정한 것이었다.
“우리는 더 이상 피하는 방법이 아닌 직접 막아서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그 방법을 만들 수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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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두의 고생길이 훤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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