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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ons Ep.1

16 실버윙7
  • 조회수8
  • 작성일2026.08.02

Talons


Ep.1

윤슬




















잠에서 깨어나자 느껴지는 것은 축축하게 젖은 낡은 천이었다. 새벽빛을 받아 나름 서늘했을 텐데도 천은 눌러붙어 있었다. 마치 하루를 시작할 때의 그 착잡한 마음처럼 느껴졌다. 


일어나려 몸을 일으키자 무언가가 꼬리에 걸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직접 확인하지 않더라도 저 촉감은 릴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상체만 일으켜 얼굴을 보았다. 창문을 비집고 들어온 빛에 의해 밝혀진 얼굴은 푸른 빛의 비늘로 둘러쌓여 있었다. 나는 릴을 잠시 쳐다보다가 일어섰다. 안쪽에는 더 많은 누더기 침대들이 줄을 서 나열돼어 있었다. 



분명히 모두 나보다 어린, 그리고 아마도 소중해야 하는 나의 여동생과 남동생들이다. 하지만 저들은 나에게 기쁨보다는 한숨을 먼저 선사하곤 한다. 물론 소중하다곤 하지만 저들을 모두 먹여살리는 건 입 밖으로 내뱉기도, 실천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순서대로 치면 아마 릴, 페트리코, 에페르, 메랄이다. 순서가 딱히 상관 있진 않다. 어차피 나이 차가 얼마든 나보다 다섯 살 이상 어린 것은 똑같고, 나와 그마저도 가장 가까운 릴조차도 여섯 살 차이다. 모두 다 사냥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고, 굳이 저들을 힘들게 만들고 싶지도 않다. 어떨 땐 일손이 확연히 부족한게 느껴지긴 했지만. 어쨌든 나는 저 나이 때부터 사냥을 시작했고 저들이라고 못 할 것도 없다.



다만 유일한 차이점이라고 하자면 내가 릴 나이였을 적엔 우리 엄마가 살아계셨다는 것이고 지금은 엄마와 아빠 모두 계시지 않는 다는 것 정도가 차이점이다. 


나는 항상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아침 공기를 살짝 들이마시면서 나는 누더기에서 조용히 일어났다. 일어서자 밟히는 축축한 감촉이 은근히 불쾌하게 발바닥을 간지럽혔다. 우리 집이 좀 더 여건이 좋았다면 참 좋았을 텐데. 이런 공기를 맡을 필요도 없고 말이지.



투덜거리면서도 나는 집 귀퉁이에 세워진 활과 활대, 화살을 집어 정돈을 시작했다. 항상 활을 갈 때면 주변에는 많은 용들이 오가면서 말을 걸어주곤 했었다. 우리가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계속해서 말하자면 신세 한탄 같게 느껴지긴 하지만, 여전히 엄마가 그리운 것이야 함부로 떨쳐내기 쉬운 감정은 아닌 것 같다. 아빠야 릴이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으니까, 아마도 내가 서너 살 쯤에는 계시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엄마에 비하면 덜 생각나는 것 같다. 나도 기억나는 것은 잘 없다. 반면에 엄마는 4년 전에 돌아가셨으니까, 내가 열두살에 돌아가신 샘이다. 그쯤이면 이미 메랄이 태어난지도 좀 된 시점이었으리라.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지금보단 여건이 좀 나았을 것이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로는 내가 모두를 돌보아야 했다. 그래서 안그래도 외각에 있던 집을 처분하고 더 외각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길 만한 것은, 나한테도 아직 말동무가 남아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사오기 전에도 친구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곳에는 대화를 할 만큼 친한 용도 없을 뿐더러 그럴 시간도 차마 찾기 힘들었다. 



아마도 드리프트가 없었다면 이미 미쳐서 죽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 녀석은 십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해줬으니까, 뭐 떠나지 않은 것이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다. 뭔 상관이랴. 어쨌든 간에 그가 내가 이사를 한 후에도 매일 만나주지 않았다면, 글쎄, 정말로 자살을 했을까 싶다. 그만큼 삶은 고되었으니깐.



밝아오는 새벽 빛을 보면서 약간의 안도감이 들고 있었다. 그래도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할 즈음이다. 드리프트와 만나기 직전이자, 사냥을 하러 나가기 직전. 어쩌면 잠깐은 노곤해져도 되는 얼마 안 되는 시간이다. 뭐, 그것도 너무 풀어지면 안 되긴 하지만.



나는 화살대를 맨 후 총총걸음으로 거리를 나갔다. 안개가 잔뜩 낀 새벽 공기는 언제나 내 비늘을 살짝씩 적시곤 한다. 안개 사이로 비치는 작은 햇빛은 그 이슬을 녹여주곤 한다. 그러다 보면 비늘이 뽀송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내 예전 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금방이다.



아무리 이사를 가서 더 외각으로 갔다고 해도 실제로는 걸어서 이 삼십분 밖에 차이가 안 나기는 하다. 하지만 여전히 내 마음속에는 4년을 산 브라인 보다는 12년을 산 레빈이 더 무겁긴 하다. 어쨌든 이 지점에서는 조금만 있으면 드리프트를 만날 수 있기도 하다. 천천히 땅바닥에 앉자 피로가 밀려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은 10년 가까이 된 습관이지만 어쨌든 아침형이 아닌 드래곤의 활동 방식과는 어긋난다. 물기가 적셔져 있는 도로의 바닥에 꼬리를 대고 앉자 금방 축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가씨, 일찍 나오셨네?”



꼭 드리프트는 어딘가 항상 시비를 거는 투로 말을 하곤 한다. 나는 장난스럽게 ㄴ누을 흘기며 어느새 물이 살짝 고인 꼬리를 탁 튕겨 그에게 받아쳐주었다.


물론 그도 잽싸게 날개를 펼쳐 물기를 막아내기야 했지만 살짝 웃는 것이 들어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활대를 조이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게 먼저 시비를 걸지 말지.”



그는 눈을 다시 한 번 흘기면서 피식 웃었다. 나는 축축해진 하체를 들어올리며 외면해주었다. 안개가 잔뜩 낀 앞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하얬지만 본능적으로 그 뒤에 있는 산이 보이는 건 막을 수 없었다. 몇 날 며칠을 같이 오르던 산인데 차마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저 산이 없었다면 우리 둘다 진즉에 굶어죽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내가 우울증으로 죽기도 전에 말이다. 일년 365일 우리의 사냥터가 되주는 저 산이 오늘따라 조금 더 커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매일매일 느낌이 새록새록한 것도 익숙해서 묘한 기분이 살짝 들었다.



“뭔 생각을 그리 해. 빨리 와.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도 아니고.”



“알았다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드리프트는 나로부터 몇 미터 쯤 떨어진 거리에서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작게 고개를 돌리며 생각을 떨친 후 날개를 작게 펼쳐 한 번에 그 위치로 튀어오르듯 반쯤 날아갔다. 그는 장난스럽게 날 바라보듯이 외쳤다.



“먼저 가나 시합하자!”



그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먼저 출발을 한 채로 뛰고 있었다.



“야!”



작게 울부짖는 내 목소리가 안개 속에서 튕기는 듯 느껴졌다. 나는 바로 시동을 걸며 산을 향해 들뜬 발걸음으로 나아갔다.



.

.

.



산계곡은 항상 시원하게 나를, 또는 우리를 마주해주곤 했다. 



“어디로 갈 거야?”



드리프트가 맞바람에 얼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어차피 우리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많이 없었다. 사냥하거나, 채집하거나, 만들거나. 굳이 따진다면 나는 사냥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긴 하다만, 인생을 살다보면 항상 좋아하는 것 만으론 풀어내기 쉽지 않은 구간이 많다. 아마도… 오늘은 채집을 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약초나 모을까. 너는?”



“나는 뭐, 상관 없지. 약초 모으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약초를 채집하기 가장 좋은 위치는 여기서 살짝 위쪽의 조금 더 평평한 들판이다. 온갖 약초뿐만 아니라 꽃들도 잔뜩 놓여져 있는 그곳은, 일하러 가는 게 아니라면 상당히 아름다운 장면이 되곤 한다. … 그것도 여유가 상당해야 드는 감탄이지만.



어느새 해가 거의 뜬 것이 산귀퉁이에서도 보였다. 서늘하던 공기 대신 뜨끈한 공기가 느껴지는 것이 온기가 가득 찬 것만 같았다. 딱히 정해진 등산로가 없는, 그저 우리만의 길을 걸으면서 나는 항상 산의 풍경들을 구경하곤 한다. 좀 있으면 시작될 고된 노동이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매일매일 같은 일을 반복해야 해도, 결과물이 다르고 과정이 다르면 다른 일처럼 와닸곤 해서 그런가 산에서 하는 일은 잘 지치지도 않는 것 같다.



나는 드리프트의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이슬빛 꼬리를 뒤쫓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만약 내가 도심을 골랐다면 이런 평화를 누리지는 못 했을 것이다. 삶이 편해졌겠지만 그래도 뭐, 이런 여유도 가끔은 있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기분이 들떠 있다가도 동생들을 생각하면 기분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드리프트 역시 아래로 동생이 넷이다. 참 소꿉친구 아니랄까봐 부모 둘이 없는 것과 가족의 명수까지 같다. 이런 것은 웬만하면 안 닮는 것이 좋은데 말이다. 참 별의 별 것이 닮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작게 읊조리며 맑고 높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야, 왔어.”



영롱하게 반짝이는 들판이 눈앞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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