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화 : 백룡의알,그리고 그의 피눈물 ]
드래곤의 죽음이란 소멸이 아닌 또다시 알로 순환하는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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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칸반도의 동굴안에 아주 익숙한 둥지위로 한 남자가 깊은잠에 빠져들어있었다.
바로 어제 까지만해도.. 팔이 부러져있었던 나이트메어였다.
그의 팔은 그때처럼 이상한 각도로 꺽여있지 않았다.
단 하루만에 뼈가 붙고 치료가된것이었다.
"아무리봐도 메어씨는 사람이 아닌것같다니까..."
밤을 꼬박 셌다는 증표로 눈밑에 희미한 다크서클을 띈 소녀가 목이 다 쉬어서 중얼거렸다.
어제 희망의숲에서 카이저데몬과의 싸움에서 피투성이었던 나이트메어를 발견했던 레이첼이었다.
혹시나 그가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드래곤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근처에있던 동굴속으로 그를 데려온것이다.
물론 그건 그가 피를 아주많이 흘렸다는 생각해서 였다.
하지만, 어제 저녁에서야 레이첼은 그의 몸을 흠뻑적힌 피가 그의것이 아니였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밤세도록 죽은듯이 자고있는 나이트메어에게 소리를 꾁꾁 질러댔던것이다.
동굴안에있던 인섹트드래곤과 윈드드래곤은 레이첼때문에 밤을 꼬박세버렸는데...
편하게 자고있는 나이트메어를 보고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고있는 불쌍한 드래곤들인셈이었다.
"그렇다고 아무리봐도 드래곤은 더 아니고, 사람같이 생겼는데 전혀 사람같지가 않아.. 혹시 인룡인가.."
레이첼이 한참을 중얼거리다가 생각해낸건 그가 인간과 드래곤이 반반씩 섞인 '인룡' 이라는것이었다.
물론 인섹트드래곤역시도 예전에는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하고있었지만.. 그건 사실적으로 불가능했었다.
그렇기때문에 인섹트드래곤은 레이첼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인룡은 아닐꺼야. 드래곤이 인간의 아이를 가질 수 없듯이, 인간역시도 드래곤의 아이를 가질 수 없으니까."
"왜요?..."
레이첼의 물음에 인섹트드래곤은 밀려오는 '졸음'이라는 것들과 싸움을 하면서 대답했다.
"우리 드래곤들은.... 알을 낳는다. 그리고 그 알속에서 형태를 같춘후에야 알을 깨고 나오지... 하지만 너희 인간들은 새끼라 불리는 완전한 형태를띈 자식을 낳지. 그것만 봐도 다른거라 볼수있어."
"하지만 알에서 인간이 나온다거나...."
"그건 있을수가 없는일이야!.."
인섹트드래곤이 몰려오는 잠이라는 대군을 짜증을내면서 몰아내려하고있자, 윈드드래곤이 그의 옆에서 뒷말을 거들어주었다.
"신이 우리를 만들때부터 정해놓은거래... '인간과 드래곤은 공존할수는있으나 새로운생명을 탄생시킬수는 없다.' 라고.."
"어... 그럼 다들 메어씨를 뭐라고 생각하고있는거에요?"
레이첼이 궁금한듯 묻자 인섹트드래곤옆에서 꾸벅꾸벅 졸던 윈드드래곤이 크게 하품을하며 답했다.
"마물..하아아아아암...이라던가...몬스터...라고들 하고있지..."
"네!? 진짜 마물아니면 몬스터에요?"
레이첼이 급하게 둥지옆에서 멀리 떨어졌다.
이미 '퍼플라바'라는 마물을 본적이 있고, 그것에게 죽을뻔한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으음..하지만 우리는 나이트메어씨가 너무나 친숙해.... 마물이나 몬스터라면 우리는 불쾌한 느낌이 팍! 오거든...그런데...나이트메어는 아니..하아아아암.."
윈드드래곤이 더이상의 말을 잇지못하고 풀썩 쓰러져 잠이들자, 인섹트드래곤도 몸이 천천히 옆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아무튼....아주....위험...하고....정체를 모를...녀석이야..."
그말을 끝으로, 인섹트드래곤 마저도 잠과의 싸움에서 패배해, 옆으로 풀썩 쓰러져 잠이들어 버렸다.
"나도...자긴 자야겠다..."
레이첼이 잠이 들어버린 드래곤들은 한참 동안이나 보다가 동굴 구석에서 잠을 청했다.
서늘한 동굴안에서 잠이들기란 참으로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몇십분을 끙끙거리며 노력한 후에야 그녀는 잠이들 수 있었다.
그들이 잠이든지 몇시간이 지났을까?
밖은 이미 눈이부실만큼 밝게빛나는 태양이 점심시간대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동굴속에서는 활기찬 점심대와는 맞지않게도, 괴로운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크으으...으윽..."
그 신음소리의 정체는 나이트메어였다.
그는 한참동안이나 식은땀을 흘리며 괴로워 하고있었다.
...그건...그의 이름이 가진 뜻과 같은... 악몽을 꾸고있다는 증거기도 했다.
악몽을 꾸고있는 그에 눈앞에 나타난건 땅과 하늘을 가득채우고있는 마물이었다.
그 수많은 대군이 그가 있는곳으로 몰려오고 있는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검은로브를 걸친 이들도 곳곳에 있었다.
"역시 함정이었던건가?"
갑자기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그는 뒤를 돌아봤다.
검은 코트와 검은 옷, 머리카락마저 검은 그 남자에게서 유일하게 색이 다른것은 피부와 붉은눈 뿐이었다.
그건... 그 자신....
나이트메어였다.
"숫자가 너무많아... 어서 도망치자."
그의 곁에 있는것은 하얗고 이마에 아주 밝은보라빛의 보석이 박혀있는 드래곤이었다.
그 드래곤의 몸에 분홍빛이 감도는 흰불꽃이 불안하게 번들거렸다.
드래곤의 부탁에도 불과하고, 악몽속의 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여기서 끝내야만해... 바로 이 자리에서.. 모든걸 끝내는거야."
"아니야..."
그의 말에 대답한것은 악몽을꾸고있는 나이트메어였다.
그의 눈동자는 심하게 떨리고있었다... 눈앞에있는 또다른 그를 보면서.
"이건 자살행위야!.. 흑룡이 말했었잔아? 위험한 행동은 하지말라고, 목숨을 소중히 여기고 살아가라고..."
"백룡!!! 흑룡은 이제 없어. 저들이 나와 흑룡에게 한짓거리가... 어떤짓이었는지를.. 모르는거야?"
백룡이라 불리었던 드래곤이 몸을떨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악몽속에 그의 몸과 손에서 나타난 검을 불길에 대한 두려움.
"저렇게 많은 적을 상대하는건 불가능해... 부탁이야! 도움을 요청하자. 테이머들과 다른 드래곤들에게..."
백룡이 그의 앞을 막아서며 간절하게 부탁했다.
악몽속의 자신을 보고있는 나이트메어역시도 간절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부디 이쯤에서 멈추고 도망가라' 라고 말이다.
"...백룡... 너는 이제 돌아가봐."
"..그럴수는없어..같이 돌아가자...나이트메어, 부탁이야..."
"이건 테이머의 명령이야!! 당장 동굴로 돌아가!!!"
나이트메어의 외침이 제단위에서 멀리 퍼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마물들과 몬스터들의 울음소리도 들려왔다.
기괴하고 끔찍한 그 소리는 점점더 가까워져만갔다.
"...너를 묶어서라도 데려가겠어."
백룡이 괴로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가다섰다.
하얀 백룡의 발 주위로 쇠사슬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챠르르...]
"[암흑의 사슬]인가? 설마 나에게 그 기술을 사용할생각인거냐?"
"이렇게라도해야 너를 살릴 수 있으니까!"
백룡이 기술을 사용하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사슬은 백룡의 다리를 묶어버렸다.
아니.. 정확히는 악몽속그의 주위에 나타난 수 많은 사슬들이 백룡의 다리와 입은 물론이고 날개까지 꽁꽁 묶어버렸다.
"...동굴로 돌아가기 싫다면 이곳에 얌전히 있어라 백룡... 절때로 나올생각 하지말고말이야."
"크르르릉!!"
백룡이 드래곤답게 으르렁 거렸다.
하지만 사슬에 묶여버린상태라 움직일수도, 말을할수도 없었다.
"그래...네놈들이 찾는 내가 바로여기있다."
악몽속의 그가 천천히 제단아래로 내러가면서 한말이었다.
그가 제단아래로 내려와 푹신한 흙을 밞고는 마물들속의 검은로브를 쓴 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덤벼라 이 빌어먹을 창조자들아!!"
제단에서 내려온 나이트메어가 분노가가득한 목소리로 외치자 공중에서 날아오던 적들이 고도를 낮추며 그에게로 날아들었다.
검은로브를 입은 자들도 하나둘씩 달려오는가 싶더니, 그들의 등뒤로 눈빛이 흐린 드래곤 몇마리도 뒤따라왔다.
"이길 수 없어! 지고말꺼다!"
나이트메어가 악몽속의 자신을 붙잡기 위해 제단아래로 급히 내려왔지만 이미 전쟁은 시작된 뒤였다.
하늘위로 누구의 피인지모를 붉은 소나기가 쏟아져내리는가 하면, 나무들은 물론이고 땅마저도 그 많은 피들을 흡수할수 없었다.
숲이 끔찍한 피냄새를 견디지 못하고 신음했지만, 그들의 싸움은 계속되었다.
악몽속의 그가 쓰러트린 적들만해도 80마리가 훌쩍 넘어갔고, 검은로브를 쓴 자들이 조종하는 드래곤들도 다 쓰러트려갔지만, 하늘과 땅을 가득메우고있던 그 대군은 끄떡도 하지않았다.
"벌써 지친것같은데? 안그래?"
붉은 띠가 붙어있는 검은로브를쓴자가 비웃자, 악몽속의 그는 독가루를 뿜어대던 슬라임을 그대로 발로 뭉게버리고 그자를 향해 뛰어들었다.
"베클라!!!!!"
"그것도 함정이야!!! 멈춰!!!"
나이트메어가 악몽속의 자기 자신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그는 유령처럼 그의 몸을 스윽 하고 뚫고 지나가버렸다.
그순간, 베클라라 불린 검은로브를쓴자가 손목에찬 기계를 다급하게 만지작거리다가 악몽속의 그를향해 외쳤다.
"[심판의 날개]!!! 당장 [심판의 날개]를 사용해라!!"
붙잡히기 직전인 그검은로브의 뒤에 쓰러져있던 드래곤 몇마리가 비틀거리며 일어서는가 싶더니, 날개를 활짝펼치고 악몽속의 나이트메어의 위로 날아올랐다.
"큭!!!!"
뒤늦게 하늘을 올려다본 그는 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드래곤들을 보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나이트메어!!!"
그리고 하나의 새하얀 무언가가 그의 몸을 멀리 밀쳐냈다.
방금막 사슬에서 풀려난 백룡이었다.
심판의 날개를 발동한 드래곤들이 백룡의 위로 떨어졌고, 백룡의 괴로운 비명소리가 제단주위를 가득히 메웠다.
"끄윽....으아아아아악!!!!"
"백룡.....안되...백룡!!!!!!"
순식간에 백룡의 실루엣이 먼지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검은로브를 쓰고있는자들역시도 살아있는 나이트메어의 모습을 보고는 일제히 후퇴 명령을 내렸다.
하늘과 땅을 가득 메웠던 마물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피로물든 그를 바라보다가 먼지속 저 너머로 사라져갔다.
그렇게 제단앞에 가득했던 먼지바람들이 가라앉고, 깊게 파여있는 땅 중심에 백룡이 처참한 모습으로 쓰러져있었다.
악몽속의 그가 몸을 떨며 분노의 감정이 가라앉고 원망과 슬픔의 감정이 몰려올때, 백룡의 바로 옆에 서있던 나이트메어는 절규했다.
"백룡!!!! 으으으!!!...백룡!!!!"
눈앞에서 멈출줄 모르는 피를 흘리는 백룡을 바라보며, 그는 고통의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크아아아악!!!"
유타칸 대륙의 동굴안에서 비명소리가 울려퍼지자, 그안에서 잠을 청하던 레이첼과 두마리의 드래곤은 화들짝 놀라서 둥지를 바라봤다.
"왜요 왜!! 무슨일이에요!?"
가장먼저 그에게 다가온것은 레이첼이었다.
레이첼이 허둥지둥 둥지쪽으로 달려오자, 나이트메어가 제 정신이 아닌것처럼 소리질렀다.
"베클라! 네놈을 반드시 내손으로 죽여버리겠다!!!! 크아악!!!"
나이트메어의 손에 나타난 검은불길을 발견한 인섹트드래곤이 두눈을 크게 뜨고는 그를 쳐다보았다.
"맙소사 저 불꽃은!!"
"정신차려요 이사람아! 지금 뭐하는거에요!"
레이첼이 나이트메어의 목을 조르면서 꾁꾁거리자 레이첼을 노려보려던 그의 눈에서 빛나는 '광기' 가 쑥 하고 내려앉았다.
"크윽...윽...."
그리고는 심하게 떨리고있는 두눈으로 레이첼이 앉아있던 자리에 놓여있는 알을 응시했다.
하얗고 연보라색의 점이 나있는 드래곤알...
"...백룡...."
그 자리에 있던 드래곤들과 레이첼은 그대로 행동을 정지했다.
백룡의알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들이 멍하니 나이트메어를 바라본 가장큰 이유는...
나이트메어의 눈에서 말로 표현할수 없는 따스함을가진 붉은색의 피눈물이 흘러내렸기 때문이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