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장. 용의 알
알렉스는 조심스럽게 팀버 드래곤의 알을 쓰다듬었다. 단단한 나무 조각상 같이 생긴 알에서는 미약하게 심장 박동이 느껴졌고 드문드문 피어있는 잎사귀에서는 상쾌한 향기가 났다. 드래곤 알은 보면 볼수록 신기하기 짝이 없다. 희망의 숲에서 제일 흔한 알 중에 하나였지만 제 드래곤을 한 번도 가져 본 적 없는 알렉스에게는 고대 신룡의 알보다 더욱 신비스러워 보였다.
“알렉스! 너 또!”
대범하게 쓰다듬지도 못하고 물방울을 만지듯 알을 대하던 알렉스는 제 아비의 불호령에 깜짝 놀라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갈색 콧수염을 정성스럽게 기른 알렉스의 아버지는 알렉스가 드래곤의 알에 관심을 가지는 걸 영 못마땅해 했다.
“이, 일찍 오셨네요. 아버지.”
“그래.”
근엄한 알렉스 아버지의 가방 안에는, 또 다른 팀버 드래곤의 알이 들어있었다. 지금 집에 있는 것보다 조금 더 작은 알이었다. 아직 태어날 때가 멀어보였다. 알렉스의 아버지는 새로 가져온 알을 탁자에 두고 말했다.
“알렉스, 아버지가 누누이 말했잖니. 드래곤 알은 굉장한 값어치를 지녀. 우리 같은 무지렁이들이 관심을 가질 게 못된다.”
“저도 알아요.”
제 아버지와 똑같은 갈색 머리카락에 갈색 눈동자를 지닌 알렉스는 고개를 숙였다. 물론 드래곤의 알이 자신의 가족들의 생계유지 수단이었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흔해도 만만치 않은 가격을 자랑했고 부자들의 유희거리였다. 드래곤 테이머라는 것도 애초에 드래곤 알을 가지고 있는 부자들만의 놀이였으니까. 물론 드래곤을 키우는 데 필요한 비용도 엄청났고.
“저 나갔다 올게요!”
가만히 있다가는 아버지의 일장연설이 시작 될 것 같아서 알렉스는 얼른 자리를 피했다. 헛된 꿈을 심어주기 않기 위해서 알렉스의 아버지는 긴 연설을 하곤 했는데, 오히려 이것은 올해 열 두 살이 된 알렉스로 하여금 드래곤 알에 대한 더 큰 갈망을 심어주었다.
“쳇.”
퐁! 퐁! 퐁! 퐁!
물수제비를 가뿐하게 4번이나 띄우는 알렉스는 유타칸의 아이들 중에서 물수제비로는 1등이었다. 예전 어릴 적이야 이것이 대단한 자랑거리였지만 아이들 중에 한 명이 드래곤을 데리고 온 이후로는 몰락한 영웅이 되어 버렸다.
“나도 한 마리만 있으면 길버트 녀석 코를 납작하게 해줄 수 있을 텐데.”
길버트는 유타칸에서 제일가는 부잣집 아들로 손꼽히는 아이였다. 귀족은 아니었지만 길버트의 아버지는 드래곤 사업에 뛰어든 이들의 선두에 있던 사람으로 지금은 높은 산에 올라야만 지붕을 볼 수 있는 집을 소유하고 있었고, 길버트는 그 집의 유일한 자식이었다. 드래곤이 없던 적에는 희귀한 물건들로 아이들의 환심을 샀었는데 이제는 드래곤 한 마리로 떵떵거리고 있었다.
“그까짓 타이거 드래곤 한 마리 가지고 말이야!”
사실 그까짓 타이거 드래곤은 아니었다. 무려 그 험한 칼바람의 산맥에서 구한 놈이라고 하니까. 게다가 모습 또한 웅장하고 근엄한데다 주인을 위할 줄 아는 똑똑한 놈이었다.
“어이! 알렉스! 또 여기서 물수제비 하는 중이야?”
물수제비를 하다가 호숫가에 비치는 제 갈색 눈동자와 머리카락을 응시하던 알렉스를 부르는 이가 있었다. 저 혼자 무엇을 그리 맛있게 먹었는지 볼 살이 터질 것 같은 길버트였다. 길버트는 계집아이처럼 고운 피부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내내 불만이라 여기면서도 자랑거리로 삼고 있었다.
“알렉스! 이거 봐! 길버트의 타이거 몸이 또 자란 것 같아!”
타이거 드래곤이라서 타이거라고 붙인 이름을 내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알렉스는 제 나름대로 타이거 드래곤에게 로젬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었다.
‘로젬. 너도 네가 주인이었으면 더 좋았겠지?’
부러워하는 기색을 숨기며 알렉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에 붙은 풀을 떼어냈다.그러나 귀여운 알렉스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질투심이 가득했다.
“무슨 일이야?”